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의 「팔여거사자서(八餘居士自序)」
출처 봉산서당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의 팔여거사자서
내 본디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번잡한 것을 싫어하였지만 명예라는 고삐와 굴레에 매여 본성을 잃고 마음에 괴로움이 있었지만 영리(營利)를 좇아 따르기도 하였다. 스스로 봉록을 받으며 세상에 도움이 되지 못함이 부끄러웠다. 일찍이 산곡(山谷)의 사휴정(四休亭)이라는 시의 서문을 읽어보니 각건(角巾)을 쓰고 전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뜻하지 않은 화(禍)를 당하여 물러나 쉬고 있었는데 소박한 뜻이 마음에 일었다.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이 모두 자신에게 맞고 마음을 편안케 한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이에 큰 줄거리를 잡아 팔여(八餘)라고 스스로 이른다.
팔여란 여덟가지가 넉넉하다는 뜻인데 친한 친구가 팔여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1.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芋羹麥飯飽有餘/우갱맥반포유여)
2. 왕골자리와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蒲團煖堗臥有餘/포단난돌와유여)
3. 땅에서 솟아오른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涌地淸泉飮有餘/용지청천음유여)
4. 서가에 가득찬 책을 넉넉하게 보고(滿架書卷看有餘/만가서권간유여)
5.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春花秋月賞有餘/춘화추월상유여)
6.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禽語松聲聽有餘/금어송성청유여)
7.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 넉넉하게 맡고(雪梅霜菊嗅有餘/설매상국위유여)
8. 이에 한가지 더,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取此七餘樂有餘也/취차칠여락유여야)
이때 친구가 자리에 머물러 앉아 있으면서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가 말하기를 “세상에는 자네와 반대의 사람들도 많더군.” 하면서 팔부족(八不足)이 있다고 화답을 했다.
1.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어도 부족하고(玉食珍羞飽不足/옥식진수포부족)
2. 화려한 집에 비단 병풍을 치고 잠을 자면서도 부족하고(朱欄錦屛臥不足/주란금병와부족)
3. 이름난 술을 실컷 마시고도 부족하고(流霞淸醑飮不足/유하청서음부족)
4. 잘 그린 그림을 실컷 보고도 부족하고(丹靑畫圖看不足/단청화도간부족)
5. 아리따운 기생과 실컷 놀고도 부족하고(解語妖花賞不足/해어요화상부족)
6. 좋은 음악을 듣고도 부족하고(鳳笙龍管聽不足/봉생용관청부족)
7. 좋고 기이한 향을 맡고도 부족하다 여기고(水沈鷄舌嗅不足/수침계설취부족)
8. 한가지 더, 이 일곱 가지 부족한 게 있다고 부족함을 걱정하더군(有七不足憂不足/유칠부족우부족)
조선 중기 사람인 김정국(金正國, 1485-1541)이 쓴 『사재집(思齋集)』 권 3의 「팔여거사자서(八餘居士自序)」라는 글의 원문을 풀어본다
我田雖不饒(아전수불요) 나의 밭이 비록 넓지 않아도
一飽則有餘(일포즉유여) 한 배 채우기에 넉넉하네
我廬雖阨陋(아려수액루) 나의 집이 비록 좁고 누추하여도
一身常晏餘(일신상안여) 이 한 몸은 항상 편안 하다네
晴窓朝日昇(청창조일승) 밝은 창에 아침 햇살 떠오르면
依枕看古書(의침간고서) 베개에 기대어 고서를 읽는다네
有酒吾自斟(유주오자짐) 술이 있어 스스로 따라 마시니
榮瘁不關予(영췌불관여) 영고성쇠 나와 무관하다네
勿謂我無聊(물위아무료) 내가 무료하리라 생각지 말게나
眞樂在閑居(진락재한거)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다
봉산서당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삶의 가치를 利他性에 두고 사는 삶을 말합니다.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를 사랑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삶.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성인봉 (지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1.23 짐 斟 자는짐작할 짐자입니다
-
작성자성인봉 (지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1.23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유주오자짐입니다.장수막걸리 슈퍼에 가면1,400원입니다 -
작성자성인봉 (지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1.24 自序 .....자기가 엮거나 지은 책에 서문(序文)을 씀. 또는 그 서문.
-
작성자성인봉 (지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1.24 유하청서음부족
서자는 醑 미주 서
酉 (닭유, 7획)
1.미주(美酒: 빛깔과 맛이 좋은 술)
2. 거른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