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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대화 52 - 제33조 혜능대사(慧能大師) 2
무엇이 본래면목〈本來面目〉입니까?
물은 직접 마셔봐야 아는 것
대사는 행자 생활 중에 스승으로부터 은밀히 법을 물려받았다. 그리하여 가사와 발우를 걸망에 챙겨 넣고는 고향땅, 영남을 향하여 걷고 또 걸었다.
한편, 동선사에서는 의발(가사와 발우)을 탐낸 무리들이 앞다투어 혜능의 뒤를 쫓았다. 혜능 행자가 남, 북의 분기점인 대유령 고개를 막 넘어갈 때 저만치 뒤쪽에서 장군 출신의 혜명이라는 스님이 고함을 질러댔다.
“노 행자, 혜능! 의발을 내놔라!”
혜능은 의발을 바위 위에 올려놓고 풀숲에 몸을 숨겼다. 혜명이 곧 이르러 의발을 들어 올렸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혜명은 갑자기 당황하여 행자를 부르며 크게 소리쳤다.
“노 행자님! 나는 법을 위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지 가사 때문이 아닙니다. 한번 나와 보시게.”
혜능이 풀숲에서 나오자 혜명이 예를 갖추며 말했다.
“행자님, 바라건대 나를 위해 법을 설해줄 수 있겠습니까?”
혜능 행자는 차분히 말했다.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마십시오(不思善 不思惡).
바로 이러할 때에 무엇이 혜명스님의 본래면목(本來面目)입니까?”
혜명이 그 말끝에 깨달았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동선사, 홍인대사 문하에 있었으나 실로 본래면목을 살피지 못하였는데
이제야 참된 가르침을 받습니다. 마치 이것은, 물은 직접 마셔봐야 차가운지 더운지를
스스로 아는 것과 같은 체험의 도리임을 깨닫습니다.
이제부터 행자님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혜능이 담담히 말하였다.
“만일 그렇더라도 그대와 나는 함께 홍인대사를 스승으로 삼으면 될 일입니다.
아무쪼록 참마음자리를 잘 지키길 바랍니다.”
혜능 행자는 혜명스님에게 돌아가는 길을 안내해주고는, 헤어져 조계산 쪽으로 향했다.
깨달음의 대화 53 - 제33조 혜능대사(慧能大師) 3
대사는 행자의 신분으로는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조계산 기슭의 작은 토굴에 머물게 되었다. 한동안 혼자 지내는 중에 마을의 유지략(劉志略)이라는 선비가 어떻게 알고 찾아와 말벗 노릇을 했다.
한편, 인근에 사는 유씨의 고모가 비구니로 있었는데, 법명이 무진장(無盡藏)으로 <열반경>을 늘 외우고 공부하였다. 유씨의 소개로 대사와 무진장은 가끔 만나 담론하며 지냈다. 한번은 무진장이 <열반경>의 일부 대목에 뜻이 막혀 대사에게 여담 삼아 이야기를 하였더니 너무도 명쾌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무진장스님이 말했다.
“대덕(大德)께서는 글자도 모른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이 뜻을 그렇게 잘 아십니까?”
대사가 답하였다.
“부처님 말씀의 묘한 이치는 문자에 있지 않습니다.”
비구니가 크게 느끼는 바가 있었던지, 온 마을을 다니면서 ‘그 사람은 큰 도인이니 꼭 한 번씩 친견하고 공양 올리라’며 선전하였다. 주민들이 앞다투어 몰려와서 대사의 법문을 듣고는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찬탄하였다. 그리하여 신심(信心)을 일으킨 사람들이 십시일반 힘을 합쳐 대사에게 절을 하나 지어드리기로 뜻을 모았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보림사(寶林寺)라는 옛 절이 전란으로 인하여 폐사로 있었는데, 이곳에 다시 법당을 세우고 대사를 모시게 되었다.
대사가 머문 지 9개월쯤 흘렀을 때, 대사의 법과 덕을 시기한 못된 승려들이 한밤중에 절 안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신통으로 이 상황을 미리 안 대사는 초저녁에 앞산의 바위굴로 피신하여 큰 화를 면하였다.
[불교신문3020호/2014년6월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