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게재된 글은, 다른 사이트에 올려진 글입니다.
글쓴이는 신춘문예에 응모했다가 낙방하길 여러번 경험했고, 이를 통해 얻은 경험담과 몇 가지 내용을 간추려서 Q&A형식을 빌어 <게시판>에 올리셨더군요. 읽던 중에, 여러분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 복사했습니다.
[신춘문예] 얼마 안남았습니다. 끝까지 건필하시길… /어느 멋진날에.
신춘문예에 처음 응모하시는 분들께
저는 4년 전부터 매년 신춘문예에 응모, 작년까지 네 번의 응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4년 동안 저는 어떻게 하면 당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 당선의 영광을 차지하지는 못했지요(98년 여름에 한 문학계간지의 최종심에 오른 적이 있긴 해요). 그래서 <나 이렇게 해서 당선됐다> 같은 당선자 수기는 쓰지 못해도, 응모자들의 궁금증에 대해서라면 영양가 있는 말씀을 해 드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초짜들이 흔히 하는 질문을 제가 유형화시켜 놓고 멋대로 답해봤습니다.
① '신춘문예용 소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게 정말 있는 건가요? 있다면 그 특징은 어떤가요? (평창동에서 고민녀)
☞ 좋은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춘문예용 소설'이 따로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춘문예 당선 가능성이 높은 작품 유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춘문예는 기성문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자들은 기본기를 중요시합니다. 그렇다면, 그 기본기라는 게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 교수-학습되고 있는 소설작법'이라고 정의하고 싶군요. 그것이 신춘문예 당선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는가장 유용한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실제로 90년대 중반부터 각 대학 문창과 학생들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최근에는 '싹쓸이' 현상까지 목격되곤 합니다. 이런 현상을 비판적인 평자들은, 기본기를 갖춘 응모작의 비율 증가현상과 묶어서 '신춘문예 응모작 수준의 하향평준화'라고 꼬집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선자들이 기본기만을 보는 건 아닙니다. 기본기는 말 그대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될 기술에 불과하니까요. 선자들은 신인의 패기나 실험정신도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꽤 거칠어 보이는 작품이 뽑히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들 중에는 앞서 말한 협의의 기본기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도 있지요. 거의 모든 선자들은 신인다운 패기와 실험정신을 가진 작품을 원합니다. 거기다 완성도까지 갖췄으면 금상첨화겠죠. 창작의 본령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최고의 미덕은 창의성(다른 말로 패기와 실험정신)이 되지 않겠어요?
마지막으로 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독특한 소재'와 '개성있는 문체'입니다. '소재주의의 늪'을 경계하라는 말은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진부하게까지 들리는 경구입니다만, 신춘문예 응모에 관한 한 그런 경구는 잠시 잊어도 좋을 듯합니다(물론, 서사성을 동반하지 않고 소재 자체로만 한몫 잡으려는 태도를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독특한 소재가 가진 파워는 대단합니다. 5, 6백 편, 심지어는 1000편이 넘는 응모작들을 검토해야 하는 선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소재나 문체가 '튀어야만' 합니다. 공짜 아저씨나 통 아저씨, 이박사가 뜨고 있는 연예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을 듯싶군요.
아, 하나를 빠뜨릴 뻔했네요. 감동, 바로 '감동' 말입니다.
우리가 예술작품을 향수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 바로 감동 아니겠어요?
3년 전인가요? <아내는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라는 당선작이 떠오르네요. 전체적으로 '낡았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지만, 화자의 곡진한 어조와 진솔한 스토리가 긴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선자는 그 작품이 생산해낸 '감동'에 최고점을 준 것이죠.
② 학교다닐 때, 소설 구성의 3요소는 주제, 구성, 문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기본기'가 바로 그 세 가지로 구현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질문이겠습니다만, 그 세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의 배점(?)이 가장 높은가요? (상계동에서 O양)
☞ 뭘 궁금해하시는지 알 것 같네요. O양은 초보는 아니신 것 같군요. 어느 정도 습작을 해본 사람들은, '문체는 기성작가 수준인데, 구성이 좀 약하다.' '주제의식을 좀 더 강화시켜야 되겠다.' '아직, 네 문체가 확립되지 않았구나.' 이런 평가를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O양은 자신이 취약한 부분의 배점이 낮았으면 하고 바라시는 것 같군요. 셋 다 중요하다는 말은 하나마나겠죠? O양의 질문과는 별개로, 저는 구성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군요. 제 경험으로 문창과 응모자의 작품과 비(非)문창과 응모자의 작품이 가진 차이는 구성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말하고 싶어요. 세 영역 중에서 배움을 통해 실력을 증진하기에 가장 적절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사성의 확보가 관건이 된 현금의 문학적 상황에서 구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군요.
물론 자신의 장기가 문체에 있다면, 그것을 꾸준히 개발하고 강화시켜야겠지만, 그렇다고 구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사실, 문체(style)가 소설을 가장 소설답게 해주는 영역이긴 합니다. 하지만, 영상문화로의 재생산을 염두에 둔 작품을 원한다면 구성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할 것입니다. 요즘 <단적비연수> 욕먹는 거 보세요.
③ 이번에 신춘문예에 응모하려고 합니다. 어떤 신문사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신문사별 응모 편수는 얼마나 되며, 중앙지와 지방지와의 수준 차이는 어떤가요?(천호동 쌔끈이)
☞ 신문사 선택문제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신문사의 성향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극우 보수냐, 진보냐, 어떤 대기업이 모회사냐―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예지 응모의 경우에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만, 신춘문예 응모시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봅니다(중요한 건 어떤 심사위원이 심사를 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신문사에나 마구잡이로 응모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당선만 된다면 판매 부수가 많은 신문, 이미지가 좋은 신문, 신춘문예의 전통이 있는 신문에서 되는 게 좋겠죠. 이번에 신춘문예 작품 공모 중인 8개 중앙종합일간지(동아, 조선, 한국, 경향, 문화, 세계, 국민, 대한매일) 중 어떤 신문에 응모하는 게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명도가 낮은 신문이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뽑히는 작품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열거한 8개 신문사 중에서는 조선이나 동아에 대한 선호도가 제일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사람들이 많이 보는 신문으로 등단하는 게 보다 화려하니까요).
신문사별 응모편수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를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대략 3백에서 8백편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지의 경우는 응모 편수가 훨씬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대략 중앙지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주워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방지 중에도 신춘문예 작품공모를 하는 곳이 10군데 정도 있습니다. 지방지 당선작의 수준은 중앙지보다 다소 낮습니다. 그러나 상금은 중앙지와 대부분 동일하지요.
④ 신춘문예 심사위원에 대해 알고 싶어요.(합정동에서 T)
☞ 제가 통계를 내 보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심사위원이 매년 바뀌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동아일보 중편소설 부문의 본심은 3년 전부터 이문열·도정일 씨가 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누가 봤는지 모르겠구요. 다른 신문사의 경우도 이태 연속으로 동일한 심사위원이 본 경우가 비일비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문사 별로 최근 3∼5년 정도 동안 심사를 누가 봤는지를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심사위원의 성향과 취향을 미리 파악해서 응모하면, 아무래도 당선 확률이 쬐금이라도 높아지지 않겠어요?
덧붙여서 그들의 심사평을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사평을 읽는 것은 작가지망생들에게 큰 공부가 됩니다. 신춘문예 뿐만 아니라 각종 문예지의 신인상 심사평도 자세히 읽고 기억해 두는 게 좋습니다.
⑤ 신춘문예와 문예지 공모의 차이는 무엇입니까?(샌프란시스코에서 제니퍼 김)
☞ 문예지는 신문사와 달리, 자사에서 키워서 상품화 할 수 있는 신인을 원합니다. 당장이라도 통용될 수 있는 감각을 보다 중시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물론, 문예지의 성격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 <문학동네>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응모자가 <창작과비평>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예지 공모에서는 응모편수를 2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신춘문예에 비해 심사 기간은 길고, 응모작의 숫자는 적기 때문에, '운이 나빠서' 탈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등단 후의 활동을 적극 후원(좋은 작품을 계속 써내기만 한다면야)해준다는 면이 신문으로 등단하는 경우와 다릅니다.
⑥ 두 개 이상의 신문사에 동일한 작품을 중복 응모하면 정말 안 되나요?(대전 억울이)
☞ 모든 신문사에서 그렇게 밝혀놓고 있습니다만, 적지 않은 응모자들이 중복투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복투고 사실이 발각되면 당선취소라고 모집공고에는 쓰여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 여성 응모자의 동일한 작품이 무려 세 군데 신문사의 최종심에 올라간 일이 있었다는군요. 결국 세 신문사가 상의한 후, 한 신문사에 서 당선을 시켜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경우가 억울 씨에게도 적용될 거라고 기대했다가 나중에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명심하세요. <끝>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