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Belt, 녹의 지대.
이번 미국 대선의 키를 러스트 벨트가 쥐고 있다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 북부의 오대호와 애팔래치아산맥 사이의 중공업 중심 공업지대다.
통상적으로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애나, 웨스트버지니아, 업스테이트 뉴욕 등을 일컫는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헨리 포드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 표준', '대량생산'의 상징과도 같은 중공업 주도의 제조업 국가였다.
철강의 경우는 미국의 철강 생산량이 소련을 포함한 유럽 전체 생산량을 넘을 정도라고 불리웠던 제조업 괴물 국가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말도 못 할 생산력은 미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으니.
특히 북부는 미시시피강과 오대호라는 대형 수로가 인접한 덕분에 수자원 공급에 용이했으며 교통이 발달되었고 애팔래치아 산맥을 통해 원자재 수급이 용이했다.
그래서 이 지역이 한때는 "미국 공업의 심장부"(the industrial heartland of America)로 불리기도 했다.
2차 대전 직후 퇴역 군인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켄터키와 테네시 등의 중부 산악지대에서 이곳 북부로 대거 이주하기도 했으며, 경제 호황에 힘입어 이곳을 필두로 중산층이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을 정도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제조업 위주 재건이 이루어지며 제2차 세계 대전의 후폭풍을 딛고 일어선 독일과 일본 등이 제조업 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미국 제조업은 자국 시장 내에서도 일본제와 독일제에 위협받는 처지가 되었다. 특히 두 차례 석유 파동으로 인해 연료를 많이 소요하는 미국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반면, 이러한 수요가 연비가 좋은 일본차와 독일차로 대체되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쇠퇴가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 북부에 남아있던 제조업체들은 강성 노조를 피해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남부는 물론 해외로 산업 기반을 이전시킨다.
이로 인해 러스트 벨트 지역의 고용은 크게 축소되었고, 수많은 실업자들이 양산되었다.
특히 석유 파동 이후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미시간)의 몰락은 미국 중공업 쇠퇴의 상징이자 씻기 힘든 충격으로 남아 있다.
기업들이 떠나며 지역 고용은 물론 문화시설
후원마저 중단되며 인구는 유출되었고 공업지의 쇠락 속도는 가속화되었다.
미국 자동차 회사 GM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에 오래전 가 보았는데 요즘 디트로이트의 쇠락은 러스트 벨트의 몰락을 대변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