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 국화꽃의 개화 - 소쩍새와의 인연(봄)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 국화꽃의 개화 - 천둥과의 인연(여름)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중년의 원숙미(가을)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 무서리 및 화자의 깨달음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7.5조의 3음보)
성격 : 전통적. 상징적. 불교적
심상 : 시각적. 청각적 심상
표현 : 의인. 상징. 대유
구성 1연 소쩍새와의 인연(기 - 국화 꽃 탄생의 첫 과정)
2연 천둥과의 인연(승 - 봄의 단계를 거쳐 여름에 겪게 된 삶의 도정)
3연 중년기의 원숙미(전 - 국화의 이미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제시)
4연 무서리 및 시인과의 인연(결 - 우주의 섭리 앞에 그 경건성 다시 확인)
제재 : 국화의 생태
주제 : 온갖 고뇌와 시련을 거쳐 도달한 생의 원숙경(圓熟境)
출전 : <경향신문>(1947)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국화 한 송이를 통해서 느끼는 생명의 신비와 그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우주 삼라 만상의 협동 과정을 불교적 인연설에 상상력의 뿌리를 두고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3연에서 국화는 시적 화자의 '누님'으로 비유되고 있다. 그런데 인고와 방황의 젊은 날을 거치고 난 후의 성숙한 중년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또 그를 거울 앞에 서게 함으로써 자아 성찰과 자기 확인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소쩍새의 울음(봄)'과 '천둥 소리(여름)' 그리고 '무서리(늦가을)' 등이 국화의 개화에 참여하는 전 우주의 협동 과정이 시인의 '불면'과 짝을 이루어 생명의 신비를 탄생케 하는 장면은 이 시인의 뛰어난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피어난 국화는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다. 그 꽃의 모습은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 곧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치고 무서리가 내린 과거의 시간으로부터 돌아와 지난날을 자성(自省)해 보는 누님 같은 꽃이다. 따라서, 국화는 성숙한 작기 인식을 표상하는 시적 상관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