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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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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성현|작성시간26.06.21|조회수34 목록 댓글 0

제목: 안녕, 나의 작은 우주야

 

어느 날 내가 눈을 떴을 때, 내가 있는 곳은 마치 우주의 한 가운데 같았다. 아마도 숨은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두웠고 하늘이 짙었기에 그렇게 나는, 그냥 내가 우주 한가운데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줄 알았다. 우주는 광활하고 끝없이 창대하고 지겹게 탄생한다. 그런 나의 세상은 끝이 없다. 우주의 지평선 너머에 저무는 노을은 어떤 날에 누군가의 소망이자 또 어떤 날에는 누군가의 멸망일 것이고 또 하루의 끝에 행복일 것이다. 나는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싶지 않다. 노을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노을은 나를 살고 싶게 만들고 노을은 나의 가슴이 벅찰 만큼 심장을 뛰게 하는 기폭제다. 그런 넌 내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 난 늘 어두운 시간을 곁에 두었으니, 네가 바깥으로 나올 때, 나는 무거운 눈물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그런 너를 보려면 고개를 꺾어야만 했다. 굴곡 없는 세상에 굴곡 있는 사람이 되려고 난 내 몸을 헝클이다, 비틀어진 하늘을 탓했다. 신이 있는 건지, 신을 탓해도 되는 건지 두렵다가도 반항심에 나는 혼자 신이 무언지 되물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광대를 구기고, 신이 나를 몰래 지켜보고 있을까 싶어 하늘은 비가 올 때가 아니면 올려다보지 않았다. ‘걱정하지마 구름이 가려줄 테니, 끝없이 이어지는 밤을 구름이 다 집어삼킬 거야 구름은 여럿이니까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무채색의 외길에 혼자 가만히 서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에 혼자 우두커니 외로이 있는 가려운 감정을 발견했다. 난 우주에 있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런 마음에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상처가 덧나길래 닿지도 않을 입김을 불어대다가 이내 난 이명을 덮고 잠을 청했다. 이튿날 뒤에 깨어나 주변을 살폈는데 내 보물을 다 잃어버리고 난 후였다. 그렇게 다시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숨을 고르다 다시 눈을 떠보니 나의 이전 생에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이 내게 전하길 하늘에서 날 보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잘 지내는 거 같아서 어떻게 된 건지 말을 걸으려 먼 곳에서부터 발걸음을 내게로 옮겼다고 한다. 분명 나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내 집 근처에 감나무를 두 그루를 심어놓았는데 슬프다. 아마 어제 시들어버렸다. 난 이렇게 죽은 것들을 밟아 오르지 못해 점점 내 가슴을 파고드는 것들에게 줄곧 내게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친절하게 말이다. 앞으로 두 걸음을 가면 사월이 나오고 위로 세 걸음을 옮기면 다섯 살의 모습을 한 내가 마중을 나오고 그 밑으로 열 한 걸음을 옮기면 지옥이 나올 텐데 그것도 모르고 잘만 간다. 그래서 더 이상의 희망은 필요 없다. 나의 내면의 궤도는 언제부터인지 일그러져 있었다. 그도 그런지 본질의 뿌리는 외피에 매를 맞고 줄곧 같이 걷던 선의가 어제는 효율에 잠식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하여 나의 중심은 처량한 마지막 잎새와 함께 재단되었다. 아직 익지 않은 감나무였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아 내일은 외적 기준이 아닌 또 천 개가 넘는 내면의 사유로 선을 길게 그을 것이고, 타협이 아닌 진실로 축조된 심연의 영역을 31주일 동안 잘 다듬어 나의 일화에 자리한 도심 끝 결에 조용히 눕혀 재울 것이다. 한 편 놓인 그것은, 나의 슬픔에 지층을 깊게 또 깊게 파고든 무언의 희망이자 정념이다. 사유는 언제나 심연에 놓인 분기점에 정착하며, 내가 바로 옆에서 봤을 때 그것은 행위와 침묵 사이에 살고 또 존재와 부재 사이에 연명한다. 그러나 이들도 이들의 중심엔 늘 결핍이 함께 한다. 아마 외로워 보이진 않는다. 그러다 나에게로 전이된 미미한 바람은 그런 결핍이 허물로 여겨지지 않기를 조금은 심의를 겸하여 소망하다, 이내 한 시간 만에 삼켜버릴 거 같다. 집어삼킨 것들이 전부 소화가 되면, 난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내 발자국을 들여다볼까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오늘 아침에 나에게 물어봤는데, 아직 눈물을 흘리고 있길래 한숨을 길게 내뱉고 그만 그 안에서 나와버렸다. 아직 걔는 우주에 있길래 나는 감나무에 물을 5분이나 주다가 내가 마실 물도 이제 없는 것 같아서 내가 흘릴 눈물을 미리 꺼내다 썼다. 달에서 불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길래, 내 앞에 한 쌍의 문을 심고 흔들릴지, 흔들리지 않을지 시험을 해보니 그 문은 아주 튼튼해서 누구도 쉽게 드나들 수도 훼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처음 만들어본 게 아니라서 조금은 능숙한 것은 네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들리나? 들려도 상관없다어차피 나의 이중성은 사계절에 비하면 두 개나 적으니까 봄과 가을에 비명을

내용지르고 여름과 겨울에 웅크려 들면 아무도 이질감을 질겅질겅 씹어대지 못할 것이다. 잎새 하나가 천천히 내 시야에 들어오는데 얘가 나에게 말을 건다. “단오의 향이 코끝을 찔러, 그래서 화가 나하길래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도 나의 우주에선 절망을 가질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낙엽은 이미 갔는데 그것도 아프게 말이다. 분노에 짓밟히고 추위에 부스러지다 더위에 소멸하였다. 잎새도 이제 죽은 해바라기의 줄기를 존경할 때쯤에 누군가 낙엽이라 부를 텐데 참 기쁜 일이다. 계절의 순환과 생명의 윤회 속에서 우리는 모두 날지 못하는데, 너는 날 수 있지 않냐며 나는 성을 냈다. “너는 이해가 돼? 우리 전부가 날 수 없잖아.” 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은, “코앞에 죽음의 문턱이 기다리고 있어도 기뻐해야 하는 거잖아”, ‘나도 날 수 있다면 죽을 텐데라고 혼잣말을 내뱉으며 낙엽을 짓밟고 감정을 열고 달렸다. 무섭게 나를 향해 쫓아 올 줄 알고 겁이 났다. 아마 들키진 않은 것 같다. 그렇게 3월을 향해 달리다 난 4월에 한 번 웃고 다시 온 힘을 다해 달리다, 나를 앞지르던 6월에 부딪혀 넘어졌다. ‘내 세상인데, 내가 부딪혀도 나를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는데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6월을 한 번 노려보고 입을 막았다. 저 멀리서 3월이 나를 부르고 6월이 날 향해 웃다가 9월이 날 보며 울길래 달려가 봤더니 글쎄 9월에 내가 왼손에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오른손에 쥔 칼로 9월을 마구 해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분명 9월은 1600일 전에 죽었는데 나는 다시 9월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는 것이 무섭고 재밌었다. 이렇게 계절의 다른 이름은 절망이라고 난 하늘에서 자고 있던 구름에게 전해주다가, 목소리가 너무 커져 그만 10월이 들은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냥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담배를 좀 줄여야지 하다가 담배만 보면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고 겨울에 도착하면 난 앉아서 좀 쉬다가 자고 있을 2월을 깨울 게 분명하다. 내 목소리가 거기까지 닿지는 않으련만 난 또 이렇게 소나무 옆에 헛된 희망을 처박아두고 내 작은 세상, 우주에 있는 나를 바라본다. 어두워서 보이는 건 없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내가 없는 사이에 많이 다친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딱히 물을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빨리 긴 잠에 빠져 행복한 꿈이나 실컷 꾸다가 깨어나면 또 한참을 울어대기나 했으면 좋겠다. 나의 머리맡에는 희망이란 액자가 걸려있는데 난 그 아래에 후회를 베고 자곤 한다. 나의 옆에선 괴로움이 항상 깨어있고 때가 되면 나를 마구 흔들어 깨운다. 한참 꿈에서 꽃을 심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의 노력을 깨뜨려버렸다. 자기가 무책임하다는 걸 알려나 모르겠다. 내일도 꿈을 꿀 것이다. 크게 피곤하진 않아도 그냥 눈을 감고 절망을 센다. 하나둘 세다 보면 어느새 나의 우주에선 십만 가지가 넘어간다. 그럼 그 절망은 나의 우주에 빛을 꺼뜨리고 그곳에 살던 나는 더 어두운 곳에서 단잠을 청할 순 있게 된다.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을 연명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지나가다 보이는 소나무의 솔잎서 나오는 꽃가루의 입자보다 많을 테지, 그들에게 끝없는 희망과 나의 작은 우주를 보여주기 위해, 이 한 우주 안에, 우리 함께 마시는 소나무의 잦은 한숨은 처량하며 씁슬하다는 것을 배반할 수도 없다. 바람결을 따라 휘날리는 만 그루의 나무들, 그 안에 뻗어난 가지의 아이인 잎사귀들은 이제 막 태어나 살랑거리며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를 바닷가에 데려다주듯 파도가 치는 소리를 연상케 하고, 떠나가는 꽃가루들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인가, 연인을 잃은 많은 이들이, 하늘보다 높은 곳에서 흘릴 혈 비()이며, 또 얼마나 많은 선인이 걷게 될 로() 인지 우리는 서로를 닮은 과오(過誤)를 반복하다. 이내 자멸한다. 모든 서사는 찬란하고 그런 서사를 머금은 당신이, 오늘 어떠한 이유로든지 조명되었다. 나의 작은 우주도 한 줄기의 빛이 있고, ‘ 빛 또 한 어둠 속을 스스로 걸어 들어가야만 끝내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래 나는 하얗기만 한 백화가 좋다. ’ 나는 아직 절망에 헤엄치고 있지만, 이곳에서 나간다면 왔던 길을 돌아갈 것이다. 시간은 지나가지만, 그것은 증발이 아닌 자유의 헤엄인 것을. 나는 내일 자작나무의 껍질을 얇게 썬 뒤, 백화가 좋은 이유를 백 가지는 적을 것이다. 그러고 난 후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 그 이유를 들려주고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볼 것이다. 지금껏 잘 왔다며 알려주고 지금도 잘 가고 있다고 알려줄 것이다.

그런데 웃음을 잃은 넌, 내게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우리의 뒤엉킨 발자국은 나의 세상에 슬픈 표정을 짓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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