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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 합격수기

[고맙습니다]숭실대 문창과 합격 수기

작성자정-한-영|작성시간09.01.31|조회수1,879 목록 댓글 5

 뜻밖의 합격을 확인한 뒤, 기대와 걱정 속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이 카페에 소극적인 회원이었고,

구경만 하던 입장이라 합격 수기를 올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2~3년 동안 이 카페에서 얻은 많은 정보에 대하면

예의가 아니라 생각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카페 게시물에서, 또 채팅방에서 만났던 인연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의 의미로

합격 수기를 올립니다.

 

 저는 일단 가군에는 어떠한 대학에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상향 아니면 재수. 이런 마음이었거든요. 가군에는 마음에 닿는 대학교가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나군에는 동국대와 다군에는 숭실대. 이 두 곳에만 넣었습니다. 예대는 아시다시피 날짜가 겹쳐서 못 넣었고요.

 

참고로 전 동국대 앞에 살아요. 당연히 동국대에 애착이 있고, 동국대 출신 작가들도 선호하는 편이라 동국대 합격을 기대했지만, 그건 그저 기대였나 봅니다. 어찌 되었든, 동국대에 떨어지고, 숭실대 실기를 보러 갔습니다. 수능도 평소 실력보다 많이 떨어지고, 습작 연습도 안 하고 있던 터라, 재수를 생각하고, 계획까지 세운 상태였습니다. 숭실대 경쟁률 17:1이라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차라리 입학 전에 더 많은 책도 읽고, 더 많은 것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요. 그래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갔습니다.

 

주제가 '그가 밤을 샌 이유' 였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문에는 맞춤법 오류가 있거든요. '샌'이 아니라 '새운'이 맞는 표현인 것이죠.

즉, '그가 밤을 새운 이유'가 맞는 표현이라 펜으로 주제문을 알맞게 고쳤습니다. 전 평소에도 선생님들에게도 맞춤법 지적을 하는 편이라 이런 건 그냥 못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뒤에 감독관 님이 빤히 제 문제지를 쳐다보시더군요. 저 주제문을 왜 고치나 하는 눈빛으로요.

 

어쨌든 그렇게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 100분이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안 나더군요. 전 습작은 고1 때 주로 했고, 2학년 때부터는 방학 때 위주로 했기 때문에 3학년 때 습작은 동국대 수시, 동국대 정시. 이게 연습의 다였습니다. 그러니까 숭실대 실기 전에 습작 연습을 못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마음을 비운 상태여서 습작을 안 하고 있던 터였죠. 그저 구상이랑 독서를 위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 없이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예전에 구상한 것을 끌어다 보려 했지만, 너무 억지 같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릿속에 확 지나가는 것이 있더라고요. 노량진 새벽 수산 시장이었죠. 고 3 수능 끝나고, 연말이라 담배 단속이 심해져서, 담배를 못 피우고 있던 터라, 새벽 일찍 나가서 사는 김에 수산 시장에서 구경을 좀 하다 오려고 인터넷에 관련 글을 찾아 본 적이 있었거든요. 갔다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것을 제재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사실 콩트를 쓰려 했으나 쓰다 보니 수필이더군요. 그런데 이 내용은 수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억지로 갈등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습니다. 

 

내용을 대충 써 보겠습니다. 깨달음을 얻고자 새벽 시장에 구경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아침형 인간을 다짐하고, 또 밤을 새우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피사체가 되어도 웃어주는 그런 상인들의 인정을 배우고 돌아옵니다. 하지만 정작 배우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자신들의 마음을 챙기고 오지만, 그 상인들의 마음을 챙기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들이 새벽 시장에서 밤을 새우며 즐겁게 일을 하는 그 마음은 배우고 오지만, 그 속에 있는 아픔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그저 카메라 플래시를 찍어대기만 바쁘고, 그 상인들의 마음은 찍어내지 못합니다. 그들이 밤을 새우는 것은 습관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이며 의지라는 것을. 사람들은 그곳에 구경가서 새벽에도 활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상인들을 보며 특별하다고 하지만, 정작 상인들은 평범하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고 일어나는 우리를 특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고. 

상인들은 손님들을 보면 당연히 웃어야 하고, 말벗이 되어주어야 하고. 싫은 내색을 조금만 하면 인터넷이다, 뭐다 해서 수산 시장 이미지 걱정 때문에 힘든 새벽 노동에도 구경 오는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해 주어야 한다고. 우리는 그들의 겉모습만 배우고 왔다고. 그래서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밤을 새우는 그 사정을 모르고 온다는 겁니다. 이 세상에 밤을 새우는 것을 습관적으로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수산 시장 어딘가에는 조는 할머니가 있을 것이고, 졸음을 참아내기 위해 찬물 세수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밤을 새우는 이유는 우리에게 구경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대충 이런 식이었는데, 다시 써 보니 실기 가서 쓴 거랑은 조금 차이가 있긴 하네요. 그때 썼던 것을 잘 전한 것 같진 않지만, 대강 이런 개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내용 속에 재밌는 수산 시장 에피소드랑 문체를 곁들였던 것 같네요.

 

실기 날에는 그래도 빠진 사람들이 더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합격하신 분들이나 포기하신 분들이었겠지요. 저는 그분들보다 뛰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뛰어나서도 아니됩니다. 저는 연습벌레가 아니거든요. 이제는 펜을 적극적으로 들 때가 된 것 같아 기분은 좋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고1때 가장 열정적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로 다시 돌아가야겠죠. 어찌 되었든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보고, 채팅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정서 님과는 수작 한 번 나누지 못한 학생이었지만, 그래도 그 분의 글을 보며 많은 공감과 이해를 하곤 했었습니다. 많은 문학도들과 글을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카페에 많이 들르고 싶네요. 제 성격 상 적극적으로 임하지는 못하겠지만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건필하시고, 오늘도 펜과 악수하며, 또 종이와 살결을 비비며 그렇게 글과 우정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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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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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서 | 작성시간 09.01.31 닉네임이 낯익습니다. 훈잡방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네요. 다짐대로 적극적인 글쓰기가 시작되겠군요. 평가에 연연하지 마시고 스스로에게 가장 적극적인 작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합격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카페에 대한 애정과 배려에도 깊이 감사드리구요. 건필하세요. ^^
  • 작성자키키쩡 | 작성시간 09.01.31 축하해요!!!!!!!^^
  • 작성자디바다 | 작성시간 09.02.01 축하합니다^^~
  • 작성자한웁 | 작성시간 09.02.01 축하드려요 !!!!!!!!!!! ㄱ갸
  • 작성자말리 | 작성시간 09.02.02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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