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說】
적멸보궁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전각 정면에서부터 우측면 후면 좌측면까지 빙돌아 12구의 주련이 걸려 있습니다. 주련의 내용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의 게송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게송을 '자아게(自我偈)'라고 하는데 모두 102구(句)로 되어 있습니다. 이 중 앞쪽의 12구(句)를 가려 주련으로 걸었습니다. 이곳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인 만큼 게송 중 '광공양사리(廣供養舍利)'의 내용이 있어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흔히 팔상(八相)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도솔천에서 사바세계에 강생할 뜻을 나타내신 도솔내의상(兜率來儀相), 그리하여 카필라 정반왕의 태자로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나는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사색이 많은 태자로 하여금 사대문을 유람하게 하는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마침내 출가를 단행하는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출가하여 설산에서 고행 수도하는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고행 수도 후 보리수하에서 수도하심에 성도(成道)를 방해하는 마군을 항복 받고 성도 하시는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대각(大覺)을 이루시고 법을 설할 대상을 물색하시어, 녹야원(鹿野苑)에서 오비구에게 법을 설하는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 끝없는 법륜을 굴리시고 쿠시나가라에서 열반(涅槃)을 보이시는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부처님은 룸비니에서 강생하신 후에 보리수하에서 대각을 이루시고 인도 각지를 맨발로 유행(流行)하시면서 끝없이 온갖 방편과 지혜로 자비행을 펼치시며 중생을 제도하시고 쿠시나가라에서 대열반에 드셨다고 일러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화경(蓮華經)》에 이르러 부처님께서는 놀라운 사실을 밝히십니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에서 부처님께서 이르셨습니다.
"너희들은 여래의 비밀 신통력을 자세히 들으라.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는 모두 지금의 석가모니불께서 석씨의 궁전을
나와 가야성에서 멀지 않은 도량에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하
느니라. 그러나 선남자야, 나는 실로 성불(成佛)해 옴이 한량이 없고 가없는 백천
만억 나유타 겁이니라.(汝等諦聽 如來秘密 神通之力 一切世間 天人及 阿修羅
皆謂今 釋迦牟尼佛 出釋氏宮 去伽倻城 不遠 坐於道場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然 善男子 我實成佛已來 無量無邊 百千萬億 那由他劫)"
"이 모든 세계에 작은 가루가 떨어진 곳이나 떨어지지 않은 곳을 다 가루로 해서
한 티끌이 1겁이라하여도 내가 성불해 옴은 다시 이보다 지남이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겁이니, 이로부터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있어 법을 설하여 교화하며, 또
다른 곳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나라에서도 중생을 인도하여 이익케 하노라.
(是諸世界 若著微塵及不著者 盡以爲塵 一塵一劫 我成佛已來 復過於此 百千萬億
那由他 阿僧祇劫 自從是來 我常在此 娑婆世界 說法敎化 亦於餘處 百千萬億 那
由他 阿僧祇 導利衆生)"
이와 같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불은 오백진점겁(五百塵点劫)의 비유를 들어 아득한 구원겁(久遠劫) 전에 성불하시어 중생을 교화해 오셨음을 밝히신 것입니다. 이를 구원실성(久遠實成)이라 합니다.
이제 주련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爲度衆生故 方便現涅槃 而實不滅度 常住此說法
위도중생고 방편현열반 이실불멸도 상주차설법
중생을 제도(濟度)하기 위하는 고로
방편으로 열반(涅槃)을 나타냄이나,
그러나 실제로는 멸도(滅度)치 않고
항상 이에 머물러 법(法)을 설한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出現)하시는 까닭은 오직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해서 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佛知見]을 열어[開] 주시고자, 부처님의 지견을 보여[示] 주시고자,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悟] 하시고자, 부처님의 지견도(知見道)에 들여[入] 놓게 하시고자 출현하시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지혜(智慧)와 방편(方便) 대기설법(對機說法)으로 교화해서 일불승(一佛乘)의 불도에 들게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수명은 헤아릴 수 없는 아승지겁(阿僧祇劫)이지만 문득 멸도(滅度. 涅槃)를 보이십니다. 이는 실은 멸도는 아니지만 방편으로 멸도를 보이시는 것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래 머무르시면 박덕(薄德)한 사람들은 선근(善根)을 심지 않아 빈궁(貧窮)하고 하천(下賤)하며, 오욕(五欲)을 탐착하여 망상(妄想)에 빠져 허망한 견해의 그물 속으로 들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만한 생각을 일으키고 방자해지고 싫증내고 게으름을 품어,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을 우려가 많기 때문에, 방편으로 멸도를 보여 부처님 만나 뵙기기 실로 어려움을 알게 하시고 저들이 선근을 심도록 하여 진정한 감화를 주시고자 방편으로 멸도를 나타내셨음을 설하신 내용입니다.
我常住於此 以諸神通力 永顚倒衆生 雖近而不見
아상주어차 이제신통력 영전도중생 수근이불견
내가 항상 여기에 머무르면서
여러 가지 신묘(神妙)한 신통력(神通力)으로
전도(顚倒)된 중생들 그로 하여금
가까우나 보이지 않게 하노라.
멸도(滅度. 涅槃)를 보임은 방편이나 중생들은 형상을 나타낸 부처님 형상만을 보아 멸도하셨다고 생각하나 실은 멸도하지 않고 항상 이에 머물러 법을 설하고 계신다는 말씀입니다.
부처님의 몸은 삼신(三身)으로 이루졌습니다. 삼신이란 법신(法身)ㆍ보신(報身)ㆍ화신(化身)을 말합니다. 불신(佛身)은 일신(一身)이면서 삼신(三身)이고 삼신(三身)이면서 일신(一身)입니다. 이 삼신은 상주불멸(常住不滅)입니다.
중생들은 늘 실상(實相)을 알지 못하여 제법(諸法)이 공함을 알지 못하고, 착각 속에서 망념을 일으켜 제법(諸法)에 대하여 아(我)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집하여 집착합니다. 이와 같이 잘못된 견해를 가진 중생을 전도(顚倒)된 중생이라 합니다. 진실한 실상을 바로 알지 못하고 거꾸로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늘 상주하시며 법을 설하고 계시나 전도된 마음으로 인하여 부처님께서 항상 옆에 계시나 알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화신을 거두고 법신(法身)을 나타내니 전도된 중생으로서는 부처님께서 가까이 계셔도 알 재간이 없습니다.
衆見我滅度 廣供養舍利 咸皆懷戀慕 而生渴仰心
중견아멸도 광공양사리 함개회연모 이생갈앙심
중생이 나의 멸도(滅度) 모습을 보고
널리 나의 사리(舍利)에 공양(供養)하면서
모두 다 사랑하여 그리움 품고
갈앙(渴仰)하는 마음을 내게 함이다.
부처님께서 멸도(滅度)를 보이시면 중생들은 그제서야 후회하고 한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