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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원고ㅡ시 3편

작성자책벌레정민기|작성시간26.06.09|조회수8 목록 댓글 0

 새벽 빗소리 한 잔 들이켜며

 


 정민기

 

 


 새벽 잠결에 빗소리 한 잔 들이켜고 있다
 향기롭지만은 않은 꽃사슴 같은,
 침묵 한 켤레를 신고 걸어 나가는 어둠
 잔잔하게 내려앉은 허다한 수다
 고등어 같은 우화를 앞뒤로 뒤집어 가며
 노릇노릇하게 굽는 동안 생각이 핀다
 알파와 오메가에서 멀어진 첫사랑
 나는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이 전혀 다른데
 풀 향기 진하게 두리번거리는 사랑 한 잔,
 갈망하다가 마음에 그만, 흠집이 난다
 내 눈길이 가는 곳마다 너는 녹음이 져서
 추억 두고 갈 곳 있다는 가벼운 포만감!
 마음을 펼쳐 빗소리에 젖은 너를 말린다
 너의 목소리가 내 귓속에서 잠자는 그동안
 나는 귀를 잠그지 못하고 열어 놓는다
 어둠과 맞서느라 빛 눈물을 흘리는 가로등
 바위처럼 단단한 기억은 깨지지 않아서
 너 하나 때문에 작은 내 온몸이 흔들린다

 

 

 

 

 

 아침마다 투명한 거울로 들어간다

 


 정민기

 

 


 아침마다 투명한 거울로 들어간다
 그 속은 동굴처럼
 입구가 커다랗고 동그랗게 뚫려 있다
 맞선이라도 보는 듯 마주 앉아
 누구와 대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리움의 틈 속에서
 해맑은 웃음으로 민들레가 피어나던
 추억의 시절 쫓아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
 거울에서 속절없이 나오는 길,
 잠시 머뭇거리다가 거울 가에 쪼그리고
 앉아 다독이는 아주 자그마한 사랑
 언젠가 보았던
 빛을 비운 낮달 그 찻잔 안에
 찌꺼기로 그대 남아 있을까, 싶지만
 노을처럼 얼룩지지 않은
 추억 아닌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헤매던 마음과 마음이
 충돌하여 순간, 사랑이 멸종되더라도
 모기처럼 집요해지고 싶지는 않다

 

 

 

 

 

 마음에는 고향의 바닷가에 서서 낚시하는데

 


 정민기

 

 


 마음에는 고향의 바닷가에 서서 낚시하는데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꿈결의 미끼에 걸려
 母情의 갈매기는 여전히 끼룩거리지 않는다
 준비할 시간도 없는, 준비한 사랑도 없이
 기억은 수평선처럼 늘어지게 잠만 자고 있다
 불량한 물고기만이 어이없게도 걸려들고
 민들레 꽃씨처럼 마음 넘실넘실 바람을 탄다
 선물처럼 깨어난 꽃봉오리가 사랑으로 피어
 메마른 하늘에 구름 가득가득 채워진다
 가을아, 애타게 불러 보아도 여름부터 오는데
 갈수록 사랑 타령은 저녁노을 한 잔 마신 듯
 블랙커피처럼 쓸쓸하다는 생각 불어온다
 슬프디슬픈 약속 하나라도
 꽃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우려고 하면 끊어진다
 용서할 수도 없는 지난날이 다시 환상으로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고 있다
 바라는 것 단 한 가지도 없었던 지난 순간,
 다디단 새벽잠 깨어 피어나길 바라는 눈망울
 너도 한여름이기에 뜨거운 마음이지만
 그 쓰라림은 삼키기 힘든 보약 같기만 한데
 소박한 저 저녁노을 한 잔 나란히 마시면
 우리 사이에 별 하나 반짝거릴 것으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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