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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향기

믿음과은총

작성자마리향기|작성시간26.06.14|조회수0 목록 댓글 0

믿음과은총

                                                                 장민영 클라우디아 | 은행동 본당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있다.

성전 앞자리, 제대가 가장잘 보이는 곳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묵주를 굴리시는 할머니 자매님들이다.

길이 미끄러운 날에도, 비바람이 부는 날에도 그분들은 늘 먼저 와 계셨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그분들의 꾸밈없는 신앙이 자꾸만 나를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자꾸 핑계를 대고 있었다.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아이들 챙기느라정신이 없어서’…

그럴듯한 이유를 늘어놓으며 기도와 평일 미사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본당에서 봉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내 마음은 얼마나 담겨 있었을까 생각하면 부끄러워진다.

물론 처음 시작은 보람과 기쁨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다는 말을많이도 했다.

‘왜 나만 이렇게 할 일이 많은 걸까?’

티도 안 나는 나의 수고와 노력이부질없다는 생각들이 슬며시 올라왔다.

입으로는 봉사라고 했지만, 어쩌면 나는

하느님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아이들만큼은 신앙의 울타리 안에서 잘 자라주기를 바랐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데, 나는 과연 어떤 등을 보여주고 있었을까?

특히 사춘기에접어든 아들과의 시간은 쉽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아들은 성당 가는 일을 귀찮아하기시작했다.

열심히 활동하던 복사단도

중학교에 입학하며 그만두었고, 미사보다는 친구가 우선이 되어 성당과도 멀어졌다.

때가 되어 견진성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반응은 차가웠다.

“싫은데, 왜 해야 되는데?”

아이를 설득하려 잔소리도 해보고, 화도 내봤지만

그럴수록 아이의 마음은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를바꾸려고만 했지 정작 나는 변하려 하지 않았음을.

“주님, 아이를 바꾸려 하기보다 제가 먼저 변화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세요.”

억지로 무언가를 해내려던 마음을 내려놓고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분위기를 먼저 느끼는 존재였다.

얼마 전만 해도 성당 이야기를 하면 금세 표정이 굳어지던 아이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의 암 진단이 아들의 마음을 붙들어 주었고, 그렇게 거부하던

견진성사를 할아버지를 위해 봉헌하겠다고 결심해 주었다.

다시 성당에 나와 견진 교리를 시작한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아들은 견진성사를 받을 만큼 아직완전히 성숙한 신앙인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나 역시도 그렇다.

여전히 흔들리고, 게으르고, 때론 하느님보다 세상 것들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산다.

하지만 이제 안다.

하느님께서는 완벽한 사람을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려는 마음을 기다리신다는 것을.

그렇기에 나의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주님께 걸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키는 그 믿음.

그분들도 아마 수많은 흔들림과 눈물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오셨을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성전 앞자리를 지키는 자매님들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믿음으로 신앙생활을 해나가야지.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들도 삶이 흔들리는 날,어린 시절

어렴풋이 보았던 엄마의 기도하는 뒷모습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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