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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풀이(ㅁ)-5 말이란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

작성자이환준|작성시간08.09.06|조회수85 목록 댓글 0

말이란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
 
이조 때 영의정으로 상진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 나쁜 버릇 하나가 있었으니 남의 잘못을 보기만 하면 그저 무턱대고 직방배기로 날카로운 혹평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느 누가 자기 눈에 좀 거슬리는 행동을 하게 되면, ≪저따위 것은 이 세상에 아무 소용 없는 존재야.≫하고 비난하기가 일쑤였다.
이래서 그의 친구들이,≪여보게, 아무리 못 마땅한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비난부터 하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나? 말을 좀 삼가게.≫ 했지만 상진은 상진이대로,
≪하참, 그게 무슨 대순가.≫
친구들이,
≪아닐세. 그래도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했으나 그는 제 고집을 조금도 꺾지 않았다.
그런 어느날 상진이가 길을 가고 있는데 농부 한 사람이 누렁 소와 붉은 소 두 마리로 밭을 갈고 있었다.
상진이가 소들을 보니 몸집이든 기골이든 꼭 같은데 도대체 어느 소가 힘이 더 센지 모르겠다.
≪여보시오, 농부님! 그 소들이 서로 엇비슷해 보이는데 둘 중에 어느 소가 힘이 더 센가요?≫
그러자, 농부는 소리난 쪽을 바라보고서도 아무 대구 없이 그냥 밭만 갈아 나갔다.
≪여보시오, 농부님. 그래, 그 두 소 중에 어느 소가 힘이 더 센가 말입니다!≫
그러나, 농부는 여전히 알은 체를 하지 않았다.
그제는 그만 상진이 화가 치밀어,≪여보시오, 농부님. 묻는 말에 도대체 왜 대답이 없소?≫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농부는 밭갈기를 멈추고 상진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귀에다 입을 대고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말했다.
≪저 누렁 소가 힘이 더 세지요.≫
농부의 말에 상진은 매우 이상스러워,
≪아니 이 말을 하려고 구태여 예까지 나와 귀속말을 합니까?≫
그러자 농부는,
≪허 참, 말이란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는데 누렁 소가 힘이 더 세다 소리 치면 붉은 소가 못하다는 것이오, 붉은 소가 힘이 더 세다 소리치면 누렁 소가 못하다는 것을 내놓고 말하는 것이라, 어쨌든 힘이 못하다는 말을 듣는 소는 서운해 할게 아니겠소? 아무리 말 못하는 미물짐승이라 하지만 다 같은 일을 하는데 서운하게 해서야 안되지유.≫
농부의 말에 상진은 크게 깨달았다.
≪아하, 하찮은 짐승에게까지 말 조심을 하는데 나는 사람들에게 너무 직방백이 맘을 상케하는 말만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는 농부한테서 말 조심을 배운 뒤부터 자기의 언행에 한결 조심하여 나중엔 영의정 벼슬까지 지냈던 것이다.
또,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이 글 제목의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延邊, 李龍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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