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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 합격수기

[도움이될까해서]숭실대 문예창작과 추가합격했습니다.

작성자LikethiS|작성시간08.02.12|조회수2,369 목록 댓글 5

만창5기입니다. 숭실대 예비1번으로 합격했습니다.

1차 추가합격의 경우 예비 5번까지였고, 숭실대는 예비5번까지는 추가합격이 안정권이지 않나 생각합니다.(작년의 경우도)

이 곳은 경쟁률이 20대1로 엄청났기 때문에, 추가합격이지만 굉장히 기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숭실대 시험은 100분간 치러졌고, 제재는 '어깨동무'였습니다.

어깨동무를 주제로 써도 되고 그냥 어깨동무를 이용해서 글을 써도 됩니다. 연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필사용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연필로 시험을 쳤습니다.

10시30분-12시10분까지였는데 구상하는데 50분 정도 쓴 것 같습니다. 어깨동무란 제재가 너무 흔하고 평범해서 오히려 더 어렵게 여겨졌으므로 자연스레 구상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어깨동무가 쓰여진 시험지를 보면서 적어 내려갔습니다.

우정, 친구, 친구와 나.. 가장 먼저 떠오른 것들을 쓰다보니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이 떠올랐고 '아 어깨동무가 누군가에게는 폭력일지도 모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누르는 위치에 있다면 상대방은 약자의 입장이겠지요. 처음엔 이것을 주제로 잡고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숭실대 시험의 경우, 주제를 먼저 떠올렸네요. 아마도 '어깨동무=우정'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저만의 주제의식, 가치판단 같은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어깨동무가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다가, 언젠가 TV에서 본 ‘시각으로(시점)인한 장애인에 대한 폭력’이 마음에 닿아 그것으로 글을 썼습니다. 우리(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장애인을(여기서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혹은 유난히 작은 키의) 내려다보는 것이 그들을 불쾌하게 하고, 자신감을 저해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이것도 폭력일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구요. 그렇게 해서 이것을 바탕으로 얼개를 잡는데(구성을 하는데) 50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더 발전시키다보니 형제애 이야기가 되었지만, 처음의 시작은 [어깨동무=폭력]이었지요.


형제가 있습니다. ‘나’의 입장(동생, 남)에서 글을 썼습니다. 한 살 위인 ‘형’은 선천적으로 하반신 장애가 있어 걷지 못합니다. 나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형은 늘 나보다 키가 작았습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했으므로 나가 더 크고 시선 또한 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형의 경우 몸이 좋지 않아 학교에 잘 가지를 못했고 그런 형의 공부를 ‘나’가 가르치고 도우므로, '나'는 형을 '진짜 형'으로 생각하거나 대우하지 않습니다. 형이 나보다 잘난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팔씨름이지요.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므로 팔 힘이 강한 형을 나는 이길 수 없습니다.(여기서 팔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글의 결말 때문입니다.) 아무리 끙끙대도 나는 지기만 하고 그런 나를 보며 귀엽다는 듯 빙그레 웃습니다.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두 번씩 꼭 우리형제 사진을 찍는데, 그 날이 오면 항상 우리에게 어깨동무를 시킵니다. 그 어깨동무 포즈로 사진을 찍을 때는 형이 항상 위에 있고, 나는 어정쩡하게 앉아야 했지요. 동생인 나는 그게 불만이고 싫지만 (형도 어색해하지만) 아버지는 그 순간이라도 형이 타인과 동등한, 동시에 형으로서의 위치에 있기를 바라며 일부러 어깨동무를 강요하는 것입니다.(물론 나의 입장에서 쓴 것이므로 직접적으로 이렇다라고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묘사를 했습니다.) 형을 존경하지 않는 나에겐 모든 집안의 중심이나 관심이 형인 것을 싫어합니다. 병원비며 관심이며 모든 것이 '형 노릇을 못하는 형의 차지'인 것이죠. IMF의 여파로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하게 되고 그 영향은 나에게도 옵니다. 일정하게 들어가는 병원비를 축낼 수 없었던 어머니와 집안은 '공부 잘하는 나'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며 기숙사생활을 할 수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길 바랍니다. 14살인 나는 차라리 잘 됐다며 기차로 두 시간 거리인 학교로 유학을 떠납니다. '나'는 방학이면 집에 옵니다. 형은 늘 휠체어에 있고, 이제 '나'의 키는 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쑥쑥 크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아버지는 사진을 찍으려는데 나는 '이전의 어깨동무'를 거부합니다. 나가 우뚝 서서 형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형은 ‘나’의 아래에 있게 됩니다. 넌지시 예전처럼 하라고 말씀을 하지만, 아버지도 더 이상은 그 포즈를 취하기를 강요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형의 팔 힘은 대단하고 항상 나를 이기지만 그런 것쯤은 나에게 패배감을 주지 않습니다. 신체약점 상 팔힘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어쨌든 나는 항상 자신이 형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나에게 형의 서울 구경을 부탁합니다. 아픈 형이 지금이 아니면 언제 서울을 구경해 보겠냐는 것이죠. 형과 함께 상경합니다. 휠체어로 이동을 하는 형은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하기 때문에 나에게 굉장히 미안해합니다. 지하철 까지 가는데도 걸으면 3분일 것을 형과는 20분이 걸립니다. 끙끙대며 내려와서 형과 함께 지하철을 기다립니다. 형은 형 노릇을 못 해서 미안하고 말합니다. 저는 대답을 않고서 가만히 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한 여자아이가 떨어져있고 어머니가 울고 있습니다. 멀리서 지하철 소리가 들리고 선뜻 누구도 나서지 못합니다. 그 때 쿵.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니 형의 휠체어가 비어있습니다. 점프대에서 튕긴 듯이 아이가 선로 위로 튀어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그것이 형과 나의 마지막입니다. 이 일화는 뉴스로 보도됩니다. "하반신 장애인이 5살 여아를 구했다.."며 뉴스에 보도되고,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옵니다. 모두들 형의 죽음을 슬퍼하는 동시에, 자랑스러운 형을 뒀다며 말을 건넵니다. 그 동안 자신의 방식으로 형을 무시했던 것 때문에 미안함에 사로잡혀 영정사진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합니다. 황당한 제안에 멍해 있던 나에게 영정사진을 주고선 아버지는 카메라를 잡습니다. 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어깨동무를 취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형이 옆에 없는 나는 어깨동무를 하지 못합니다. 대신 영정사진을 가슴에 싸고서 꼬옥 안습니다. 눈물 속에서 형을 떠올려 봅니다. 형을 안아본 적이 있었던가. 늘 기 싸움만 하던 우리였는데, (혹은 나였는데) 생각해보니 형을 안아본 적이 없습니다. 포옹속에서 형의 따뜻함을 느낀 나는 조용히 웃으며 형과의 마지막 사진을 찍습니다.



숭실대 문예창작과 실기시험의 경우, 시험지(=연습지) 한 장과 2000자 원고지를 줍니다. 다른 곳에서 시험을 칠 때는 200자 내지 500자 정도의 여유 분량이 더 있었는데 쓰다보니 2000자만 있는 것을 보고 정말 당황했습니다. 글을 길게 쓰는 편이라 모자랄 것이 확실했거든요. 가까스로 양을 맞추고 1997자의 글을 썼습니다. 글의 분량 때문에 진땀을 뺐던 것 같네요.


몇 군데 학교 시험을 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자신 없던 실기였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 너무 진부한 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운이 좋게 예비1번을 받았고 이렇게 합격을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합격을 저보다 더 기뻐해주신 정서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제 합격수기가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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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혜빈 | 작성시간 08.02.13 언니 정말 축하드려요!! 언니의 구수한 사투리 또 듣고싶어요..ㅋㅋ
  • 답댓글 작성자LikethiS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2.13 이런-_- ㅋㅋㅋㅋㅋ 고마워 ㅋ
  • 작성자낸씨 | 작성시간 08.02.13 언니 최고다. 축하해 너무너무!
  • 답댓글 작성자LikethiS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2.13 고맙다 ^^
  • 작성자정서 | 작성시간 08.02.17 어깨동무에 대한 색다른 발상이 좋구나. 내용과 발상의 연관이 조금 부족했지만, 주제를 듣고 생각해낸 발상은 독특하다. 관점에따라 같은 현상이 달리 보이고, 초점에 따라 같은 내용이 낯설어진다. 그런 방법을 어느새 터득한 것 같구나. 가치판단의 중요성 역시 잘 숙지했고 말야. 역시 진지하게 수기를 읽었다. 입시생들을 위한 성의있는 수기는 항상 뿌듯함을 준다. 3관왕 자격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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