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H. Morgenthau에 대하여: Power Politics와 Morality, 그리고 Diplomacy
작성자심규상작성시간13.03.23조회수362 목록 댓글 0
H. Morgenthau에 대하여: Power Politics와 Morality, 그리고 Diplomacy
1. 들어가기
H. Morgenthau는 “Politics among Nations”를 통해 국제정치의 본질은 권력 투쟁이며, 국가이익의 증진과 생존을 위해서는 실천지(prudence, proper use of power in the world)에 입각하여, 자국의 국력과 추구하는 이익에 대해 신중하게 계산할 것과, 세력균형에 입각한 평화의 유지를 제안한다. 이렇게 이상향주의의 허위를 현실주의로 벗겨낸 그는, E. H. Carr가 권력에 입각한 대치와 유화를 적절하게 조합해 평화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도덕적인 국제질서를 창출해나가자는 목적을 내세운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초국가적인 권위체로서의 세계국가(world state)를 건설하는 것을 영구 평화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를 위한 외교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2. 삶
모겐소의 “Fragment of an Intellectual Autography: 1904-1932”는 독일을 떠나기 이전까지 모겐소의 국제정치사상을 형성해온 10가지 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①트리폴리 전쟁(1911년)과 제1차 발칸전쟁(1912년)을 통해 유년기부터 국제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그러나 이때는 그저 흥미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그의 사상을 형성한 요인은 그가 ②전간기 독일에 거주했던 유태인이라는 점이었다. 나치즘으로 인해 당시 그가 겪었던 곤란과 차별은 그로 하여금 현실상의 불균등한 권력분배에 눈뜨게 하고, 강력한 권위체에 의한 비도덕적 상황의 근절을 꿈꾸게 하지는 않았을까? 한편, 그는 청소년기를 거치며 목적의식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꿈을 갖고 싶어하게 된다. 그는 인간의 존재와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당시 독일의 대학에서 다루는 철학은 그의 궁금증과는 무관한 것들이었고, 가족들의 권유에 의해 법학을 전공하면서, 역사학 강의를 같이 듣게 되었다. 그는 미술사를 강의하는 ③Wolffin으로부터 예술의 형태와 내용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다는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이는 그로 하여금 국가이익의 내용이 시공간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④Hermann Oncken의 비스마르크 외교정책 강의는 그에게 비스마르크적인 국제정치 관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⑤Rothenbucher는 막스 베버의 정치사회철학 세미나 강의를 통해 객관성을 유지하며 정치문제에 접근하는 베버의 접근 방식을 모겐소에게 전달해주었으며, Khar가 나치의 베를린에서 일으킨 봉기를 군대를 동원해 진압한 것에 대해 민주적 헌정질서에 어긋나는 반역행위라며 비난한 일을 통해, 현실적인 제약에 굴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모겐소가 훗날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것을 강도 높게 비난했던 것의 롤 모델로 작용하였다고 여겨진다. ⑥Karl Neumeyer는 국제행정법을 가르쳤는데, 모겐소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집으로도 초대한 첫 번째 독일인 교수이자 유대교 신자였다. 모겐소는 이 교수의 수업에서 국제법 개론서를 문장 문장마다 분석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모겐소가 국제법이 갖는 한계들을 파악하게 되고, 이것이 그가 power politics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생각된다. ⑦Hugo Sinzheimer는 모겐소의 노동법, 형법 교수이자 변호사로, 모겐소는 사법 시험 2차를 준비하기위해 그의 사무실에서 소송들의 처리를 보조했다. 모겐소는 여러 소송들을 겪으며 조문의 해설들보다 정치적 권력의 배분에 따라 판결이 이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법조계 경험은 1931년 ⑧프랑크푸르트 노동재판소 임시소장 시절이라고 한다. 당시 독일은 실업문제에 대응하는 복지정책에 따라 해고 노동자의 고용주에 대한 소송을 정당화(zumutbar)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이에 따라 모겐소는 이러한 소송들에 판결을 내려야 했다. 여기에서 그는 약자로서의 노동자의 입장과 고용주의 경제적 입장 사이에서 큰 모순을 느끼고 법조계를 떠났다. 아마도 이 경험이 모겐소로 하여금 인간의 이성이 제한적인 합리성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은 아닐까. ⑨맑시즘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이용해 정치학을 체계화하고자 했던 모겐소는 결국 이에 실패하고, 정치현실의 복잡성과 다양함을 경제나 심리 상태처럼 단순화된 환원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시각은 이후 실증주의나 행태주의 연구방법들과 마찰을 빚게된다. 끝으로, ⑩Carl Schmitt는 정치를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것으로 정의한 “The Concept of Politics”를 통해 모겐소와 인연을 맺게 된다. 모겐소는 칼 슈미트의 책에 대한 대답의 형식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만들었고, 칼 슈미트와 면담을 하게 된다. 만남을 통해 그는 칼 슈미트의 위선과 부정직한 태도를 혐오하였다. 이는 그로 하여금 외연에 가려진 본질에 대해 통찰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자신의 학문적 인생의 절반에 대해 언급한 이 지적 자서전을, 모겐소는 “seeking ultimate reality beyond illusion”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이로써 모겐소는, 독일을 떠나기 직전의 삶에 이르러, 기존에 구축된 이상향주의를 현실주의로써 벗겨내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3. 앎
모겐소는 모든 종류의 정치와 마찬가지로 국제정치를 권력투쟁의 장으로 인식한다.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구는 무한하며, 국가를 이끄는 정치가들은 국제정치 상에서 국가이익으로 규정될 수 있는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들은 현상유지 정책, 제국주의 정책, 국력을 과시하는 prestige 정책의 세 가지 정책을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의 평화는 오직 세력균형으로 달성될 수 있으며, 현실적인 권력 배분을 수용하고 그 가운데에서 평화를 창출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를 외교라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은 제한적인 합리성을 갖고, 때로는 자국의 국력의 범위를 초월한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제분쟁이 일어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는 실천지(prudence)를 강조한다. 한편, 그의 이야기는 이러한 권력정치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국제법이 갖는 강제력의 부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국가(world state)를 새로운 이상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Politics among Nations”의 목차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그는 제1부에서 국제정치를 추동하는 힘과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와, 국제평화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에 대하여 알아보겠다고 책의 목적을 밝힌다. 이후 그는, 권력 투쟁의 장으로서의 국제정치를 제2부에서 다룬다. 그 안에서 권력을 추구하는 동기가 3가지 정책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국력의 증진은 국가이익으로 규정된 권력 자원을 추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 행위이다. 따라서 그는 제3부를 통해 국력의 의미와 그 구성요소들,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논한다. 이후 그는 이렇게 살펴본 국력 간의 균형을 맞춰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세력균형을 위해 제4부를 할애한다. 정치현실에서 도출된 도덕원칙들을 고려해낼 수 있는 국제정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에, 그는 5부에서는 국제적인 도덕을 말하며, 그것을 가로막는 민족주의적인 장벽을 언급한다. 체제 내 국가 간의 투쟁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강구된 국제법은 주권국가들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입법하고 집행할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는 제6부에서 여기에 대해 다룬다. 이후 제7부에서 냉전기의 국제정세를 논한 후, 제8부에서부터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다. 그는 군축, 집단안보, 경찰국가, 국제사법체계 등을 유엔헌장에 입각해 살펴본 후, 현재의 방법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9부에서 국가간 상호합의에 입각한 세계국가(world state)의 건설을 제시한다. 그는 국내의 평화가 국가가 갖는 ①집단을 초월한 충성, ②정의에 대한 기대, ③압도적인 권력, ④법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세계국가가 미국이나 스위스처럼 주권을 가진 집단 간 상호합의에 의한 연방헌법의 창설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국가는 단 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10부를 통해 세계 공동체를 과도기적인 단계로서 설정한다. 세계공동체를 창설하는 방법으로 유네스코의 문화적 접근, UN의 기능적 접근을 살펴본 후, 분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세계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제10부는 그를 이루기 위한 외교를 다루고 있다. 제10부의 마지막 장을 빌어 그는 분쟁없는 미래를 위한 8가지 외교 원칙을 제시한다. 우선 그는 기본적인 원칙 4가지를 말한다. (①외교는 십자군적 사명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②외교정책의 목표는 국가이익에 국한되어야 하고, 적정수준의 권력에 의해 보조되어야 한다. ③외교는 다른 국가의 시선으로 정치 상황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④국가는 자신에게 치명적인 것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을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타협을 위한 선행조건 4가지를 말한다. (ⓐ실질적인 이익을 포장하고 있는 허위를 버려라. ⓑ쉽게 이탈하지 못하거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선택을 하지 마라. ⓒ약한 동맹국에 의해 자국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라. ⓓ군사력은 외교 정책적 수단일 뿐, 정책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다.) 끝으로 그는 국가들이 보유한 폭력 수단들을 상위의 권위체에 이양할 때, 국제적인 평화가 국내적인 평화와 마찬가지로 창출될 것이며, 평화를 유지하고 국제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 없이는 세계 국가도 영구평화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련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에 나서야 한다는 처칠의 말을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4. 結
모겐소가 말한 실천지와 세력균형은 단기적인 평화전략이며, 이를 통해 분쟁을 줄여나가고, 끝내는 초국적인 권위체를 창출하여 국가 간의 분쟁 자체를 완전히 종식시켜버리는 세계국가의 건설은 그가 제시한 하나의 지상 목표이다. 모겐소를 읽으며 앞서 만났던, 마키아벨리, 홉스, 칸트, 루소, 카아 모두가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모겐소가 왠지 이들 모두의 의견을 하나로 집대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급박한 위기 속에서 이상향주의의 허위성을 현실주의로 고발하고 새로운 이상을 쌓는 과정에서, 모겐소의 유태인으로서의 아픔과 평화에 대한 갈망,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는 과정에서도 도덕적이고 평화로운 국제사회의 미래를 그리는 모습은 앞선 사상가들의 고민을 한 품으로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모겐소의 이상은 아쉽게도 몇 가지 한계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가의 주권이 이양되었을 경우, 창출되는 거대한 영토와 거대한 인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앙권력이 얼마나 세심하게 평화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었을 때의 부패와, 혁명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인간의 제한적인 합리성을 인정하는 현실주의자로서의 모겐소가 지나치게 미래를 낙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Hans J. Morgenthau, Politics among Nations (1st edition,1948/ 7th edition, 2005)
The Concept of the Political(Palgrave Macmillan 1933/2012)
Scientific Man vs Power Politics(University of Chicago Press,1974)
"Fragment of an Intellectual Autobiography: 1904-1932" in Kenneth W. Thompson & Robert J. Myers, Truth and Tragedy: A Tribute to Hans Morgenthau (Washington, DC: New Republic Co., 1977)
Christoph Frei, Hans J. Morgenthau: An Intellectual Biography (Baton Rouge: Louisiana State University, 2001)
Michael C, Williams, Realism Reconsidered: The Legacy of Hans J. Morgenthau in International Relations (Oxford:Oxford Uiversity Press, 2007)
Kenneth W. Thompson, Masters of International Thought: Major Twentieth-Century Theorists and the World Crisis (Baton Rouge: Louisiana State University Press, 1980), Hans J. Morgenthau: Principles of Political Realism
Stanley Hoffmann, " An American Social Sciences: International Relations" Daedalus, Vol.106 no.3 (1977)
*Raymond Aron, Paix et Guerre entre les Nations(1962/2006)/War and Peace(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