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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욕(六欲) 감추기를 거북같이 하고, 마음 방호(防護)하기를 성(城)같이 하라
한 수행자가 강변의 나무 밑에서 12년이나 수행(修行)하면서도 탐욕에 대한 생각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란해서 오직 육욕(六欲)만을 생각했다.
눈으로는 형태, 귀로는 소리, 코로는 냄새, 입으로는 맛, 몸으로는 촉감, 마음으로는 법(法)을 생각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늘 바삐 움직여 한 번도 쉴 때가 없었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그 수행자를 제도(濟度)코자 그곳에 오셔서, 함께 나무 밑에서 묵으시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속으로부터 거북 한 마리가 기어나와 나무 밑으로 오는 것이 보였고, 곧 뒤를 이어 굶주린 끝에 먹이를 찾아다니던 물개가 나타나 거북을 먹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거북이 머리와 꼬리, 그리고 네 다리를 움츠려 배갑(背甲) 속에 감추어 버렸으므로 물개는 먹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물개가 약간 떨어지면 다시 머리와 다리를 내어 전처럼 기어가기 때문에 물개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거북은 끝내 위기를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를 보고 있던 수행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거북은 목숨을 수호해 주는 배갑이 있기에, 물개로서는 뜻대로 할 수 없었나 보옵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생각으로는, 세상 사람들이란 이 거북만도 못한 것 같다. 그들은 무상(無常)을 알지 못해서 육정(六情)을 멋대로 놀리므로 외마(外魔)가 침범해 들어올 기회를 얻은 것이요, 죽고 태어나고 하는 생사(生死)가 끝없어서 오도(五道)를 윤회(輪廻)해 무한한 고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 마음 탓으로 생긴 일이니, 모름지기 힘써서 멸도(滅度)의 편안함을 구해야 한다. 이 육욕(六欲) 감추기를 거북같이 하고, 마음 방호(防護)하기를 성(城)같이 하라.
그리하여 지혜로 마(魔)와 싸워 이기면 재앙이 없게 될 것이다."
<법구경(法句經)>
【註】
육욕(六欲) :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說)ㆍ신(身)ㆍ의(意)의 6가지 육근(六根)에서 생기는 욕망. 육정(六情) :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說)ㆍ신(身)의 다섯 감각기관과 의(意)의 인식작용. 육근(六根). 외마(外魔) : 밖에서 오는 마(魔). 착한 일을 방해하는 천마(天魔). 오도(五道) :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ㆍ인(人)ㆍ천(天). 멸도(滅度) : 열반(涅槃). 깨달음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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