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처음으로 쓰는 합격수기라 너무 기뻐서 그러니까 양해를...ㅋㅋ)
열심히 구경만 하던 수기 게시판에 직접 글을 쓰는 날이 오다니, 가문의 영광이네요.ㅋㅋ
저는 경기도에 있는 모 4년제 대학교 문창과에 입학했다가 2주만에 자퇴를 하고, 상상촌 3월부터 수업을 들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문창과 스타일'의 글만 쓰면 죽을 쑤곤 하는데다가, 원서 마감 하루 전날 친구가 명지대도 실기를 본다는 걸 알려줘서 입시요강도 읽어보지 않고 지원해 기대도 안 했는데... 운좋게 붙었네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저를 붙여준 명지대... 너는 내 운명
명지대는 1차에서 수능+학생부 성적으로 6배수로 걸러내고, 2차에서 실기 50%+학생부 25%+수능 25%를 반영합니다.
부끄럽지만, 혹 명지대 지원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하여 제 성적을 공개하자면,
학생부 성적은 언수외탐 3.5등급이었고, 수능은 언어 2(95), 외국어 5(54), 사탐 2(90)/3(81)/4(70) 이었습니다.
괄호 안은 백분위이고, 수리는 뿌리 깊고 뼈대 있는 수포자라 패스.
매년 입시 성적과 결과는 달라지기는 하지만, 6월 모의평가 이후 손 놓았던 저 성적으로도 붙었으니...-_-;
학생부든 수능이든 평균 3~4등급 정도만 되시면 성적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잠도 많이 자지 못했고 학교 가는 길에 버스까지 잘못 타서 고사장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컨디션은 여러모로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시이후 한번도 원고지에 쓴 적이 없었는데 원고지를 주더군요.
이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저의 잘못이지만 ㅜㅜ 혹시나 해서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ㅎㅎ
운문과 산문 시제는 각각 두 개씩 주어지고 둘 중 하나를 택해 쓰면 되고, 시험 시간은 세 시간입니다.
산문 시제는 <외출, 명암> 였는데, 저는 명암을 골라 글을 썼습니다.
이야기는 클림트의 <다나에>라는 그림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클림트의 그림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나’의 집안은 클림트의 모작이 가득한데, 그중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나체의 여성이 가슴과 허벅지, 둔부를 드러내고 웅크리고 있는 <다나에>라는 작품입니다.
아버지가 왜 클림트와 <다나에>라는 작품을 좋아하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클림트가 아버지와 같은 탐미주의자이며, <다나에>라는 작품이 클림트의 섹슈얼리티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 역시 그 그림에 홀린 것처럼 시선을 뗄 수 없게 됐을 때, ‘나’는 언젠가 그 그림을 떼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아버지는 유명 탐미주의 사진작가로 특히 여체(女體)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한 사찰에서 비구니 누드 사진 전시회를 열려는 시도가 좌절되고 떠난 프랑스에서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평소에도 아버지는 해외나 지방으로 자주 출사를 떠나 일 년 중 집에 머무는 것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기에, ‘나’는 아버지의 부재(죽음)를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또 언제나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고, 죽는 순간에도 추하지 않길 바라왔던 아버지였기에 ‘나’는 아버지의 죽음이 참 그답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온 ‘나’는 동거하던 여덟 살 연하의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말도 없이 떠난 것을 알게 되는데, ‘나’는 동거를 하다 보면 종종 있는 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집을 매물로 내놓고 아버지의 집으로 갑니다.
‘나’는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아버지의 서재 겸 작업실로 들어가는데, 그곳은 아버지가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방입니다. ‘나’에게 큰 관심도 없고 뭔가를 요구하지도 않던 아버지가 유일하게 내린 금지령(?)이었죠.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며 ‘나’는 금기를 깼다는 것에 묘한 흥분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책상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사진첩을 발견하는데, 사진첩 첫장에는 날짜와 국가, 아버지가 출사를 다녀온 나라의 풍경이 담겨있습니다. 단순히 아버지의 사진첩인 줄 알고 계속해서 앨범을 넘기던 ‘나’는 외설적인 포즈(눈이 풀린채 침대에 누워 팔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등)를 취하고 있는 여자들의 사진과 그 옆에 여성의 이름과 국적, 그리고 음모로 보이는 털(;)을 발견합니다.ㅡ아버지가 그동안 잠자리를 한 여성들이죠.
아버지가 그토록 부르짖던 아름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구도와 명암, 배경 모두 엉망이고 적목 현상까지 일어나 있는 사진을 보며 과연 아버지가 찍은 사진이 맞나 의심을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찍혀있는, 아버지가 준비하던 비구니 누드 전시회의 모델이 되어주었던 비구니의 사진과 음모를 보고 아버지가 찍은 사진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나’는 문득 아버지가 잡지에 기고한 칼럼을 떠올립니다. 신상(神像)들은 모두 인간의 모사로 만들어진 것인데 신들에게는 (음모를 비롯한) 체모가 없다며, 인간과 신은 한끗 털 차이라 비꼬고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죠. ‘나’는 이런 식으로 뻗어나간 아버지의 탐미주의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아버지가 숨기고 싶어했던 어두운 면을 알게 된 것에 쾌감을 느끼고, ‘나’의 남성 편력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해 은근한 동질감마저 느낍니다.
아버지의 작업실을 나온 ‘나’가 거실에 걸려있는 <다나에>를 보며 그림의 여인이 음모를 숨기기 위해 웅크려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예술과 외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명과 암은 모두 한끗 차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저의 한계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쉽네요. 인물 관계 구조도 다소 뻔하고 비약적인 부분도 많고요. ㅠㅠ
아쉬움은 크지만, 붙었음에 감사하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ㅋㅋㅋ
글이 너무 길어져서 죄송하고요. ㅠㅠ
선생님, 그동안 제가 선생님께 많이 기대고 한편으론 짐까지 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조금이나마 보답을 할 수 있게 돼서 기뻐요. 여러모로,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고맙습니다.
선생님께 글을 배우고 쌤과 만난 건 정말 저에게 큰 행운이었어요.
(무슨 프러포즈 하는 것 같고... 좀 오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리지만 붙었으니까요 뭐...ㅋㅋ)
까르보나라 먹으러 가요! ㅎ_ㅎ♥
폴아저씨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는데... 정말 감사해요. ㅠㅠ
문득 아저씨를 한번도 뵌 적이 없었을 때 '폴아저씨는 정말 아저씨인가?'로 고민(?)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처음 아저씨를 뵌 날만큼은 아저씨가 연예인처럼 느껴졌어요. 지금은...ㅋㅋㅋ쿠헿
저 상상촌 가면 반갑게 맞이해주세요! 헛개수와 함께 갈게요!
상상촌 많은 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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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보람차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2.07 지난 1,2주는 정말... 악몽같았어요. 언니랑 만났을 때ㅋㅋㅋ '우리 지금 뭐하는 거지?'를 몇 번이고 반복했던 그날이 떠오르네요... ㅠㅠㅠ 언니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제가 훠얼씬 더 감사했어요. ㅠㅠ 언니 조만간 또 만나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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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빠세 작성시간 12.02.07 나돋 축하해..우리 람찬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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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보람차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2.07 언니... 왜케 아련...해요... 마지막...축하처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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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요정콩미 작성시간 12.02.08 와! 소재랑 주제가 너무 좋네요. 짧은 시간에 이런 소재를 잡아낼 수 있는 건 능력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쪽으로 부족해서
^^; 수기 읽고 그림을 찾아봤어요.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능력이 제대로 발휘한 것 같습니다. 백일장 때 쓰신 작품도 늘 기발해서 재밌게 잘 읽었었는데 명지대 합격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즐거운 대학 생활 하시길 바래요 :) -
답댓글 작성자보람차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3.10 헉. 이제야 댓글을 답니다...ㅋㅋㅋ 감사합니다 콩미님. ㅠㅠ 콩미님도 즐거운 대학 생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