拔本塞源 (발본색원)
【字 解】 拔 (뺄 발) 本 (근본 본) 塞 (막을 색) 源 (근원 원)
【 뜻 】 '나무를 뿌리째 뽑고 물의 근원을 막아 없앤다'는 뜻으로,
'폐단의 근본 원인을 모조리 없앤다'는 말.
'폐단의 원인을 철저하게 다스려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함'을 이름.
【동의어】削草除根(삭초제근), 斬草除根(참초제근)
斬草不除根萌芽依舊發(참초부제근 맹아의구발)
剪草除根(전초제근: 풀을 베고 뿌리를 캐내다. 즉 미리 폐단의 근본을 없애 버리다).
削株堀根(삭주굴근: 줄기를 자르고 뿌리를 파냄. 즉 미리 화근(禍根)을 뽑아 버리다).
【出 典】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
【유 래】
중국(中國)에서 천자(天子)와 제후(諸候)는 엄격한 주종관계였다. 그래서 천자로부터 땅을 하사받은 제후는 자국을 다스리면서 천자를 받들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었다. 이같은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일정한 때에 정중한 의식 절차를 가졌다.
그런데,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접어들어 천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제후국이 강성해지면서 천자를 업신여기는가 하면 서로 싸우고 천자의 지위를 넘보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 일면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소공(昭公) 9년 조〉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려 있다.
기원전 533年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의 일이다. 진(晋)나라는 주(周)나라 성왕(成王)의 동생인 당숙(唐叔) 우(虞)가 봉해진 형제의 나라였는데 진나라의 양병(梁丙)과 장적(張적)이 융족(戎族)들과 함께 주나라의 영(潁) 땅을 쳤다. 이에 천자인 주(周)의 경왕(景王)은 첨환백(詹桓伯)을 진나라에 보내 꾸짖었다.
"...선대왕이신 문왕, 무왕, 성왕, 강왕께서 동생들을 여러 나라에 제후로 봉하셔서 주나라의 울타리로 삼으신 것은, 주나라가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어찌 선대왕의 뜻을 마치 잠깐 붙였다 떼어 찢어버리는 변(弁)이나 모(모)와 같이 져버린단 말씀이오?...
우리 조상이신 후직(后稷)께서 농사를 지으시어 중국 땅의 기틀을 이루셨는데 지금 융족이 중국을 침입하니 이또한 참람한 일이 아니요?
나에게 백부(伯父 -주나라의 천자가 제후를 칭하는 말)가 계신 것은[지금 천자인 나와 그대는 임금과 백성의 관계로 이를 비유하자면], 마치 의복에 갓과 면류관이 있고, 나무와 물에 근원이 있고, 백성들에게 지혜로운 임금이 있는 것과 같소.
백부께서 만약 갓을 찢어버리고 면류관을 부수듯, 나무의 뿌리를 뽑아내고[拔本] 샘물의 원천을 틀어막아[塞源], 군주를 위해 힘써야 할 마땅한 바를 져버린다면 비록 융적(戎狄)이라도 어찌 천자인 나 한 사람만을 업수히 여기겠소?[오랑캐에게 우리 모두가 업신여김을 당하게 될 것이오]"
我在伯父 猶衣服之有冠冕 木水之有本源 民人之有謀主也.
伯父若裂冠毁冕 拔本塞原 專棄謀主 雖戎狄 其何有余一人.
[春秋左氏傳 원문에는 拔本塞原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요즘은 보통 拔本塞源으로 쓴다]
이 말을 들은 진(晋)의 대부 한선자(韓宣子)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땅을 되돌려주어 양국의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본디 발본색원(拔本塞源)이라 하면 '근본(根本)을 망치는 행위(行爲)'였는데, 지금은 폐단의 근원을 '근본적(根本的)으로 제거(除去)하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명(明)나라의 대표적인 철학자 왕양명(王陽明)은 그의 저서 《전습록(傳習錄)》에서 <발본색원론(拔本塞源論)>을 제시했는데, 그 첫머리를 옮겨 보자.
“이 ‘발본색원론’이 천하에 밝혀지지 않는다면, 천하에 성인을 흉내내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세상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질것이며, 이들은 금수나 오랑캐와 같이 되어서 스스로 성인의 학문을 이루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발본색원의 취지는 한 마디로 '하늘의 이치를 알고, 사람들은 그 욕심을 버리라'는 것으로, 사사로운 탐욕은 그 근원부터 없애고 근원을 철저히 차단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상 사회의 전형적인 인간상으로 요(堯), 순(舜), 우(禹)와 같은 성인을 꼽고 있다.
이렇게 정신적인 면에서 인용되던 고사가, 요즘 세상에서는 부정부패 척결, 범죄 조직 소탕 등과 같은 주로 사회의 암적인 면을 뿌리째 뽑아 재발을 방지하는 데 주로 쓰인다. 아무튼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가나 사회 단체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부정 부패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완전하게 뿌리 뽑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싹을 철저히 자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며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참고]
한자의 象形文(상형문)을 설명할 때 例(예)로 드는 글자가 日 月 山 川 草 木 등이다. 木은 힘차게 뻗은 나뭇가지를 표현한 전형적인 象形文이다. 그 나무의 뿌리 부분을 부호로 표시한 것이 本, 나뭇가지의 끝 부분을 표시한 것이 末(말)이며 가지 끝에 열매(田)가 달려있는 것이 果다. 本은 후에 ‘바탕’, ‘根本’(근본)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源에 들어있는 ‘原’은 깎아지른 바위틈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는 모습으로 ‘샘’을 뜻한다. 어쩐지 ‘泉’(천)과 모습이 비슷하다. 지금은 ‘언덕’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그것은 본뜻이 아니라 후에 덧붙여진 뜻이다. 原에 수(수· 水와 같음)가 덧붙여지면 우물이나 샘의 源泉을 뜻하게 된다.
本과 源은 모두 바탕, 시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拔本塞源이라면 어떤 일이나 사물의 잘못을 찾아내 밑바탕부터 처리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흔히 ‘싹을 자른다’는 말을 하는데 拔本塞源은 그것보다도 더 강한 의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