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번 다른 회원님들의 글을 읽다가 이렇게 실기 체험 수기를 써봅니다.
저는 우선 실기 경험도 없이 무턱대고 지원한 케이스로..
문학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원한 수험생입니다.
실기 체험담이나 합격 수기를 보니까 편입학 시험치신 분들이 눈에 띄지 않아서
혹시나 준비하시는 분들 도움되라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동국대 시험 보러 가는 길은 눈이 엄청 왔는데, 그날 우연찮게 늦게 일어나서 우산을 쓰지 못했습니다.
내려오는 눈을 맞아가며 수험장으로 향하는데
밖에서 응원 온 모 편입학원 사람들이 초콜릿을 나눠줘서 그거 먹으며 2시간 반 시험을 견뎌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교수님 한 분이랑, 머리를 파마하신 단발머리 교수님 한 분이 감독하셨구요.
참고로 두 분다 남자셨습니다^^
주제는 손 이었습니다. 손에 대해서 처음에 무엇을 쓸까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다른 수험생들은 어찌쓰셨을지 모르겠는데..저는 가장 무난한 손길에 대해서 썼습니다.
내용은 시로 썼구요,
시 첫머리가
나는 햇빛파랑을 머리에 이고
아버지는 한 뼘은 큰 손을 가졌다.
가 1연입니다.
마지막 연은
아버지는 별빛서리를 머리에 이고
나는 한 뼘은 자란 손을 가졌다.
라고 매듭지었습니다.
가운데에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나는 그 손길에 싫어 심장처럼 머리를 파닥였으나
이후 나도 다른 이의 머리에 손을 대어 쓰다듬는 나를 보며 아버지의 손길이 그리워졌다고 썼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수식어구를 썼구요.
그리고 나를 고래로 대입해서 바다와 또 그리움등의 요소를 넣었습니다.
쓰고 나오면서 다른 지원자를 보니 시를 쓴 학생도, 산문을 쓴 학생도 많았는데
저는 시의 내용도 길고, 여러가지 어구가 뭔가 화려하기만 한것 같아 입안이 씁쓸했습니다.
어제 결과가 나왔는데, 예비도 못받고 떨어졌더군요.
그동안 습작도 못하고 시험이다- 해서 시험보는 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르겠습니다.
동덕여대는 시험은 10시 반부터인데, 아침 8시반까지 전원 입실이라고 해서
저는 8시 반에 맞춰 왔습니다만, 문창 시험보는 1실과 2실 모두 아무도 안왔더군요.
8시 반 이후로 너머서 몇몇이 오더니
10시 반이 다다르면서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왔습니다.
동덕여대의 주제는 새로, 어쩌면 너무나 쉽지만 너무나 광범위해서 정말 저에게는 어려웠습니다.
어찌보면 동국대는 쉽게 쓰여진 시였으나
동덕여대는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시간도 동국대에 비해 1시간이나 짧고, 동국대 시험에서 만난 지원자들과 계속 마주쳐서 괜히 마음에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일단은 이곳까지 아침에 시험보러 왔으니 집중하자. 해서 시험에 몰두했습니다.
전, 고래를 자꾸만 쓰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이번 작품도 시를 썼는데, 고래에 대해서 썼습니다.
날고 싶은 고래에 대해서요. 어쩌면 동국대 시험에서 고래에 대해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여운이 남아서 였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실제 사물인 새에 대해서 써볼까 했는데 너무 식상한 것 같고,
새에 초점을 맞추면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벗어나는 것 같아서
사막에 사는 고래가 태양에게 새처럼 날고 싶다고 묻자
태양이 날기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말해주는 방식으로 전개했습니다.
날기 위해서는 그리움을 알아야하고, 그 그리움은 눈물을 통해 바다를 이루며
눈물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되면 날 수 있다는 식으로....기억이 가물하지만 이런 식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래는 날게됩니다. 푸드득 - 헤엄친다는 식으로 끝 맺었습니다.
중간에 행갈이를 잘못한 것 같아
새로 옮겨 적던 중 시간이 다 되어서 행갈이가 좀 찜찜한 처음 작품인채로 그냥 제출 되었습니다.
막상 동국대가 떨어지고 나니까, 그것도 예비도 못받았다는 사실에
동덕여대 역시 자신이 없네요.
시험보는데 감독관께서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100명도 넘는 학생이 몰렸으니 글재주도 재주지만 운도 따라줘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낙방한다고 하더래도 너무 상심하지 말고 좋은 글 쓰라구요.
시험 보는 내내 귓등으로 흘렸는데,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머리 속을 멤돌다군요.
동국대는 단 한명 모집에 75명 정도가 몰렸습니다.
동덕여대는 6명 모집에 100명도 넘게 몰렸구요.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가짐 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능력도 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열정, 그리고 그 열정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이 모인 이 곳에 합격하게 된 사람들,
그리고 지원한 사람들... 모두 문학을 위해 밤새 하얗게 고민했을 그들이
정말로 멋지고, 아직 우리 문학...기대해도 되는 구나 싶었습니다.
죽지 않았구나. 그래, 이런 열기가 있는 한 우리 문학은 계속 될거라는...
한 줄기 희망을 보았습니다.
여러분, 문학을 하고자 이곳에 오시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좋은 글이 나오고 좋은 독자도 생깁니다.
저 역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합니다.
편입의 길을 좁고, 문학을 하고자 등단하는 길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제 인생을 걸어도, 여러분의 인생을 걸어도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더라도 가야지요. 여러분이 아니면, 그리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심정으로 가야지요.
아직은 많이 미숙하고 다듬어야 할 구석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가야지요.
가야합니다. 가야해요. 노력해야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쓰고 열심히 읽고 열심히...할려구요^^
시험을 보고 온 지금, 합격이라는 두 글자보다
의욕, 희망, 이라는 글자가 더욱 떠오릅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다음에는 좋은 결과로 다시금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