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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자료^-^

대본[우리읍내]

작성자36기김강희|작성시간04.06.17|조회수744 목록 댓글 0
우리읍내

손튼.와일더 작
오화섭 번역


나오는사람들(등장순)
무대감독
깁스의사
죠오.크로오웰
하우이.뉴우썸
김스부인
엡부인
죠오지깁스
리베카깁스,
위리웹,
에밀리웹
윌라이드교수

이층 특별한석의 여인,
일반석의 남자,
특등석의 귀부인,
싸이먼 스팀슨,
쏘옴즈부인,
위린순경,
싸이크로오웰,
야구선수 1, 2, 3,
샘크로이그,
죠오스터더드
이 연극은 모두 뉴우.햄프셔의 그로우버즈. 코오버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 연극에는 막도 없고 장치도 없다. 관객이 장내에 들어서서 볼수 있는 것이라고는 희미한 조명을 받고 있는 텅빈 무대뿐이다. 이윽고 무대감독이 모자를 쓰고 입에는 파이프를 문채 등장하여 왼쪽과 바른쪽 앞 무대에 테이블 하나와 의자 세 개씩을 놓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왼쪽 웹씨의 집으로 사용할 곳의 모퉁이에 낮으막한 벤취를 놓는다. 왼쪽과 오른쪽은 배우들이 갯석을 향하였을 때의 방향이다. 뒤쪽은 무대후면의 벽쪽을 말한다. 객석의 불이 꺼질 무렵 무대감독은 무대정돈을 끝내고 바른쪽 푸로씨니엄 기둥에 기대어 뒤늦게 장내에 들어오는 관객들을 보고 있다. 객석이 완전히 어두어지자 그는 입을 연다.
[무대감독] 이 연극은 우리읍네 라고 합니다 소오튼.와일러 원작 김XX기획입니다. (혹은 박XX 기획, 김XX연출입니다) 이 연극엔 이XX양 정XX양 신XX양 양XX씨 조XX씨 오XX군 그밖에 여러 사람이 출연합니다. 읍내 이름은 그로우버즈. 코오너즈라고 하는데 뉴우.햄프셔주에 있습니다. 매싸츄녕스주 경계선 바로 건너가 되죠. 그러니까 위도 사십이도 사십분, 경도 칩십도 삼십칠분이 되는 셈입니다. 첫째 막에서는 우리읍내의 하루를 보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때는 1901년 오월 칠일 동이 트기 직전입니다. (닭이 운다) 저쪽 동녘 하루엔 산을 등지고 햇살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샛별이 지기 전엔 의례이 저렇게 영롱한 빛을 내죠. (잠시 샛별을 바라보다가 뒤쪽 무대로 간다) 그럼 우리 읍내의 지리를 설명해 드리기로 하죠. 여기가 (즉 뒷벽과 병행하여) 행길입니다. 행길 뒤쪽으로 정거장이 있죠. 철로는 저쪽으로 나있습니다. 철로 건너는 포올랜드 사람 부락인데 프랑스계 카나다 사람들도 섞여 삽니다. (왼쪽을 향하여) 저쪽에 조합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길 건너에 장로교회가 있고요. 감리교회하고 유일진 교회는 저쪽에 있습니다. 침례교회는 강옆 분지에 있습니다. 천주교회는 철로 아주 저쪽에 있습니다. 이것은 시청 건물인데 우체국도 이 안에 있죠. 지하실은 교도소로 쓰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라이언이 바로 이 계단에 서서 연설을 한 일이 있죠. 이쪽 줄로 상점들이 즐비하고 그 앞에 고삐 매는 발뚝과 승마대가 있습니다. 우리읍내엔 오년은 더 있어야 자동차가 나타날 것 같군요. 읍내에서 제일 돈 많은 은행가 카아트라이트씨가 사게 될겁니다. 저기 언덕 위 커다란 흰집에 살고 있죠. 이것은 식료품집이고요, 이건 모오건 잡화상입니다. 누구나 하루에 한번은 식료품점에 들리든지 잡화상에 들리게 됩니다. 국민학교는 저어쪽에 있고요, 고등학교는 훨씬 저쪽이고요, 메일 아침 아홉시 십오분과 점심때 그리고 오후 세시가 되면 웬통 운동장에서 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는 바른쪽 앞 무대의 테이블과 의자 있는 데로 가까이 간다.) 여긴 우리 의사댁입니다- 깁스 선생댁예요. 이게 뒷문입니다. (이때 무대 뒤에서 포도넝쿨과 꽃으로 덮인 아이의 모양의 창살문을 양쪽 푸로씨니엄 기둥 옆으로 하나씩 밀어 내놓는다) 장치가 꼭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문은 이걸 장치라고 생각하십시오. 이건 깁스부인의 마당입니다. 옥수수랑 완두콩이랑 밤콩이랑 접시꽃이랑 양꽃마리--- 그리고 우엉이 한창이죠. (그는 무대를 건너간다.) 그 당시엔 신문이 일주일에 두 번 나왔죠.- 그로우버즈. 코오너즈 센티늘이라는 신문입니다.- 여기가 바로 웹 편집주간 댁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 부인이 가꾸는 마당이죠. 깁스부인댁 마당으로 여기도 해바라기가 가득 났습니다.(그는 후면 중앙 무대를 본다.) 바로 여기--- 호도나무가 있습니다. (그는 바른쪽 푸로씨니엄 기둥 옆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잠시동안 갯석을 본다) 이만하면 조촐한 읍내지 뭡니까? 제가 알기엔 아직 우리 읍내에선 이렇다할 만한 인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죠. 저기 산마루턱에 공동묘지가 있습니다만 제일 오래된 비석은 1670년부터 1680년 사이에 세워진 것입니다- 그로우버씨 문중과 카아트라이트씨 문중, 깁스씨 문중, 허어씨댁 문중의 비석들이죠.- 이와 같은 성을 가진 분들이 이 근방에 살고 있죠. 자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동이 틀 무렵입니다. 저기 철로 건너 오막집에만 불이 켜져 있습니다. 포올랜드 태생인 여인네가 조금 전에 쌍둥이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죠오.크로오웰 집에서는 아들이 신문배달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정거장에서는 꼬마 호오키즈가 다섯시 사십오분 보스톤행 열차의 신호를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적 소리가 들린다. 무대감독은 회중시계를 꺼내보고 끄덕인다.) 그야 농촌에서는- 어디나- 젖짜는 일과 뻐터나 치이즈 만드는 일로 바쁘기 때문에 동트기 전부터 불을 켜놓고 있습니다만 읍내 사람들은 잠꾸러기가 돼서요. 이럭해서- 또 하루가 시작했습니다. 저기 깁스 의사가 행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쌍둥이 난 집에서 돌아오는 길이죠. 의사 댁에서는 그의 부인이 조반준비를 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통통하고 명랑한 삽십오륙세되는 깁스부인이 오른쪽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그는 부엌에서 가사의 창 차일을 올리고 스토오브에 불을 피우기 시작한다.) 깁스의사는 193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새로 세운 병원이름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죠. 사실은 깁스부인이 먼저 죽었죠.-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오하이오주 캔튼으로 출가한 딸 리베카를 보러 갔다가 거기서- 폐염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사위는 보험회사 사원이었죠. 무덤들새에 끼어 있습니다.- 저기 있는 조합교회에서 깁스의사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허어씨집 딸로서 이름은 쥴리아였습니다. 우리 읍내에선 이런 일 저런 일 서로 알고 싶어하죠. 여기 깁스. 의사가 옵니다. 밤중 한시반에 깨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쌍둥이 받으러 갔었죠. 저기엔 크로오웰댁 아들이 웹씨가 내는 신문을 돌리면서 옵니다. (깁스. 의사가 왼쪽으로부터 행길로 걸어와서 자기 집으로 가까이 가려고 돌아서려다가 발을 멈추고- 가상의 검은 가방을 내려놓고 모자를 벗는다. 그리고는 커다란 손수건으로 맥없이 얼굴을 닦는다. 마른 데다 야무지고 민첩한 웹부인이 왼쪽부엌으로 들어오며 에프런을 친다. 그는 스토오브에 나무를 넣고 불을 부치고 조반 준비를 하는 동작을 계속한다. 갑자기 열한살 먹은 죠오.크로오웰의 아들이 행길 오른쪽에서 뛰어나와 가상의 신문을 이 집 저 집 문간에 던진다.)
[죠오의아들] 깁스선생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깁스의사] 잘 잤니, 죠오.
[죠오의아들] 선생님, 누가 아픈가요?
[깁스의사] 아니다. 저쪽 포올랜드 사람 부락에서 쌍둥이를 낳았단다.
[죠오의아들] 신문 여기서 드릴까요?
[깁스의사] 신문 이리다오. 수요일 이후 뭐 중대한 일이라도 일어났니?
[죠오의아들] 그럼요. 포스터 선생님이 콩코오드의 어떤 사람한테 시집가신대요.
[깁스의사] 아 그래- 그래 너희들 생각은 어떻냐?
[죠오의아들] 그거야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니죠- 하지만 선생이 되려고 맘먹었으면 계속해서 교단에 서야 되지 않아요?
[깁스의사] 네 무릎은 어떠냐?
[죠오의아들] 아무렇지도 않아요.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 말씀대로 비가 오려 면 무릎이 먼저 가르쳐 주는군요.
[깁스의사] 오늘은 뭐라고 가르쳐 주데? 비가 오겠다든?
[죠오의아들] 아뇨.
[깁스의사] 정말이냐?
[죠오의아들] 녜에.
[깁스의사] 무릎도 실수를 할 때가 있을 게 아니냐?
[죠오의아들] 아아뇨. (죠오 사라진다. 깁스의사 신문을 읽고 서있다.)
[무대감독] 저 애에 대해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저애는 아주 머리가 좋았습니다.- 이곳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자기 반에서 첫째였죠. 그래서 매싸츄녕스 공과대학에 들어갈 장학금을 얻었습니다. 공과대학에서도 첫째로 졸업했죠. 그때 보스톤 신문에 굉장하게 났었으니까요. 죠오는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자 전쟁이 일어나고 죠오는 불란서 전선에서 전사했습니다.- 십년공부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죠.
[하우이.뉴우썸] (왼쪽무대 뒤에서) 어서 가지 못해, 베씨! 오늘은 왜 이모양이냐?
[무대감독] 하우이. 뉴우썸이 우유배달을 하며 옵니다. (하우이.뉴우썸은 삼십에 가량이며 작업복을 입고 왼쪽 행길에서 온다.그의 옆에는 보이지 않는 가사의 말과 마차가 있다. 거기 가상의 시렁을 매고 우유병들을 매달은 것이다. 병이 부딛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엡부인 집 창살문 앞에 내려놓고 깁스부인 집으로 건너가다가 중앙에서 발을 멈추고 깁스 의사에게 말한다.)
[하우이.뉴우썸] 선생님 밤새 안녕하셨어요?
[깁스의사] 하우이, 잘 잤나?
[하우이.뉴우썸] 누가 아픕니까?
[깁스의사] 저쪽 고루슬라브스키 부인 집에서 쌍둥이를 낳았다네.
[하우이.뉴우썸] 쌍둥이라고요? 우리읍내도 해마다 식구가 느는군요.
[깁스의사] 비가 올 것 같은가?
[하우이.뉴우썸] 아뇨. 안옵니다. 좋은 날씬데요.- 비에 벗겨질걸요. 베씨 어서 가자.
[깁스의사] 여, 베씨. (그는 말을 쓰다듬는다. 말은 후면 중앙에 머물러 있다.) 저말은 몇살 먹었나?
[하우이.뉴우썸] 열일곱살이 됩죠. 그런데 록크하아트댁에서 매일 받던 우유를 그만둔 이후 베씨는 길을 잘못 들고는 한답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그댁에 한통 내려놓고 싶은 모양이죠.- 기어코 그 댁을 둘러 오게 만드는군요. (그는 깁스부인집 뒷문에 다달은다. 부인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깁스부인] 어서 와요, 하우이.
[하우이.뉴우썸] 밤새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 저기 오시는군요.
[깁스부인] 그래요? 오늘은 배달이 좀 늦은 것 같군요.
[하우이.뉴우썸] 네. 크리임 분리기가 고장이 나서요.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군요. (그는 후면 중앙의 깁스의사 앞을 지나간다.) 선생님! 갑니다.
[깁스부인] 하우이 잘 가게.
[깁스부인] (이층에 대고 부른다.) 얘들아! 얘들아! 일어날 시간이다.
[하우이.뉴우썸] 뉴우썸 가자. 베씨. (오른쪽으로 사라진다.)
[깁스부인] 죠오지!. 리베카! (깁스의사는 자기집 뒷문에 오자 창살문을 통하여 집안으로 들어간다)
[깁스부인] 여보, 잘 됐우?
[깁스의사] 응 그거 뭐- 고양이가 새끼낳는 것 같지.
[깁스부인] 베이콘은 금방 될테니까 앉아서 커피나 드세요. 아침나절 둬시간 주무시구료.
[깁스의사] 글세--- 웹트웨스 부인이 열한시에 온댔는 데. 증세야 뻔하지. 위병일거야.
[깁스부인] 그럼 세시간밖에 못자겠우. 여보, 이러다간 큰일나요. 어디 다른데로 가셔서 푹 쉬시도록해 드리고 싶군요. 그러하면 몸에 좋으실텐데.
[웹부인] 에밀리이-. 일어날 시간이다. 웰리이! 일곱시라니까! (스토오브 앞에서 음식만드느라 바쁘다.)
[깁스부인] 여보, 죠오지한테 말씀 좀 하세요. 암만해도 개가 요새 이상하다니까요. 손가락하나 움직일려고 하지 않아요. 아무 좀 뻐개달라고 해도 막무가내거든요.
[깁스의사] (수채에서 손을 씻고 닦는다) 그놈이 건방지게 굽디까?
[깁스부인] 아뇨. 그냥 두덜댄다니까요. 마치 생각한다는게 그 야구에요- 죠오지! 리베카! 학교 늦는다.
[깁스의사] 음!
[깁스부인] 죠오지!
[깁스의사] 죠오지 빨리 빨리해!
[죠요지의목소리] 네, 아버지.
[깁스의사] (무대에서 나가며)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안들리니? 난 이층으로 올라가서 눈좀 붙여볼까.
[웹부인] 웰리이! 에밀리이! 학교 늦는다! 웰리이! 세수 좀 깨끗하게 해라.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올라가서 씻길테다.
[리베카.깁스의목소리] 엄마! 난 무슨 옷을 입어요?
[깁스부인] 떠들지 말아. 아버지께선 밤새 왕진갔다 오셨어. 좀 주무셔야지. 파란옷 빨아서 대려놓았다. 어미가 어련하겠니.
[리베카] 엄마 난 그 옷 싫어.
[깁스부인] 제발 조용히.
[리베카] 밤낮 병난 칠면조처럼 파란옷만 입구 가는걸 뭐.
[깁스부인] 이거봐 리베카, 얼마나 예뻐뵌다고 그러니.
[리베카] 엄마, 오빠가 비누를 던져요.
[깁스부인] 내 올라가서 둘다 때려줄테다. 안때릴줄 아나? (공장의 기적소리 울린다. 두집 애들이 뛰어들어와서 식탁 앞에 자리잡는다. 오른쪽에 열 여섯쯤된 죠오지와 열 한살된 리베카. 왼쪽에 그들의 나이와 같은 에밀리와 윌리. 그들은 교과서를 끈으로 매서 들었다)
[무대감독] 우리 읍내에도 공장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예요. 담요를 만들죠. 카아트라트씨집의 소유입니다만 그걸로 그 집안은 부자가 됐습니다.
[웹부인] 얘들아! 이게 무슨 꼴이냐. 일껏 아침을 맛있게 했는데 걸신이 들린 것처럼 먹는구나. 그럼 살로 안간다.- 알았니? 책은 치우고 먹어 웰리.
[월리] 내 참 어머니도 열시까지 카나다에 대해서 뭣이고 다 알아 놓아야 돼요.
[웹부인] 규칙은 잘 알면서 그러니- 밥먹을 땐 책보지 말기. 엄마 생각은 말이다. 너희들이 공부 잘하는 것보다는 건강해야 돼.
[에밀리] 엄마 난 공부도 잘하고 않지도 않아. 정말예요. 내 나이로는 학교에서 제일 공부를 잘하거든요. 얼마나 기억력이 좋다구요.
[웹부인] 밥이나 먹어.
[월리] 나도 우표수집 하는데는 머리가 좋거든요.
[깁스부인] 그 얘긴 아버지께서 주무시고 나면 말씀드려야겠다. 네나이에 일주일 이십쎈트면 충분하지 뭐냐. 그 돈을 다 뭣에다 쓸까?
[죠오지] 글세 어머니- 살게 좀 많아요?
[깁스부인] 딸기사이다 말이냐- 그거 마시느라고 다 써버리지.
[죠오지] 리베카는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생기죠? 일딸라도 더돼요.
[리베카] (입에 스푸운을 넣은채 멍하니) 조금씩 저금했어.
[깁스부인] 그야 이따금 돈을 써보는 건 좋지.
[리베카] 엄마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알어? 응? 돈이야.
[깁스부인] 아침이나 먹어라.
[애들] 엄마 첫종이 났어요.- 뛰어야 되겠어.- 고만 먹겠어요.- 빨리. 가야지 (애들은 일어나서 책을 집어들고 창살 문을 통하여 뛰어나간다. 그들은 전면 중앙에서 만나서 지껄이며 걸어간다. 왼쪽으로 돈다. 무대감독은 조심스럽게 오른쪽으로 나간다.)
[웹부인] 빨리 걸으면 돼. 뛸건 없어. 월리야 판쓰가 무릎 아래로 내려오지 않도록 해라. 에밀리야 넌 자세를 똑바로 가져.
[깁스부인] 포스터 선생님한테 축하한다고 말씀드려라- 잊어버리면 안된다.
[리베카] 걱정 마세요.
[깁스부인] 넌 정말 물찬 제비 같다. 어서 빨리 가거라.
[전원] 다녀오겠습니다. (깁스부인은 에프런에 병아리모이를 담아가지고 훗트라이트 있는 데로 나온다)
[깁스부인] 구구 구구-. 넌 저리 비켜. 저리 가아. 구구 구구-. 넌 또 웬일이냐? 또 싸웠구나! 싸우는게 일야. 응 이건 --- 넌 뉘집 병아리냐? 어디서 왔어? (에프런을 흔든다) 그렇게 겁낼건 없어. 잡아먹진 않을 테니. (웹부인은 창살문 옆의 벤취에 앉아서 껍질채 먹는 강남콩의 갖줄기를 떼어낸다.) 월리엄마, 아침 자셨어요? 감기는 어떠슈?
[웹부인] 아직도 목이 근질근질 허다우. 우리집 양반한테 오늘밤 성가대 연습엔 못갈 것 같다고 말했어요. 나가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깁스부인] 가성 좀 내보셨우?
[웹부인] 그럼요. 헌데 소리가 나야 말이죠. 음정이 불안정해요. 쉬는 동안 콩 갓줄기나 벗겨야지.
[깁스부인]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소매를 걷어올리며 무대를 건너간다) 거들어 드릴까? 올핸 콩 풍년에요.
[웹부인] 어떡하든지 대두 한말은 장만하려고 했다우. 얘들은 싫다는거죠. 하지만 걔들이 겨울동안 다 먹어치울 것 같군요.
(잠시 사이. 병아리의 꾸꾸거리는 소리가 잠간 들린다.)
[깁스부인] 저, 월리엄마, 꼭 할 얘기가 있어요. 아무에게라도 얘길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군요.
[웰부인] 아니 무슨 일인데!
[깁스부인] 그 콩 좀 이리줘요. 거기서 보스톤의 고물상 점원이 지난 금요일에 댁에 찾아갔습디까?
[웹부인] 아아뇨.
[깁스부인] 근데 날 찾아왔거든요. 처음엔 남편한테 진찰받으러 온 환잔줄 알았죠. 그런데 슬금슬금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삼백오십달러를 줄테니 웬트워스할머니가 주신 장롱을 팔라는 거예요! 사실이라우.
[웹부인] 어쩌면!
[깁스부인] 정말예요. 그 고물을 말예요. 너무 커서 주체를 할수 없는 물건인데. 친척인 헤스터. 월컥스에게 줘버릴려고 하든 참이에요.
[웹부인] 그래, 그 값에 파시려우?
[깁스부인] 글쎄요.
[웹부인] 글쎄라니- 삼백오십딸라가 얼마요! 생각을 해봐요.
[깁스부인] 그야 그이만 좋다면 무슨 걱정 에요? 어디고 정말 여행을 갈 수만 있다면 그 값에 팔겠어요. 사실은 평생소원이 불란서 빠리구경이라우. 다 공연한 소리지. 당치않은 소리 같아요. 하지만 여러해 전부터 혼자 맘먹고 있었죠. 기회만 있다면!
[웹부인] 바깥 어른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깁스부인] 슬쩍 이렇게 떠봤죠.- 나한테 유산이라도 있다면- 이런 식으로 말을 꺼냈다우- 날 어디고 데리고 가달라고 하고싶다고 말예요.
[웹부인] 옳지--- 그래 뭐라고 그러세요?
[깁스부인] 그 양반을 잘 아시지 않우? 그이를 알게된 이후 심각한 얘기들은건 이번이 처음에요. 안된다는 거죠. 구라파를 빈들거리고 돌아다니면 이 읍내가 싫어질지도 모른다는 게에요. 이대로 살자는 거죠. 이년에 한번씩 남북전쟁때 싸우던 곳이나 돌아오면 그걸로 충분하대요.
[웹부인] 글세 우리집 양반은 깁스선생님이 남북전쟁에 대해서 어쩌면 그렇게 잘 아시느냐고 감탄감탄 하신답니다. 집의 양반도 나폴레옹을 집어치우고 남북전쟁으로 바꿨어요. 문제는 깁스선생님이 일류전문가시기 때문에 우리집 양반은 손들었죠.
[깁스부인] 그건 사실예요. 그이에겐 남북전쟁의 싸움터였던 앤터이텀이나 게티즈버어그를 거닐 때가 제일 행복스러운 것 같아요. 나도 같이 그곳을 거닐은 일이 있지만 덤불이 있는 곳마다 발을 멈추고 발걸음으로 거리를 재보고 한다니까요. 사들릴 의사나 있는 것 같다니까요.
[웹부인] 그런데 아까 얘기지만 그 가구구상이 정말 장농을 살 의향이라면 팔아요. 장농 그럼 빠리 구경은 문제없어요. 문제는 자주 남편한테 귀뜸을 해야 되지.- 나도 그런 방법으로 대서양 구경을 했다우.
[깁스부인] 괜히 그런 소릴 꺼냈군요. 죽기 전에 사람들이 영어로 말하지도 않고 하려고도 하지 않는 그런 곳에 한번만이라도 가봐야 될것만 같군요. 그저 그런 생각이 드는구료.
(무대감독이 오른쪽으로부터 활발하게 들어온다. 그는 두 부인들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한다. 부인들은 고개를 끄덕이어 답례한다.)
[무대감독] 감사합니다. 부인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깁스부인과 웹부인은 일거리를 모아가지고 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사라진다.) 이제 몇 시간은 그대로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선 이 읍내에 대해서 좀더 알아야 될 것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과학적인 설명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사실은 우리 주립대학 윌라아드 교수님께 우리 읍내의 과거 역사를 몇 개 항목으로 나누어 대충 말씀해 줍시사고 청했습니다. 윌라아드교수님 오셨습니까? (지방학자인 월라아드교수는 넓은 사아뗑 리봉이 달린 코안경을 쓰고 한손에는 원고를 든 채 오른쪽에서 들어온다.) 주립대학 월라이드교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선생님,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월라이드교수] 그로우버즈. 코오너즈라--- 가만히 있자--- 그로우버즈.코오너즈는 아팔라치아 산맥의 빙하기 화강암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점을 우리는 자랑하고 싶습니다. 데본기 현무암의 암층이 가로질렀습니다만 중세기 이판의 흔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암의 노출이 눈에 띱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최근의 것입니다. 이억이나 삼억년 됐겠지요. 대단히 흥미있는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전무후무한 화석이라고나 할까요--- 읍내에서 이마일 떨어진 싸일러스.페컴 목장에서 나왔죠. 아무때고 우리대학 박물관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그야 물론 보실 수 있는 시간이라야죠. 기상학상의 위치에 관한 그루우버교수의 주해를 읽어드릴까요?- 강우량 같은 것 말입니다.
[무대감독] 선생님,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고장 사람들의 역사에 대해서 몇 말씀해 주시죠.
[월라아드교수] 네--- 인류학적 자료를 말씀하자면 초기엔 아메리칸인디안의 혈통인데--- 현재는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세 문중에 흔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십칠세기 말엽에 청안 단두의 영국인 혈통의 이민이 있었죠. 대부분이 그들이었습니다. 그 이후 슬라브족과 지중해의-
[무대감독] 그리고 선생님 인구는요?
[월라아드교수] 읍내만 본다면 이천육백사십명입니다.
[무대감독] 선생님 잠깐만. (그는 교수의 귀에 속사긴다.)
[월라아드교수] 아, 그래요?- 그럼 바로 이 순간의 인구는 이천 육백사십 이명이군요. 우편구까지 넣으면 오백칠명이 더 있으니까 합계 삼천백 사십수명이 됩니다.- 사망률은 출생율과 늘 그만하구요.- 맥퍼슨의 계산에 의하면 육점 영삼이가 됩니다.
[무대감독] 감사합니다. 선생님저희들이 배운게 많습니다.
[월라아드교수] 원 천마의 말씀을.
[무대감독] 이쪽으로 가시죠. 정말 감사합니다. (월라아드교수 퇴장.) 이번에 정치 사회면의 보곱니다. 웹 편집 주간님- 이거보세요 웹주간님 (웹부인이 자기집 뒷문에 나타나다.)
[웹부인] 금방 올거예요--- 사과를 먹다가 손을 비었어요.
[무대감독] 네 알겠습니다.
[웹부인] 여보, 모두들 기다리고 계세요. (웹부인 퇴장)
[무대감독] 웹씨는 그로우버즈.코오너즈 쎈티늘의 발행인 겸 편집주간입니다. 우리 읍내신문이죠.
(웹씨가 저고리를 끼어 입으며 자기 집에서 나온다. 손가락 하나를 소누건으로 맺다.)
[웹] 이건 말씀드릴 필요도 없습니다만 우리 읍은 행정위원회에서 해나 가고 있습니다. 남자는 스물한살이면 투표권이 있습니다. 여자는 간접투표를 하죠. 우린 중하류 계급입니다만 기술자들이 꽤 있습니다. 십퍼센트는 배우지 못한 노동자고요. 정치적으로 본다면 팔십육퍼센트가 공화당 육퍼센트가 민주당 사퍼센트가 시회주의 나머지는 중립주의자 들이고 종교적으로는 팔십오퍼센트가 개신교고 십이퍼센트가 구교입니다. 나머지는 무관심파죠.
[무대감독] 뭐 논평하실 말씀이라도 없으십니까?
[웹] 글세요. 아주 평범한 읍내죠. 다른데 보다 별로 나은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활기가 없는 편이죠. 하지만 젊은 얘들은 제고장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고등하교를 졸업하는 애들의 구십퍼센트가 여기서 자리잡고 살지오.- 다른데로 가서 대학을 다녀도 졸업후엔 돌아옵니다.
[무대갑독] 그럼 여러분 가운데서 이 읍에 대하여 웹 주간님에게 질문하실 분은 안계십니까?
[이층특별석의여인] 그로우버즈.코오너즈에선 술들을 많이 마시나요? 글세요, 많이 마신다고는 할수 없을 겁니다. 토요일 밤이면 일군들이 아랫마을 엘러리. 그리노오의 헛간에 모여서 떠들죠. 한두명 주정군들이 있습니다만 전도사가 읍내에 올 때마다 참외한답니다. 물론 술이란 가정생활에서 유쾌한 것이 못됩니다. 그야 약으로 쓰는건 별문젭니다만, 뱀에서 물렀을 땐 그만이거든요. 사실입니다,
객석뒤의 호전적인 남자 그래 읍내에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무대감독] 앞으로 나오지요. 잘 들리질 않는군요- 뭐라고 그리셨죠?
[호전적인남자] 사회적 불의라든지 산업면의 불평등 같은걸 아는 사람이 없소?
[웹] 그야 다들 알고 있죠- 그게 재미없는 일이죠. 누군 부자라느니 누군 가난하다느니 이런 얘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호전적인남자] 그렇다면 모두들 무슨 방법을 강구하면 될게 아니오? (그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물러선다.)
[웹] 그건 전 모르겠습니다.--- 우린 저만큼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하고 모색하고 있죠. 부지런하고 지각있는 사람은 정상으로 올라가고 게으르고 싸움 좋아하는 사람은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그런 진리말입니다. 하지만 그런걸 터득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립하지 못하는 사람이구 자립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막론하고 전력을 다해서 도웁고 있습니다. 다른 질문 없으십니까?
[특등석의귀부인] 귀부인 저 웹주간님. 웹선생님 그로오버즈.코오너즈엔 문화라고 할까요 말하자면 예술의 애호같은 것이 있습니까? 글세올시다. 별로 없는데요.- 부인께서 발씀하시는 그런 의미의 것은 없습니다. 하기야 여학생들 가운데는 고등학교 졸업식때 피아노를 치는 애들이 있긴 합니다만 만족한게 못되죠. 네 문화랄게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고장에도 여러 가지 즐거운 일이 많이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산넘어 해가 떠오르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그것뿐인가요. 각종 새들을 보면 여러 가지 신기한 현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심히 그들을 관찰하죠. 그야 춘하추동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은- 부인 말씀대로- 많지 않습니다- 로빈슨.크로소와 성경, 그리고 헨델의 라르고, 이건 알죠. 그리고 휘슬러의 어머니 초상- 우리가 아는 건 이런 정돕니다.
[특등석의귀부인] 그러리라고 생각은 했어요. 고맙습니다 웹주간님.
[무대감독] 웹주간님 감사합니다. (웹씨 물러간다) 그럼 읍내얘기로 돌아가죠. 이른 오튓니다. 읍내 이천육백사십이명이 너나 할 것 없이 점심을 먹고 그릇도 다 씻어놓았습니다. (웹씨는 저고리를 벗어버리고 다시 나와서 집 옆으로 이리저리 잔디 깍는 기계를 밀고 다닌다.) 우리 읍내에 이른 오후의 안온한 고요가 깃들입니다. 학교에서 웅성거리고 지껴려 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행길에 두서너대 마차가 있을뿐- 말들은 말뚝에 매인채 낮잠이 들었습니다. 그 광경을 상상할 실수 있으시겠죠. 깁스의사는 진찰실에서 환자들을 똑똑 두드리며 진찰을 하고 입을 벌려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웹씨는 저기서 잔디를 깍고 있습니다. 자기자신이 제초기를 굴리는 것을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열 명중의 한사람 정도죠. 아, 실례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늦었군요. 벌써 학교가 파해서 애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여학생들의 드높은 말소리가 왼쪽 무대 뒤에서 들린다. 에밀 리가 책 몇 권을 들고 행길로 온다. 자신이 굉장히 우아한 귀부인이나 되는 것처럼 몸짓과 손짓을 하며 말한다.)
[에밀리] 그건 안돼 로이스. 집에 가서 어머니일 거들어 드려야 된다니까. 그럭 하겠다고 약속했거든.
[웹] 에밀리야, 수수하게 걸어라. 오늘은 백작부인이나 된 듯 싶으냐?
[에밀리] 내참, 아빠는 .똑바로 걸으라고 하실 때는 언제고 야단치실 땐 언제에요. 아빠 말 안들을 테야. (아버지에게 벼락키스를 한다)
[웹] 어랍쇼, 생전 처음 귀부인한테서 키스를 받았는걸.
(웹씨 사라진다. 에밀리는 자기집 대문 옆에서 몸을 굽히고 꽃을 꺽는다. 죠오지.깁스가 이쪽 저쪽으로 몸을 흔들며 행길로 온다. 공을 까맣게 솟도록 던지고 다시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여섯 발자국 뒷걸음쳐서 받아야할때도 잇다. 그러다가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늙은 부인에게 부딪친다.)
[죠오지] 미안합니다. 포레스트부인.
[무대감독] (포레스트부인 대신으로) 얘 넓은 들로 나가 놀면 좋지않니. 행길에서 공던지는게 아냐.
[죠오지] 잘못했어요. 푸레스트부인- 얘 에밀리야.
[에밀리] 은.-
[죠오지] 아까 교실에서 연설 잘하드라.
[애밀리] 뭘--- 사실은 몬로오주의에 선생님이 루이지나아 매입에 대해서 얘기하라고 그러시지 않어? 두 문제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공부했거든. (주 루이지아나 퍼어처즈- 미국이 1603년 프랑스로부터 매수한 넓은 토지로서 동서는 미시시피강부터 록키산맥까지 남북은 멕시코만부터 카나다에 이름)
[죠오지] 저녁이면 이층에서 숙제하는 네 머리가 우리 이층에서 보이드라. 신기해.
[에밀리] 그래 정말 뵈든?
[죠오지] 어쩌면 그렇게 공부꾸러기냐. 그렇게 꼼짝 안하고 오래동안 앉아 있다니. 넌 참 용하다. 공부하는데 좋은 모양이구나.
[에밀리] 아무때 하면 안하니?
[죠오지] 그야 그렇지.
[에밀리] 난 조금도 싫증이 안나. 시간 보내기 좋거든.
[죠오지] 그야- 에밀리, 좋은 수가 있다. 너희집 창에서 우리창으로 전화줄을 맬수 있지 않니. 그럼 이따금 대수문제 모르는게 있을 때 귀뜸만 좀 해주면 되거든. 답을 해달라는게 아냐. 정말이다. 그건 아냐-- 그냥 귀뜸만---
[에밀리] 그래 귀뜸 정도는 괜찮어.- 그럼- 저- 댁히거든 휘바람을 불어. 그럼 내가 귀뜸해 줄게.
[죠오지] 넌 날적부터 머리가 좋은 모양이지.
[에밀리] 처음부터 천지가 어디 있어.
[죠오지] 그렇지. 근데 난말야. 농부가 되고 싶거든. 루우크아저씨가 말씀이 나만 좋다면 언제고 아저씨댁 농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성적이 좋으면 나중에 농장을 주시겠대.
[에밀리] 집이랑 다 주신단 말이지?
(웹부인이 커다란 쟁반을 들고 들어와서 창살문 옆의 벤취에 앉는다.)
[죠오지] 응 그럼 고맙다.--- 난 야구장으로 가야겠다. 그 얘기 고맙다.- 안녕하세요. 에밀리어머니.
[웹부인] 응, 죠오지로구나.
[죠오지] 에밀리 난 간다.
[에밀리] 잘 가아.
[웹부인] 에밀리야 이리 와서 콩이나 벗겨라. 겨울동안 먹어야지. 죠오지가 얘기를 제법하는 모양이다. 꽤 자랐어 몇 살이나 됐니?
[에밀리] 몰라요.
[웹부인] 가마있자. 열여섯살은 됐을걸.
[에밀리] 엄마, 오늘 반에서 연설했는데 근사했어.
[웹부인] 저녁먹을 때 아버지 앞에서 해봐라. 무슨 연설을 했니?
[에밀릴] 루이지아나 퍼어처스에 대해서요. 술술 맥히지 않고 했어요. 일평생 연설을 해야지- 엄마 근사하지?
[웹부인] 더 근사하도록 해야지
.[에밀리] 엄마, 내가 묻는거 대답해 줄테야 진심?
[웹부인] 진심으로- 진심이 뭐냐.
[에밀리] 진심으로- 대답하지?
[웹부인] 그야 물론이지.
[에밀리] 엄마 나 잘 생겼어요?
[웹부인] 그야 이를 말이냐. 우리 얘들은 다 잘 생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니?
[에밀리] 아이 그런 뜻이 아네요. 내 말은 말야- 예쁘냔 말야.
[웹부인] 그렇다니까 그래. 그만큼 알았으면 됐지. 네 얼굴이야말로 돋아 오는 반달같지. 그런 얘긴 왜 자꾸 묻니
[에밀리] 엄만 뭣이고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으면서 뭘.
[웹부인] 지금 제대로 얘기하고 있지 않니?
[에밀리] 엄만, 엄만 예뻤우?
[웹부인] 물론 예뻣지. 메이미 카아트라이트 빼놓고는 내가 읍내에서 제일 예뻤단다.
[에밀리] 하지만 엄마. 그 있지 않우 어마? 정말 예뻐요?--- 남을 --- 사람들을 끌수 있느냐 말에요?
[웹부인] 얘, 고단하다. 그 얘긴 그만 둬. 그만큼 예쁘면 문제없다.- 자 그만 두고 쟁반 가지고 오너라.
[에밀리] 엄마 내 얘긴 들어주지도 않어.
[무대감독] 고맙습니다. 됐습니다. 됐어요. 그 정도로 해주실까요. 웹부인 감사합니다.
[에밀리] 고맙다. (웹부인과 에밀리 물러간다.) 이 읍내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 몇가지 또 있습니다. (그는 무대 중앙으로 온다. 다음말을 하는 동안 조명이 차츰 어두어지고 그에게만 스폿트를 비친다.) 마침 좋은 기회가 돼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카아트라이트씨 측에서 이 읍내에 새 은행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버어몬트까지 가서 대리석을 가져왔죠. 헌데 건축자측에서 제친구에게 정초식할 때 뭘 넣으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 한 천년후에 파내도록 하자는 거죠--- 물론 그들은 뉴우욕 타임즈와 웹씨가 발행하는 센티늘을 넣었죠--- 이 방법엔 상당히 흥미가 있습니다. 몇몇 과학도들이 인쇄물을 아교로 칠하는 방법을 발견해 냈죠- 규산염 아교에요.- 그럭하면 천이나 이천년은 썩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우린 성경도 넣고--- 북미중국 헌법- 세익스피어 전집도 넣을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옛날 바빌론에는 이백만명이나 살고 있었습니다만 바빌론에 대한 우리 지식이라고는 제왕들의 이름과 멀 소국매매계약서 나부랭이었죠.--- 그리고 노예 매매계약서 뿐입니다. 하지만 저녁이면 저 바빌론의 가족들은 저녁상머리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고 아버지는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연기는 굴뚝위로 꾸역꾸역 올라갔죠-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희랍이나 로오마도 마찬가지죠. 그들의 실생활을 우리가 안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 당시의 재미있는 시와 무대상연을 위해서 쓴 연극을 통해서 관찰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도 이 연극 대본 한 권을 주춧돌에 넣어서 천년후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대한 몇가지 대단치 않은 사실을 알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베르사이유 조약이나 린드버어그의 빠리 비행보다 소중한 것이죠. 아시겠죠? 그러니까 결국- 천년후의 사람들도 - 우리가 이십세기초에 뉴욕 북부 지방에 있을때나 마찬가지겠죠. - 과거나 현재나 사람의 사는 모습은 매 일반인 것입니다. 자라서 결혼생활을 하며 살다가 죽고- (오케스트라석에 일부분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성가대가 형제의 연락을 부른다. 싸이먼.스팀슨이 일어나서 그들을 지휘하고 있자. 그 동안에 뒤에서 사닥다리 두 개를 무대 위에 밀어 내놓는다. 하나는 깁스집 또하나는 웹집의 이층 역할을 하는 셈이다. 죠오지와 에밀 리가 각각 사닥다리에 올라간다. 그리고는 숙제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깁스의사가 부엌으로 들어가서 책을 읽고 앉아있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갔군요. 저녁이 됐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조합교회에서 성가대가 합창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애들은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죠. 오늘 하루도 피곤한 시계처럼 태엽이 풀렸습니다.
[싸이먼.스팀슨] 이거 봐요. 이고 봐. 뭣하자는 음악에요? 기쁨을 줘야 될게 아녜요?- 부드럽게, 좀더 부드럽게 소리만 크게 내면 훌륭한 음악이 되는게 아녜요 시끄러운 소리는 감리교회인보고나 내라지. 그 사람들은 못당해. 자 다시. 테너!
[죠오지] 휘잇, 에밀리!
[에밀리] 죠오지!
[죠오지] 얘, 에밀리야.
[에밀리] 공부가 안되는데. 어쩌면 달이 저렇게 밝니?
[죠오지] 에밀리, 셋째 문제 물었니?
[에밀리] 어떤거?
[죠오지] 셋째 문제 말야.
[에밀리] 그야 풀었지.- 제일 쉬운 문제야.
[죠오지] 난 모르겠다. 귀뜸만 해다우.
[에밀리] 한가지만 말해주지. 야아드만 알면 돼.
[죠오지] 뭐? 야아드라구? 무슨 소리냐?
[에밀리] 정방형 야아드말야.
[죠오지] 아!--- 정방형 야아드.
[에밀리] 그렇다니까, 그래도 몰라?
[죠오지] 알어.
[에밀리] 벽지의 정방형 야아드.
[죠오지] 벽종이- 응 알았다. 고맙다 에밀리.
[에밀리] 괜찮어. 어쩌면 달이 저렇게 밝으니? 찬양대도 연습을 하고 있고- 숨을 죽이고 있으면 컨투국으로 가는 기차소리가 잘 들려. 들리지?
[죠오지] 응- 참 신기하다!
[에밀리] 그만하고 공부해야지.
[죠오지] 잘 자라, 에밀리. 고맙다.
[에밀리] 죠오지 잘 자아.
[싸이먼.스팀슨] 아 참- 화요일 오후에 후레드.허어씨의 결혼식이 있는데 몇분이나 오셔서 노래해 주실 수 있죠?- 손들어 보세요. 좋습니다. 좋습니다. 지난달 제인.트로오부리지 결혼식때 부르던걸 하도록 하죠.- 자 다음은 믿으려 하는 자와 문답함을 합시다. 이건 문답이니까 똑똑하게 잘 불러요. 시작하겠어요.
[깁스의사] 얘, 죠오지야 잠깐 내려온.
[죠오지] 네. (사닥다리를 내려온다)
[깁스의사] 어려워 마라. 잠간 동안이면 돼. 죠오지야, 너 몇살이지?
[죠오지] 저요? 열여섯살요. 얼마 안있으면 열일곱살되죠.
[깁스의사] 졸업후엔 뭘하련?
[죠오지] 아버진 아시면서 그러세요. 루우크 아저씨 농장에 가서 일하고 싶어요.
[깁스의사] 그럼 일찍 일어나서 소젖 짜고 가축을 먹이고 싶단 말이지.--- 왼종일 괭이질도 하고 건초도 만들 수 있단 말이냐?
[죠오지] 그럼요. 아니 아버진---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깁스의사] 죠오지야, 오늘 진찰실에서 말이다. 이상한 소릴 들었거든.--- 뭔지 알겠니? 너희 어머니가 장작 빼개는 소리야. 생각해보렴- 어머닌 일찍 일어나서 왼종일 밥지으랴 빨래하랴 다리미질하랴- 그뿐이냐 뒷마당에 가서 장작까지 빼개야 하지 않니. 아마 널보고 해달라는 말도 하기가 귀찮아진 모양이드라. 아예 단념하고 자기손으로 하기로 작정했어. 그런데 넌 어머니가 지어준 밥을 먹고 어머니가 꼼꼼히 만든 옷을 입고 뛰어나가서는 야구나 하지- 월급주고 부리는 식모나 다를 게 뭐있니? 너희 어머니를 식구가 무척 좋아한다는 거 이외는 다를 게 하나도 없디. 애비로서 네가 그런 실정을 알도록 하고 싶었어. 엣다 손수건. 그리고 말이다, 네 용돈을 주당 이십오센트 올려주기로 했다. 그야 물론 어머니 대신 장작을 패라고 더 주는건 아니다. 장작을 네가 빼갠다면 그건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냥 해드리는거지. 허지만 너도 자꾸 커가니까- 돈쓸 일도 많을게다.
[죠오지] 아버지 감사합니다.
[깁스의사] 가만히 있자, 내일이 네 봉급날이로구나. 기다려봐라.- 흠, 리베카도 올려줘야된다고 생각할걸. 헌데 이상하다. 너희어머니가 어떻게 된걸까? 전엔 성가대 연습이 이렇게 늦진 않았는데.
[죠오지] 인저 여덟시반인데요 뭘.
[깁스의사] 어머닌 뭣하러 그 시시한 성가대엔 자꾸 나가는지 모르겠다. 늙은 까마귀 소리밖에 못내면서--- 이렇게 늦게 밤거리를 빈들거리고 다니다니--- 너 잘시간 되지 않았니?
[죠오지] 네.
(죠오지는 사닥다리위의 자기 자리로 올라간다. 왼쪽 무대에서 웃음소리와 작별인사하는 소리기 들리더니 이윽고 쏘옴주부인 웹부이이 행길로 온다. 무대 모퉁이에 이르자 발을 멈춘다)
[쏘옴즈부인] 잘 자요. 라아서, 포스터씨, 편히 쉬세요.
[웹부인] 우리집 양반한테 말하겠어요. 꼭 신문에 내줄거야.
[깁스부인] 이를 어쩌면 좋아. 늦겠네.
[쏘옴즈부인] 쉬어마, 잘 쉬어요.
[깁스부인] 성가대 연습 훌륭하지 않었우? 에밀리엄마 저 달좀 봐요 글세 올핸 감자는 잘먹게 생겼우.
(그들 잠시동안 말없이 달을 올려다 본다)
[쏘옴즈부인] 사실 그얘긴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제 우리끼리니까 말이지만- 그런 망칙스런 일은 우리읍내에선 처음이지 뭐유.
[깁스부인] 뭐말유?
[쏘옴즈부인] 싸이먼.스팀슨말에요.
[깁스부인] 그만해둬요.
[쏘옴즈부인] 하지만 적어도 교회의 오르간을 치는 사람이 하루가 멀다하고 술독에 빠져 살아야 되겠우? 왜 그런 오르가니스트를 쓰느냐 말에요? 오늘저녁에도 취했거든.
[깁스부인] 그쯤해둬요. 스팀슨씨야 모두들 잘알지 않우? 그이가 겪은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다 알고 있는걸 뭘. 훠거슨 의사도 아세요. 그러니 의사가 그 사람을 그대로 쓰신다면 우리들은 차라리 모르는체 하는게 좋아요.
[쏘옴즈부인] 모르는체 한다고요! 하지만 점점 더 심해가지 않아요?
[웹부인] 그렇진 않아요. 차츰 나아지고 있다우. 난 당신보다 그 성가대에 많이 나갔지만 이 근방에선 그다지 빈번하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정말 이런 달밤엔 잠자리에 들기가 싫구료.- 빨리 가봐야겠네. 애들이 자지않고 기다릴 거야. 잘 자요. 쏘옴즈댁 (그들은 작별인사를 나눈다. 웹부인은 앞 무대로 급히 와서 자기집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깁스부인] 쏘옴즈댁, 어둔데 괜찮겠우?
[쏘옴즈부인] 대낮같이 밝은데요. 그이가 창에서 상을 찡그리고 있는데 보이는군요. 남자들이란 우리가 뭐 춤이나 추러간 것처럼 야단들이라니까요.
(그들 작별인사를 한다. 깁스부인 자기 집에 다다르자 창살문을 통하여 부엌으로 들어간다.)
[깁스부인] 참 재미있었어요.
[깁스의사] 왜 이렇게 늦게 다뉴?
[깁스부인] 늘 이렇지, 오늘이라고 더 늦은게 아녜요.
[깁스의사] 여편네들이란 할 수 없단 말야. 길모퉁이에서 잡담이나 하구.
[깁스부인] 여보, 너무 까답롭게 그러지 말어요. 달빛이 저렇게 밝은데 나가서 헤리오트로프 냄사나 맡습시다. (그들은 서로 팔을 끼고 훗트라잇트앞을 거닌다.) 얼마나 좋우? 내가 나간 뒤에 뭘 하셨우?
[깁스의사] 그저 늘 하던 식으로 책읽었지. 그래 오늘밤엔 무슨 잡담들을 했오?
[깁스부인] 그런데 여보- 정말 郁기거리가 있다우.
[깁스의사] 흠! 싸이먼.스팀슨이 또 취한 모양이군?
[깁스부인] 그렇게 지독한 건 오늘 처음 봤어요. 결국 어떻게 될까요? 훠거슨 의사님도 언제까지나 용서하시진 않을 걸요.
[깁스의사] 싸이먼.스팀슨은 이 읍내에서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오. 세상엔 이런 조그만 읍내 생활에는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거요. 그 사람의 장래가 어떻게 될 건지 난들 알겠오만 우린들 어떡하겠오? 그저 내버려두는 수밖에, 자, 들어갑시다.
[깁스부인] 뭘 벌써 들어간다고 그러우.--- 근데 여보, 난 당신이 걱정이 돼요.
[깁스의사] 무슨 걱정이오?
[깁스부인] 암만해도 내가 해야 될 일 같아요. 단신을 쉬시도록 해드려야겠우. 나한테 유산만 있다면 그야 그렇게 해드리고 말고요.
[깁스의사] 아니 여보, 또 그 얘기로구려. 지각없는 소리야.
[깁스부인] 당신은 정말 외고집이로구려.
[깁스의사] (집안으로 들어가며) 어서 들어와요. 늦었오. 괘니 감기들어요. 아까 죠오지란 놈을 좀 나무랬오. 며칠동안은 그놈이 장작을 빼갤테니 어서 이층으로 올라가요.
[깁스부인] 이것 저것 챙길게 조옴 많아요! 근데 여보 훼어차일드부인은 저녁마다 앞문을 잠근데요. 윗마을엔선 모두들 문을 잠그거든요.
[깁스의사] (램프불을 불어 끄며) 모두들 도시사람 흉내를 내거든. 그게 탈야. 뭐이 그렇게 훔쳐갈게 있다구. 피차에 다 알고 있는걸.
(그들 사라진다. 리베카가 사닥다리 위 죠오지옆으로 올라간다.)
[죠오지] 리베카 비켜. 이 창문엔 한사람 자리밖엔 없어. 넌 언제나 일을 잡치거든.
[리베카] 내 잠깐만 볼게. (싸이먼스팀슨 그에게 와서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약간 몸을 흔들거리며 그를 응시한다.) 늦었네그려--- 모두들 자느라고 고요하다니까--- 우리도 그만 자는게 좋겠네. 바래다줄까? (싸이먼.스팀슨은 아무말없이 여전히 비틀거리며 바른쪽으로 사라진다) 잘자게.
[워린순경] 저러다가 결국 어떻게 될까요?
[웹] 저친구 이것 저것 골치아픈 일도 많이 겪었건만--- 저 이거 봐요--- 우리집 놈이 혹시 담배피우는걸 보거든 한마디 해줘요. 그놈이 당신 생각을 끔직이 한다니까요.]
[워린순경] 자제는 담배 안피울텐데요. 기껏해야 일년에 두서너개 밖에 안피울겁니다.
[웹] 흠--- 그러까요--- 그럼 편히 쉬세요.
[워린순경] 안녕히 주무십쇼. (퇴장)
[웹] 거 이층에 누구냐? 당신요?
[에밀리] 아녜요. 저예요.
[웹] 왜 안자니?
[에밀리] 왠지 모르겠어요. 아직 잠이 안오는걸요. 달빛이 너무너무 밝아요! 그런데다 리베카네집 헤리오트로프 향기가 코를 찌르는 걸요. 맡아보세요.
[웹] 음--- 그래. 너 무슨 걱정이 있니?
[에밀리] 걱정이라뇨! 아뇨.
[웹] 그럼 좋은대로 하렴. 하지만 어머니 눈에 뛸라 잘자아.
[에밀리]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웹씨는 휘바람으로 형제의 연락을 불며 집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진다)
[리베카] 제인,크로프트가 앓고 았을 때 목사님한테서 받은 편지얘길 오빠한테 안했지? 목사님이 제인한테 편지를 했는데 말야 봉투의 주소가 걸작이야. 아메리카 합중국, 뉴우. 햄프셔주 싸튼군. 그루우버즈.코오너즈읍 크로프트 농장 제인.크로프트.
[죠오지] 그게 뭣이 우수우냐?
[리베카] 듣기나 해. 아직 안끝났어 그 앞에 더 왔다니까. 하나님. 우주, 태양계, 지구, 서반구,북아메리카 대륙, 아메리카합중국- 봉투에 이렇게 씨어있었다니까.
[죠오지] 야, 최고다!
[리베카] 그리고 우체부가 고대로 배달했거든.
[죠오지] 최고라니까!
[무대감독] 여러분 이걸로 일막은 끝났습니다. 담배 피우실 분은 나가서 피우셔도 좋습니다.

[막] 2막
(두집 부엌의 식탁과 의자는 그대로 무대에 놓여있다. 사닥다리와 조그만 벤취는 치웠다. 무대감독은 자기자리에 나와서 관객이 제 자리에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다.)
[무대감독] 삼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렇죠 해가 천번도 더 떴다가 졌죠. 한여름 한겨울이 지나갈 때마다 저 산도 조금씩 뭉개지고 비가 올 때면 산흙을 씻어내리곤 했습니다. 삼년전엔 이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애들이 제법 똑똑한 말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하늘이라도 날을 것만 같이 젊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전같이 계단을 뛰어 올라갈 수 없음을 알았죠. 숨이 차서 가슴이 뛰게 됐거든요. 구백아흔아홉날 하고 하루동안에 무슨 일인들 안일어나겠습니까. 대자연도 별별 변화를 겪었죠.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결혼을 했습니다. 사실둁에요. 산도 약간 깍여 나간 셈이죠. 수백반 갈론의 물이 물방앗간 옆을 흘러가고 여기 저기 새 가정을 꾸민 집이 생겼습니다. 세상에 결혼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저의 읍내에서는 거의 예외가 없습니다. 거의 누구나 결혼해서 살다가 무덤으로 들어가게 마련이죠. 제일막은 일상생활이라고나 할까요. 제이막은 사랑과 결혼입니다. 이 다음에 또 한막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얘긴지는 짐작하시겠죠. 그쯤해두고요. 삼년후 1904년입니다. 칠월십사일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식 직후죠. 이 무렵이 되면 젊은이들은 서둘러서 결혼을 하죠. 그 딱딱한 기하와 씨쎄로 화법의 마지막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갑자기 결혼해도 좋은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죠. 이른 아침입니다만 밤새 비가 왔습니다. 앵간히 퍼부었죠. 천둥소리도 요란했습니다. 깁스부인이 가꾼 정원과 여기 웹부인이 가꾼 정원은 흡빡 젖었습니다. 저기 행길엔 어제 종일 병풍이 가로 날리는 것 같이 비가 가로쳤습니다. 음--- 지금이라도 또 올 것 같군요. 들어보세요. 다섯시 사십오분 보스톤행 열찹니다. (깁스부인과 웹부인이 각기 부엌으로 들어와서 일막에서처럼 아침준비를 시작한다.) 깁스부인하고 웹부인은 오늘도 다른 때와 같은 날인 것처럼 아침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 오신 부인들께는 특별히 지적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여러분이 보시는 이 두 부인도 하루에 세 번 음식을 만들죠- 한분은 이십 년 또 한분은 사십 년! 그런데도 여름방학도 없습니다. 두분 다 남매를 키우고 빨래를 하고 집안 소제를 하고- 그러면서도 한번도 신경쇠약에 걸리지도 않습니다. 마치 중서부 지방의 어떤 시인이 말한 것처럼 -살기 위하여 삶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기 위하여 살라--- 이른바 순환논법이죠
[하우이.뉴우썸] (왼쪽 무대뒤에서) 어서 가지 못해 베씨!
[무대감독] 하우이.뉴우썸이 우유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싸이.크로오웰이 그전 자기형이 돌리던 신문을 돌리고 있습니다.
(싸이.크로오웰이 가상의 신문을 이집 저집 문앞에 던지며 들어온다. 하우이.뉴우썸은 베씨를 끌고 행길로 온다.)
[싸이.크오로웰] 하우이 아저씨 일찍 나오셨군요.
[하우이.뉴우썸] 잘잤니- 뭐 내가 알아 둬야 될거라도 났니?
[싸이.크로오웰] 별거 없어요. 우리 읍내에서 일류 야구선수를 잃게 됐다는 기사가 났어요.- 죠오지.깁스말예요. 그만한 핏치는 여태까지 없었거든요.
[하우이.뉴우썸] 사실이지.
[싸이.크로오웰] 힛트앤드런도 잘 하거든요.
[하우이.뉴우썸] 아무렴 근사한 선수지- 뭐- 좀 기다려 베씨야! 얘기하고 앞을 때 얘기도 못한단 말이냐.
[싸이.크로오웰] 결혼하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야구를 그만둘 수 있을까요. 안그래요?
[하우이.뉴우썸] 글세. 난 그런 재주도 없으니까 그만두고 자시고 할께있니. (워린순경 들어온다. 그들 아침인사를 주고받는다.) 일찍 나오셨군요.
[워린순경] 홍수를 막을수 없을까 해서 나왔지. 밤새 강물이 불었거든.
[하우이.뉴우썸] 죠오지.깁스가 야구를 그만둔다든데요. 싸이.크로오웰이 굉장한 뉴우스라고 흥분하는군요.
[워린순경] 그렇다우 바로 이십년정에도 선수가 있었지- 죠오지.깁스도 못따를걸. 행크.타드라는 친구였지.- 날씨가 어떻겠나?
[하우이.뉴우썸] 괜찮어요. 갤 것 같은데요.
(워린순경과 싸이.크로오웰 다시 가기 시작한다. 하우이.뉴우썸 먼저 깁스댁에 우유를 배달한다. 깁스부인은 창살문 옆에서 그를 맞는다.)
[깁스부인] 수고허시우. 비가 또 올 것 같어요?
[하우이.뉴우썸] 안녕하십니까. 그만큼 쏟아졌으니까 갤겁니다.
[깁스부인]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우이.뉴우썸] 오늘은 얼마나 쓰시겠습니까?
[깁스부인] 오늘은 친척들이 많이 온다우. 우유 세통하고 크림두통은 있어야 될 것 같군요.
[하우이.뉴우썸] 이번 혼인은 천생연분입죠. 제 처도 그렇게 말합니다. 재미있게 사실 거예요.
[깁스부인] 고마워요. 부인보고 식장에 좀 오라고 그러세요.
[하우이.뉴우썸] 네 갈 겁니다. 될 수 있는 대로 가도록 하죠. (하우이.뉴우썸 웹부인 집으로 건너간다.) 안녕하십니까?
[웹부인] 어서와요. 네통 갖다달라고 했지만 한통만 더줘요.
[하우이.뉴우썸] 그럭헙죠. 그리고 크림을 두통 하구요.
[웹부인] 또 비가 올 것 같어요?
[하우이.뉴우썸] 지금 막 깁스부인께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갤 겁니다. 제 처가 축하의 말씀 드려달라고요. 정말 천생연분입죠.
[웹부인] 고마워요. 내외분이 식장으로 오셔야 돼요.
[하우이.뉴우썸] 아, 가뵈야죠. 안가서야 됩니까. 자, 가자, 베씨. (하우이.뉴우썸. 깁스의사 샤쓰바람으로 내려와서 조반식탁 앞에 앉는다.)
[깁스의사] 여보, 결국 그날이 왔구료. 병아리 하나 없어지게 됐어.
[깁스부인] 뭣이 재미나다고 그런 소릴 허슈. 그냥 울고만 싶우. 앉아서 커피드세요.
[깁스의사] 새신랑께선 면도하고 있오- 수염이라야 많지도 않은걸. 휘바람을 분다. 노래를 한다 집나가는 게 무척 좋은 모양야- 이따금 거울에다 대고 네에 네에 하고 서약하는 연습을 하는데 그대로 잘 해갈지 도무지 듬직하질 않어.
[깁스부인] 여보, 그 애가 어떻게 살아나갈지 모르겠구려. 지금까진 내가 옷을 챙겨 주고 춥지않게 보살펴줬지만- 걔들은 너무 어려서 원. 에밀리는 그런걸 모르거예요. 우리앤 그대로 내버려두면 일주일도 못가서 독감에 걸릴걸요.
[깁스의사] 여보, 우리 혼인 하던날 아침 생각이 나는구려
[깁스부인] 그 얘긴 그만둬요.
[깁스의사] 난 뉴우.햄프셔주에선 제일 겁쟁이었어. 꼭 실수를 할 것만 같았어. 당신이 입장할 때 보니까 정말 예쁩디다. 그전에 당신을 한번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여간 걱정이 되지 않았오. 조합교회 안에서 초면인 여자하고 결혼을 하다니
[깁스부인] 난 어땠는지 아우?- 결혼식이라는건 정말 맹랑한거에요. 생각하면 희극같거든요- 사실에요. (그는 남편 앞에 룼시를 놓는다) 자 이거 만들었으니 자시우.
[깁스의사] 야 희한한데- 후랜취 토오스트군.
[깁스부인] 만들기 힘든 것도 아닌데다 맘이 들떠서 뭣이고 해야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군요. (잠시 사이. 깁스의사 시로프를 따른다)
[깁스의사] 어제밤 잠이 옵디까?
[깁스부인] 시계치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어요.
[깁스의사] 그래애! 그녀석이 가족을 거느리게 되었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이상해지는 구려! 자식이 곱상스럽게 생기기나 했지 뭘 알아야지- 이 세상에 아들이라는 것처럼 마음을 조이게 하는 건 없오. 부자지간에 관계라는 건 아주 고약하고 거북하고-
[깁스부인] 모녀관계는 거저 먹긴 줄 아슈? 얼마나 어렵다구.
[깁스의사] 그것들이 살아가려면 여려가지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우리가 참견할건 없지. 사람마다 자기가 당하는 난관은 자기가 뚫고 나가게 마련야.
[깁스부인] (식탁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명상에 잠겨) 그렇죠--- 사람은 둘씩 둘씩 살아가게 마련이죠. 혼자 산다는 건 어색하거든요.
(잠시 사이 깁스의사 웃기 시작한다)
[깁스의사] 내가 당신하고 결혼했을 때 내가 겁을 먹은 게 뭔지 아우?
[깁스부인] 어서 말해보시우.
[깁스의사] 이삼주일 얘기하고 나면 얘기거리가 없어지지 않으까 걱정했다오. (두사람 웃는다) 결국 할말이 없어져서 벙어리처럼 밥을 먹게 되지 않으까 하고 말야.- 정말야- 그런데 우리들이 이십년 동안이나 얘기를 해왔는데도 얘기주머니가 비어본 때라고는 없었거든
[깁스부인] 맑은 날씨건 궂은 날씨건 특별한건 없다고 해도 언제고 얘기거리 야 있죠. (그는 계단 밑으로 간다) . 리베카는 일어났우?
[깁스의사] 아니. 남의 일이라면 붸아다니면서 참견하는 앤데 오늘만은 휴업인 모양요. 제 방구석에 들어 앉었어.- 우는 모양입니다.
[깁스부인] 맙시사- 그런짓 못하게 해야돼요. 리베카야, 리베카! 내려와서 아침 먹어라. (죠오지가 아주 활발하게 계단을 덜거덕거리고 내려온다)
[죠오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다섯시간밖에 살아있을 시간이 없어요. (목을 베는 시늉을 하고 킥킥 소리를 크게 내고는 창살 문으로 나간다)
[깁스부인] 도령님 어딜 가니?
[죠오지] 저 건너 색시 보려요.
[깁스부인] 이거봐 덧구두 신어라. 비가 쏟아진다. 덮어놓고 나가기만 하면 어떡하니? 준빌 단단히 해야지.
[죠오지] 아이 어머니도 엎어지면 코달텐데 뭘.
[깁스부인] 죠오지야,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해라. (깁스의사는 이층으로 간다. 죠오지는 마지못해 부엌으로 돌아와서 덧신을 신는 시늉을 한다.)
[깁스부인] 내일부터는 춥건 더웁건 감기가 걸리건 말건 네멋대로 하렴 하지만 애미앞에 있는 동안은 지각없이 굴어야해.- 네 장모가 아침 일곱시에 찾아가면 좋아 할라우.- 우선 커피나 한잔 들어라.
[죠오지] 금방 돌아올께요 (물고인데를 뛰면서 무대를 건너간다.) 장모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웹부인] 아이고 깜짝야- 비맞는데 서있지말고 잠간만 들어오세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오라고는 못하겠네.
[죠오지] 들어가면 안되나요?
[웹부인] 아니 그것도 모르나? 혼인날은 교회에서 색씨를 만나는 거야. 그전에 안돼.
[죠오지] 그건 미신이에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장인어른?
(웹씨가 들어온다)
[웹] 잘 잤니?
[죠오지] 장인께선 그런 미신 믿으시지 않으시겠죠?
[웹] 미시이라고 덮어놓고 나쁜건 아냐. 이치에 닿는게 많단다. (웹씨는 오른쪽을 향하여 식탁앞에 앉는다.
[웹부인] 수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해왔는데 솔선해서 그런 관습에서 벗어나려고 할게 뭐있나?
[죠오지] 에밀린 어때요?
[웹부인]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어. 아무 기척 없다니까?
[죠오지] 자고 있어요!
[웹부인] 그럴 수밖에. 꿰매고 짐꾸리고 하느라고 웬 식구가 눈도 붙여보지 못했다네. 나하라는대로 해. 여기 잠간 앉아서 장인하고 이 커피나 들게. 내 이층으로 가서 그애 보고 내려와서 한바탕 자낼 놀래주라고 해보지. 베이콘도 있으니 들어 하지만 빨리 먹어치게. (웹부인 나간다. 어색한 침묵. 웹씨는 커피에 도오낱스를 떨어뜨린다. 여전히 침묵이 흐른다.)
[웹 (갑자기 크게 ) 그래, 넌 어떠니?
[죠오지] (깜짝 놀래어 커피를 꿀꺽 삼키며) 저요, 전 아주 좋아요. (잠시 사이) 그리고 뭐라고 그리셨는지 아니? 네 아내 때문에 신경질이 나거든 말이다. -가령 잔소리가 많다든지 뭐 좌우간 그런 일이 있거든- 벌덕 일어나서 집을 나가버려라. 그럼 정신을 차릴거다. 그리고 절대로 말야. 정말 절대로 돈이 얼마 있는 걸 네 아내가 알지 못하도록 해라. 이러게 말씀하셨어.
[죠오지] 하지만--- 어떻게---
[웹] 그런데 난 네 처조부말씀의 반대로 했거든. 그랬더니 오늘날까지 아주 행복하게 살아왔다. 너도 그걸 교훈으로 삼어라. 사사로운 문제에 대해서 남의 조언을 구할 필요는 없어.- 얘 너 농장에서 병아리 키우던?
[죠오지] 네?
[웹] 농장에서 병아리 키울테니 말이다.
[죠오지] 루우크 아저씨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세요. 하지만 제생각엔--- 요전에 진찰소에 책이 한권 왔는데 필요식 병아리 기르는 법에 대해서 쓴다드라. 너도 읽어봐. 난 뒷마당에다 조그맣게 시작해볼 생각이다. 지하실에 부란기나 한 대 놓고 말이다.- (웹부인 등장)
[웹부인] 여보, 또 그 부란기 얘기유? 난 또 두분이 그럴 듯한 얘기나 하신다구.
[웹] (쏘아붙이면서) 그렇게 사위한테 충고를 하고 싶으면 난 이층으로 가리다. 단둘이 애기하구려.
[웹부인] (죠오지를 일으키면서) 에밀리도 내려와서 아침을 먹어야지. 안부를 전하기만 하고만나고 싶지는 않대. 어서 가게.
[죠오지] 그럼 가겠어요. (죠오지는 당황하고 풀이 죽어서 무대를 건너 자기 집으로 간다. 천천히 웅덩이를 피하여 집안으로 사라진다.)
[웹] 여보, 아마 당신도 그 해묵은 미신을 모르지.
[웹부인] 무슨 말씀유?
[웹] 이건 옛날 석기시대 때부터 시작된 거지만 말요. 신랑은 결혼날이나 그 직전에는 장인을 만나면 안된다는거야. 그 녀석하고 같이 있으라고 한건 당신이야. (두사람 무대를 나선다.)
[무대감독] 감사합니다. 여기서 또 실례를 해야겠습니다. 자초지중을 알고싶군요.- 이 결혼말에요. 백년을 해로하겠다는 이 계획말입니다. 저는 그런 경사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관심이 여간 크지 않습니다. 다 아시는 일이지만 스물 한 두살이 돼서 몇 가지를 결정짓고 보면 눈깜짝할 새에 일흔이 된단 말씀에요. 오십년 동안이나 변호사 노릇을 할수도 있죠. 그리고 보면 바로 여러분 옆의 백발부인은 오만번이상 여러분과 밥상 앞에 같이 앉은 셈이 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요? 이제 죠오지와 에밀리가 자기들이 주고 받던 얘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겁니다. 그들이 처음으로--- 말하자면--- 속담에도 있듯이--- 천생연분임을 알았을 때 얘기죠. 하지만 그에 앞서 여러분도 옛날로 돌아가셔서 젊음이란 어떤 것이었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특히 여러분이 첫사랑에 빠졌던 시절을 회상해 보세요. 꼭 몽유병자와도 같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남이 말을 걸어도 들리지 않던 그런 시절 말입니다. 말하자면 약간 미친셈이죠. 이제 이 젊은애들이 세시면 고등학교에서 파해 나올겁니다. 죠오지는 이학년 운영위원장으로 뽑힌지 얼마 안됐습니다. 그런데다 지금이 유월이니까 내년 일년동안 계속해서 삼학년 위원장 노릇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에밀리는 총무겸 당선됐거든요. 아시다싶이 얼마나 중요한 자립니까. (그는 깁스집 식탁앞에 의자 중에서 두 개를 갖다가 그위 에 판자를 걸쳐놓는다. 그리고는 무대 옆에서 등 없는 높은 의자 두 개를 갖다가 판자뒤에 놓는다. 의자에 앉으면 객석을 향하게 된다. 이것이 모오건씨가 경영하는 잡화상 (차도 마시고 약도파는) 카운터 역할을 한다. 학생들의 말소리가 왼쪽 뒤에서 들린다.) 그렇다니까요- 저기들 행길로 오고 있습니다.
(에밀리가 가상의 책을 잔뜩 안고 왼쪽 행길로 온다)
[에밀리] 안된다니까, 루이즈. 집에 가야돼. 잘가거라, 얘 어네스틴! 얘 저녁에 우리집에 와서 라틴어 공부하자. 씨세로는 정말 골치아픈 학과지 뭐니- 우리집에 와서 해야 된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려. 잘가라 헬렌 잘 가아. 후레드.
(죠오지가 책을 들고 에밀리를 붸아온다)
[죠오지] 책 내가 들어다 줄게.
[에밀리] (냉담하게) 아니--- 뭐--- 그럭해. 금방이니까.
(에밀리는 책을 죠오지에게 준다)
[죠오지] 잠간 쟤하고 얘기좀 할게- 얘 봅. 내가 조금 늦드래도 연습 시작해라. 그리고 허어브 연습시킬 땐 높게 멀리 쳐주란 말야.
[에밀리] 리지. 잘다아.
[죠오지] 잘 가아, 리지- 에밀리, 너도 당성돼서 참 잘 됐다.
[에밀리] 응!
(그들은 거의 무대 뒷벽에 기대일 정도로 행길에 서 있었으나 객석쪽으로 한걸음 내딛으면서 죠오지가 말한다.)
[죠오지] 에밀리, 넌 왜 날보면 화를 내니?
[에밀리] 내가 무슨 화를 내.
[죠오지] 요새 날 이상하게 대하지 않니?
[에밀리] 물으니까 털어놓고 얘기할테야-
(선생하나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
[에밀리] 난 네가 나쁘지 않은걸 알어. 하여간 그게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거든.
[죠오지] 에밀리--- 아이스.크림소오다나 뭐 먹고 가자.
[에밀리] 그래--- 그럭해 (그들 객석 쪽으로 나와서 바른쪽으로 꺾어서 코오건 잡화상의 문을 연다. 에밀리는 흥분된 상태에서 머리를 수그린다. 죠오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죠오지] 얘 스츄우야- (
안경을 쓰고 모오건역을 하면서 바른쪽에서 불쑥 나와 객석과 소오다수 판매대 사이에 선다.)
[무대감독] 어서들 오너라- 뭘, 들련? 아니, 에밀리야- 뭣 때문에 울었니?
[죠오지] (애써설명한다.) 아주--- 하마트면 큰일날번 했어요. 저 철물전 마차에 칠번 했거든요. 톰.허킨즈는 미친사람 모양으로 차를 몬다고들 그래요.
[무대감독] (물을 따르며) 자 에밀리야. 물을 마셔라. 굉장히 놀랜 것 같구나. 요샌 행길 건널대 양쪽을 잘보고 건너야 하느니라. 해가 갈수록 고약해진다니까.- 뭘 마실테냐?
[에밀리] 전 스트로베리,탄산수를 들겠어요.
[죠오지] 그거 먹지마. 나하고 아이스크림소오다 같이 먹자. 아저씨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소오다 둘 주세요.
[무대감독] (꼭지를 틀어 따르며)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 소오다들이다. 그럭헙죠. 내가 너희들한테 얘기하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말이다. 우리 그로오버즈.코오너즈에 작으만치 말이 백스물다섯마리가 있어. 어저께 검열관이 나왔었지. 그리고 자, 동, 차라는걸 들여 오게 됐단 말이다. 그러니까 제일 좋은 방법은 나가지 말고 집에 있는거야. 개란놈이 길바닥에서 잠을 주무셔도 까닥 없던 때도 있었건만 (그는 두사람 앞에 가상의 글라스를 놓는다.) 아, 어서 들 들어라. (그리고 바른 쪽에 손님이 온 것을 본다.) 어서 오십쇼. 엘리스부인. 뭘 드릴까요? (그는 바른쪽으로 간다.)
[에밀리] 이건 비싸지 않니!
[죠오지] 아냐- 어서 먹기나 해 우리 당선 축하거든. 그리고 또 무슨 축한지 아니?
[에밀리] 모올라.
[죠오지] 나한테 좋은 충고를 해주는 친구가 생겼으니까 그 축하지.
[에밀리] 제발 그 얘긴 그만둬. 내가 왜 그 얘길 했을까. 그건 괜히 한말야. 사실 넌-
[죠오지] 그럴거 없어. 솔직하게 말해줘서 기쁘다. 하지만 앞으로 두고 봐. 빨리 결점을 고칠테니까- 정말이다, 고칠 테야. 그런데 에밀리, 청이 하나 있어.
[에밀리] 뭐야?
[죠오지] 내년에 내가 주립농과대학으로 가면 이따금 편지할테냐?
[에밀리] 하고 말고. 꼭 쓸게. (잠시 사이. 그들 밀집 빨개로 소오다를 빨기 시작한다.) 삼년이나 외지에 나가 있으면 자연 소식이 뜸해질테지. 이 읍내에서 가는 편지는 얼마 안가서 시시해 보일거야. 그로오버즈.코오너즈라야 보잘 것 없는 고장이지. 하지만 우리 읍내가 얼마나 좋은 고장이니.
[죠오지] 내가 떠난다고 해서 이 고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하지 않을 리가 있니.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
[에밀리] 내 편지 재미있게 쓸게. (잠시 침묵.)
[죠오지] 이거봐. 에밀리. 난 농사짓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농업학교엘 가 야만 농사를 잘 짓느냐고 묻거든.
[에밀리] 그래!
[죠오지] 정말야. 농업학교 가는건 시간낭비라는 사람도 있어. 학교 안가도 정부에서 발행하는 책자를 보면 다 할 수 있거든. 그런데다 루우크 아전씬 늙어 가시고- 나만 좋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농장을 물려주시겠다는 거거든.
[에밀리] 어쩌면!
[죠오지] 그런데 네 말대로 삼년이나 떨어져서- 다른 고장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된다면--- 그렇다면 난 가기 싫어. 늘 사귀는 사람이 좋거든. 새로 사귀는 사람들은 좋지 않어. 에밀리---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다른 고장으로 가서 낯선 사람들 만날 필요가 어디있니.
[에밀리] 하지만 역시 거시 가서 여러 가지 배우는게 좋아- 가축을 감정하는 거라든지 토질이라든지 뭐 그런 거말야--- 난 잘 모르지만
[죠오지] (잠시후 마주 심각하게) 에밀리, 지금 당장 결정을 짓겠어 난 안갈테야. 오늘 저녁 아버지한테 말쓸드려야지
[에밀리] 지금 꼭 결정해야 될게 뭐있어. 아직 일년이나 남았는데.
[죠오지] 에밀리 그 얘길 해줘서 고맙다--- 내 성격의 결함말야. 네말이 옳아. 하지만 너도 한 가지 틀린게 있어. 내가 일년동안 남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그랬지--- 말하자면 내가 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는 거지? 그건 틀렸어. 늘 네 생각을 했어.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몇사람 안되거든. 난 네가 야외 관람석에 앉았을 때도 어디 앉았나 확실히 봤거든. 그리고 누구하고 같이 왔는지도 알어. 요새 사흘동안은 너를 바래다주려고 했단다. 그런데 의례히 지장이 생기거든. 어저께 벽에 기대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넌 코오코란 선생님하고 집으로 가드구나.
[에밀리] 죠오지!--- 세상은 참 이상하다. 그걸 내가 알 수 있어야지. 난 또-
[죠오지] 이거봐. 에밀리, 농업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를 말해줄게. 일단 네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물론 그 삶도 너를 좋아하고 네 인품을 좋아한다면--- 대학도 중요하지만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니. 학교보다 더 중요하지. 내 생각은 그래.
[에밀리] 중요한 일이고 말고.
[죠오지] 에밀리
[에밀리] 왜?
[죠오지] 에밀리, 내가 차츰 나아져서 아주 사람이 달라진다면--- 나를--- 저 나를 말야---
[에밀리] 그래--- 그렇더니까. 전부터 늘 그랬어.
[죠오지] (잠시 사이) 지금 한 얘긴 아주 중대한 얘기야.
[에밀리] 응--- 그래.
[죠오지] (숨을 크게 쉬고 자세를 바로 잡는다.) 잠깐 기다려.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찾는 동안 차츰 놀래는 기색이다. 무대감독이 들어온다. 죠오지는 몹시 당황해 하면서 솔찍하게 말한다.) 아저씨, 집에 가서 돈을 가져와야겠어요. 금방 갖다올테니까요.
[무대감독] (기분 나쁜척 하면서) 뭐라구? 아니 그럼 넌-
[죠오지] 저 그럴 일이 있었어요- 여기 금시계가 있으니까 돈 가져올 때까지 맡으세요.
[무대감독] 괜찮다. 시계 넣어둬라. 네말을 믿지.
[죠오지] 오분후에 돌아오겠어요.
[무대감독] 십년안에만 가져오면 돼.- 십년에 하루만 넘어도 안된다.- 에밀리야 인제 좀 진정이 됐니?
[에밀리] 네. 고맙습니다. 대단치 않겠습니다.
[죠오지] (카운터에서 책을 집어들며) 그만 가자. (그들은 묵묵히 무대를 건너 웹씨집 뒷문 창살문을 지나 사라진다 무대감독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다가 안경을 벗으며 객석을 향한다.)
[무대감독] 자 그럼- (그는 손을 쳐서 신호를 한다.) 이제 결혼식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는 다음 장면을 마련하는 동안 기다리고 서 있다. 무대계원들이 깁스집과 웹집으로부터 의자, 식탁, 창살문을 치운다. 그리고 무대중앙에 교회 좌석을 마련한다. 신도들은 뒷벽을 향해서 앉게 된다. 교회의 통로는 뒷벽 중앙에서 시작되어 객석쪽으로 오게 된다. 조그만 단이 뒷벽에 기대어 있다. 나중에 무대감독이 목사로서 이 위에 서게 된다. 색유리창의 모양을 환등 슬라이드로 뒷벽에 비친다. 모든 것이 준비되지 무대감독은 전면 무대중앙으로 어슬렁거리고 나와서 생각에 잠겨 객석에 대고 말한다.) 결혼식에 대해선 할말도 많죠. 결혼식 중에는 가지가지 생각이 꼬리를 무는 법입니다. 그러나 결혼식 한번 하는데 그 많은 생각들을 한데 묶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그로우버즈.코오너즈의 결혼식에선 그렇습니다. 여기서야 결혼식이라야 아주 평범하고 금방 끝나니까요. 이 결혼식에선 제가 목사노릇을 합니다. 그래서 몇 마디 더 말씀드릴 권한이 있는 셈이죠. 이제 잠가동안 연극이 다소 엄숙해질겁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혼인을 성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확실한 뜻은 모르겠습이나만 짐작은 할수 있습니다. 조금전에 깁스부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은 짝을 지어 살게 마련이죠. 이 결혼식은 훌륭한 결혼식입니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그 훌륭한 결혼식에 있어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깊이 착잡한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신 이 연극에 있어서도 그래야 되 겠지만요. 이 장면의 정말 주인공은 무대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만 여러분께서는 그게 누군지 아시겠죠. 저 구라파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과 같습니다. 이 세상에 나오는 어린애마다 완전한 인간을 만들려는 대자연의 실험입니다. 사실 우리는 대자연이 전진하고 노력하는 것을 봐왔죠. 대자연은 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질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목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증인들을 잊어버리지 마십시오.- 우리 선조들 말입니다. 수백만이죠. 그분들도 거의 짝을 지어 인생을 출발했습니다. 네 수백만이죠. 자, 이것은 제 설교 전붑니다. 어쨌든 오래 걸리지 않을테니까요. (오르간으로 헨델의 라르고를 치기 시작한다. 신도들이 교회안으로 밀려들어와 묵묵히 앉는다. 교회 종소리가 들린다. 깁스부인은 오른쪽 좌석 앞줄 통로쪽으로 첫째자리에 앉는다. 그 옆에 리베카와 깁스의사. 통로 건너편에 웹부인 월리 웹씨. 소수의 찬양대가 색유리 창 아래 객석을 향하여 자리잡는다. 웹부인이 자기 자리로 가다가 돌아서서 객석으로 말한다.)
[웹부인] 왜 이렇게 울음이 쏟아지는지 알 수 없군요. 울 일이 있어야 말이죠. 오늘 아침조반을 먹다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에밀리도 아침을 먹고 있었죠. 십칠 년이란 세월을 제집에서 먹다가 앞으로는 다른 사람 집에 가서 먹게 되는군요. 그게 그렇게 서러웠던 모양에요. 그런데 에밀리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군요. 「난 더 못 먹겠어요.」그리고는 식탁위에 머리를 떨어뜨리고 울지 않습니까 글세. (웹부인은 교회의 자기 자리쪽으로 가다가 돌아서서 덧붙여 말한다.) 정말 말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어요. 딸을 이런 식으로 시집보낸 다는 것은 너무 잔인해요. 하기야 제친구들이 몇마디 주의해줬겠죠. 잔인하고 말구요. 하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덮어놓고 작정해 버린거니까요. (약간 조롱조를 띠우고 화를 내며.) 세상이 다 나뻐요. 문제는 바로 그거에요. 저기들 옵니다.
(그는 얼른 자리로 간다. 죠오지가 극장의 오른쪽 통로로 객석을 지나서 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세 명의 야구부원이 바른쪽 푸로씨니엄 기둥옆에 나타나서 휘파람을 불고 이상한 소리로 희롱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야구복을 입고 있다.)
[야구선수들] 얘 죠오지! 근사한데-야! 저 얼굴 좀 봐.-겁이 나는 모양이지. 야, 죠오지, 이 능청아, 시침띄지 말어. 네 속을 다 들여 다 보고 있다. 야구부 망신시키지 마아, 와-
[무대감독] 됐어, 됐어. 그만해 두게. 됐어. (미소하며 무대에서 그들을 밀어낸다. 그들은 상체를 뒤로 젖히며 몇 번 더 놀린다.) 옛날에는 결혼식땐 의례히 저런 짖꿎은 짓들을 하곤했습니다. 로오마 때, 그리고 그 이후에도. 허지만 이제 우리는 개화했죠. 모두들 그러자 않습니까. (성가대가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 동안 죠오지는 무대에 와있다. 그는 잠시동안 회중들을 응시하다가 오른쪽 푸로씨니엄 기둥쪽으로 몇 발자욱 물러선다. 앞줄에서 그의 시어머니가 아들이 어쩔 줄 모르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통로로 재빠르게 아들에게 온다.)
[깁스부인] 죠오지야 얘 왜그려니?
[죠오지] 엄마 난 나이 먹기 싫어요. 왜 모두들 날 이렇게 재촉허우?
[깁스부인] 아니 얘야--- 네가 하고싶어하지 않았어.
[죠오지] 아니 어머니 나는요.---
[깁스부인] 글세 왜 이러니-넌 인제 어린애가 아냐.
[죠오지] 저 어머니- 꼭 한가지만 들어주세요.--- 다른 것 다 싫고요. 그저 난.---
[깁스부인] 얘 누가 들을라! 그만해둬 어째 그 모양이냐.
[죠오지] (제정신으로 돌아가 힐끔 식장으로 돌아보며 아니 에밀린 어디 있어요?
[깁스부인] (안심이 되어) 얘 정말 놀랬다.
[죠오지] 걱정마세요. 결혼할테니.
[깁스부인] 잠깐 숨이나 돌려야겠다.
[죠오지] (어머니를 위로하며) 자 어머니 목요일 저녁은 따로 잡아놓으세요. 에밀리하고 저녁먹으러 올테니까요.--- 그러하겠다니까요. 울긴 왜 우세요? 어서 시작하도록 해야죠.
(깁스부인은 감정을 억제하고 아들의 타이를 잘 메주고 귓속이야기를 한다. 그러는 동안 에밀리는 흰옷에 베일을 쓰고 객석을 통하여 들어와서 무대로 올라온다. 그도 교회의 희중을 보자 놀래어 뒤로 물러선다. 성가대가 「형제의 연락」을 시작한다.)
[에밀리] 이렇게 외로운 건 이번이 처음야. 죠오지는 어쩌면 저런 표정을--- 밉살마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빠, 아버지.
[웹]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럽게 딸에게 온다.) 에밀리야 이게 무슨 짓이냐.
[에밀리] 아버지- 난 시집 안갈테야.
[웹] 쉬-쉬.- 겁넬거 없어.
[에밀리] 잠시동안 이대로 있고 싶어요. 다른데로 가요-
[웹] 안된다 안돼. 진정하고 잘 생각해 봐라.
[에밀리] 아버진 잊어버리셨나봐. 늘 뭐라고 그리셨어요? 밤낮 하신 말씀이 잊지 않아요? 난 아버지 것이라고 하시고서는. 어디고 아버지하고 갈 수 있어요. 제가 아버지를 봉양하겠어요. 살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웹] 쉿- 그런 생각하는게 아냐. 좀 걱정이 돼서 그러지? (그는 돌아서서 부른다) 죠오지, 죠오지. 이리 잠깐 오너라. (딸을 죠오지쪽으로 인도하며) 네 신랑같은 청년은 좀체 보기 힘든다. 죠오지는 사람이 됐거든.
[에밀리] 하지만 아빠-
(깁스부인 조용히 자기자리로 돌아간다. 웹씨는 한쪽 팔을 딸어깨위에 얹고 한쪽 손은 죠오지의 어깨에 얹는다.)
[웹] 죠오지, 내 딸을 데려가게. 잘 위해 줘야돼.
[죠오지] 그럼요--- 그럭 하겠어요. 에밀리, 최선을 다하겠어. 에밀리를 사랑해. 에밀리가 꼭 있어야겠어.
[에밀리] 날 사랑하거든 날 좀 도와줘. 내 소원은 누가 날 사랑해줬으면 하는거야.
[죠오지] 내가 사랑할테야. 에밀리, 내가 사랑하겠다니까.
[에밀리] 영원히 사랑해줘야돼. 알았지? 영원히 영원히. (서로 포옹한다.「로오앤그린」행진곡이 들린다. 무대감독이 목사역을 맡아서 후면 중앙에 단위에 선다.)
[웹] 어서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 글세 아무 걱정없다니까. 어서 빨리. (죠오지 슬쩍 빠져나가 무대감독겸 목사의 옆에 자리잡는다. 에밀리는 아버지 팔을 끼고 통로를 걸어간다.)
[무대감독] 신랑 죠오지군에게 묻겠습니다. 그대는 신부에밀리양을 아내로 맞아---
(쏘옴즈 부인은 회중의 끝줄에 앉아 있다가 옆의 사람들을 보고 째지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말소리가 너무 크고 높아서 목사의 다음 말이 돌리지 않는다.)
[쏘옴즈부인] 정말 짭짤한 혼인식이구려. 이렇게 훌륭한 혼인식은 처음야 이런 조촐한 혼인식을 보면 정말 마음이 기뻐요. 제법 색씨티가 나지 않어요!
[죠오지] 네.
[무대감독] 신부 에밀리양에게 묻겠습니다. 그대는 신랑 죠오지군을 남편으로 섬기고-
(또다시 그의 다음 말은 쏘옴즈 부인의 말소리에 먹혀버린다.)
[쏘옴즈부인] 이렇게 조촐한 혼인식을 본 것같지 않다니까요 헌데 늘 눈물이 나오거든요. 왜그런지 늘 눈물이 터진다니까요. 젊은애들은 금실이 좋아야 돼요. 참 대견도 하지 (반지를 끼어주고 키쓰가 있고 무대는 갑자기 물을 끼얹은 것같이 조용하다 무대감독은 먼 곳을 응시하며 혼자말 같이 말한다.)
[무대감독] 저도 한 때는 이백쌍 이상이나 결혼을 시켰죠. 잘 한 일이냐고요. 글쎄요. 박군은 김양하고 결혼을 하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청춘남녀가 장가를 들고 시집을 가고--- 별장, 유모차, 일요일 오후의 포오드차 드라이브 첫 번째 류우마티스 그리고 손자들이 생기고, 두 번째 류우마티스, 일종, 우서낭독- 말부터는 비꼬는 말투를 쓰지 않는다.) 근심 걱정없이 살다 죽는 것은 가물에 콩나기에요. -자 멘델스조온의 결혼행진곡을 해주세요.
(오르간이 행진곡을 친다. 신랑 신주는 기쁨에 차서 그러나 몹시 위엄을 세우며 통로로 나온다.)
[쏘옴즈부인] 신랑신부가 귀엽기도 하지. 이렇게 훌륭한 결혼식은 처음에요. 아기자기 하게 잘 살거야.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행복」그게 첫째거든. 제일 중요한 행복하게 사는거야.
(신랑 신부는 객석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도달한다. 그들에게 밝은 조명이 비친다. 그들 객석으로 내려서서 명랑하게 통로를 뛰어간다.)
[무대감독] 여러분 이것으로 그막이 끝났습니다. 십분동안 쉬겠습니다.

[막] 3막
((막간 휴계시간에 무대계원들이 무대를 마련해 놓았다. 중앙에서 조금 바른쪽에 열두서너개의 의자를 석주로 간겨을 두어 객석을 향하여 놓은 것이다. 이 의자는 공동묘지의 무덤 열할을 한다. 휴계 시간이 거의 다 끝날 때 배우들이 들어와서 자기 자리에 앉는다. 앞줄에는 무대 중앙쪽으로 빈 의자 하나. 그 다음이 깁스부인, 다른 사람들과 함께 쏘옴즈부인이 끼어있고 셋째줄에는 윌리. 웹. 죽은 사람들은 머리나 시선을 좌우로 돌리지 않으나 뻣뻣하지않게 조용히 앉아있다. 그들이 말할 때는 말투가 극히 실제적이어서 감상적인데도 없고 특히 애처로운 빚이 없다. 무대감독이 자기 자리에 와서 객석의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대감독] 그 동안 아홉해가 흘러갔습니다. - 一九一三년 여름입니다. 그로우버즈, 코오너즈도 조금씩 변해갔죠. 흔하던 말(馬) 도 훨씬 적어졌어요. 농부들도 포오드차로 읍내에 들어오곤 합니다. 저녁이 되면 집집마다 대문을 패우게 됐죠. 아직 읍내에 도둑이 들지는 않았읍니다만 도둑애기야 늘 듣는거니까요. 허지만 오히려 놀라실거에요- 이 근방에 급격한 변화는별로 없으니까요. 여기는 확실히 그로우버즈. 토오너즈의 중요한 지점니다. 산능성이인데다 늘 바람이 불죠- 올려다보면 끝없는 하늘과 수없는 구름조각- 이따금 햇볕이 내리 쪼이고 달빛이 교교하고 별이 반짝이고--- 화창한 오후 이곳에 올라와 보십시오. 잇다은 산맥- 저꼬 써너피이호(湖) 와 위니페쓰오키이호 옆의 산들이 얼마나 푸릅니까- 그리고 망원경으로 보시면 윗쪽으로 화잇트 산맥과 워슁튼 산이 보입니다.- 콘웨이와 북부 콘웨이가 그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모나드녹크산은 바로 여기죠- 그리고 그 주변에 자리잡은 읍내로 말하면 재프리, 동재프리, 피이터보러,다블린, 그리고- (객석 있는데를 가리키며) 저 아해 그로우버즈 코오너즈가 있죠. 그렇습니다. 이 산마루는 참 아름다운 곳에요. 월계수와 라이락이 한창이고요. 이따금 의아하게 생각합니다만 왠들 우드로온이나 부루클린에 묻히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여기 뉴우, 햄프셔의 산마루에서 지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기 (왼쪽 무대를 가리키며) 오래된 비석이 있습니다.- 一六七0년 또하나는 一六八0년입니다. 자주 독립을 위해서 먼길을 온 굳은 의지의 사람들이죠. 여름철이 되면 묘지를 거니는 사람들이 옛날 비석에 새긴 재미있는 비 문을 보고 웃는답니다--- 그레 뭐 그리 나쁠 것도 없죠. 보그톤에서는 족보학자들도 오곤 합니다.- 자기들 조상을 조사해달라는 사람들이 경비를 대는 모양입니다. 자기들이 애국부인회의 딸들이며 청교도의 딸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두고 싶은거에요--- 그럭하고 싶어 하는게 또 나쁠게 뭐있겠습니까. 인간도처에 우습고 승거운 짓 없는데는 없으니까요--- 남북전쟁에 출전했던 군인들의 무덤이 저쪽에 있습니다. 쇠로 만든 기가 꽂혀 있죠.--- 뉴우. 햄드셔 애들은---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죠. 합중국이 일치단결하야 한다는 거에요. 본인들은 합중국이라야 오십마일 거리밖에 더 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 애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이름뿐이었어요- 아메리카합중국 말입니다. 아메리카 합중국 그래서 그들은 용감하게 나가 합중국을 위해 죽은 것입니다. 이건 또 새로 생긴 묘집니다. 여러분이 잘아시는 깁스 부인, 그리고 가만있자- 이건 조합교회 오르간이스트 스텀슨씨군요. 그리고 쏘옴즈 부인 결혼식에서 얼마나 좋아했습니까- 기억하시죠. 그 밖에도 많습니다.l 편집주간 웹씨댁 자제 월리스가 소년단원으로 크로포드 놋취에 여행갔다가 급성충염으로 죽엇죠. 그렇습니다. 수많은 슬픔이 이 언덕 위에 고이 깃들고 있습니다. 슬픔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친척을 데리고 이 언덕까지 올라오곤 했죠. 그 정경을 상상살 수 있군요.--- 그리곤 날이 가고--- 해가 쪼이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잠자고 잇는 것이 얼마나 아행한 일입니까 우리도 생명의 고통이 끊어지면 이곳으로 좀체 꺼내어 보려고 하지 않거든요. 영원한 무엇이 있는걸 우린 다 알고 있습니다. 그건 뭣이겠습니까. 집도 아니오 이름도 아니오 지구도 아니오 저별도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인가 영원한 것이 있다는 것과 바로 그것이 인류와 관련이 잇다는 걸 확신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위대한 인물들이 우리에게 한 말은 뭣이겟죠? 오천년이 탄 세월이 흘러오는 동안 사람은 늘 그 영원한 무엇의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심오하고 영원한 무엇이 있는 거에요 (잠시 사이) 여러분도 아시다싶이 죽이 죽은 사람이란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우리에게 흥미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차츰 차츰 그들은 지구에서 손을 떼고--- 그들의 사랑하던 사람들--- 이 모든 것과 멀어지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구로부터 떨어져 나간거죠- 그렇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육체가 다 삭아 버리는 동안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에요. 그러는 동안 그로우버즈. 코오너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엔 차츰 무관심하게 되는거죠. 그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찾아올 것만 같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소중하고 훌륭한 무엇이죠. 그들 속에 있는 영원한 것이 확실히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요? 그들이 말하는 것이 여러분의 감정을 상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죠.--- 어머니와 딸--- 남편과 아내--- 원수와 원수--- 돈과 수전노--- 이런 없어선 안될 중요한 것들이 남습니까. 자신이 누군지나 알겠습니까. 스미스 부인? (그는 잠시 객석을 보다가 무대로 돌아선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의사 죠오,스터더드가 저기서 갓 만든 무덤을 감독하고 있군요. 그리고그로우버즈, 코오너즈의 소년 하나가 여기 옵니다. 그는 읍내를 떠나서 서부로 갔었죠
(죠오,스터더드가 후면에서 어정거린다. 쌤,크레이지가 힘이들어서 이마의 땀을 씻으며 왼쪽에서 들어온다. 우산을 뜰고 앞으로 나온다.)
[쌤,크레이그] 안녕하세요. 스터더드 아저씨.
[죠오,스타더드] 음 음. 가만있자 누구야?
[쌤,크레이그 쌤, 크레이그에요.
[죠오,스터더드] 아니 이게 누구야--- 장례식 때문에 돌아온걸 몰랐구나! 이 고장을 떠난 지가 퍽 오래됐지.
[쌤,크레이그] 십이년이 넘었죠. 지금 버펄로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동부에 있을 때 사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신수가 좋아 보이시는군요.
[죠오,스터더드] 응 밥술이나 먹으니까. 자네나 내나 이 꼭대기 올라오는 건 슬픈 일야.
[쌤,크레이그] 네.
[죠오,스터더드] 사실야. 늘 얘기지만 젊은 사람 장례치르는 건 정말 싫거든. 모두들 금방 올걸세. 난 여기 일찍 왔지- 아들놈은 상가집에서 거들고 있네.
[쌤,크레이그] (비석을 읽으며) 매카티영감님, 전에 그댁 일 많이 해드렸죠.-국민학교 나오고 말에요. 늘 요통으로 고생하시드니.
[죠오.스터더드] 그래 여기 묻힌지 여러해 됐어.
[쌤.크레이그] (깁스부인의 무릎을 응시하며) 아니 이모님--- 돌아가신 걸 잊어버리고 있었어--- 그래 맞었어.
[죠오.스터더드] 응 깁스 의사님도 이삼년 전에 부인을 잃으셨지--- 이맘땔거야 그런데 오늘 또 이런 일을 당하다니.
[깁스부인] (싸이먼.스팀슨에게 침착한 목소리로) 저건 니 이질이라우. 쌤--- 쌤,크레이그말야.
[싸이먼.스팀슨] 난 산 사람들이 옆에 오면 도무지 편안치 않아서요.
[깁스부인] 잠자코 있어요.
[쌤.크레이그] 비문은 본인들이 죽기전에 쓴건가요?
[죠오.스터더드] 아니--- 반드시 그렇지도 않어. 대개 유가족들이 싯커를 골라서 새기지.
[샘. 크레이그] 이모답지도 않은데요. 이모들도 거의 다 돌아가셨군요. 가만히 있자. 어딜까--- 부모님 산소에 성묘하고 싶었는데.
[죠오.스터더드] 저쪽 크레이그 문중 묘지에 잇네--- F줄야.
[쌤.크레이그] (싸이먼.스팀슨의 비문을 읽으며) 싸이먼은 교회의 오르간이스트였죠?-모두들 주정뱅이라고 했죠.
[죠오,스터더드] 그렇게 될줄야 누구 알아겠나? 말썽도 많드니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잘 살았다네.
[쌤.크레이그] 아니 그래요.
[죠오.스터더드] 다락방에서 목을 맸어. 모두들 쉬쉬하지만 어디 비밀이 있나. 비석의 글귀도 자기가 골라 둔거야. 보게 그려. 거 뭐 시라고 할 수도 없지만 말야.
[쌤.크레이그] 아니 이건 악보가 아녜요.- 뭐라는거에요?
[[죠오.스터더드] 나도 몰라. 그 당시 보스톤 신문마다 대서 특필 했다네.
[쌤.크레이그] 근데 무슨 병으로 죽였습니까?
[죠오.스터더드] 누가?
[쌤.크레이그] 제 이종형수 말에요.
[죠오,스터더드] 아니 몰랐나? 어린애 낳을 때 잘못됐다네. 둘째 아이였지. 네 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어.
[쌤.크레이그] (우산을 피며) 무덤을 저쩍에 쓰나요?
[죠오.스터더드] 여기 깁스 문중 묘지엔 자리가 없어. 그래서 B줄 옆에 새로 깁스 문중 묘지를 마련했지. 잠간 실례하네. 모두들 오는군.
(무대 후면 왼쪽에서 중앙으로 장례식 일행이 온다. 남자 넷이 관을 들었으나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우산을 퍼들었다. 대충 다음의 인물들이 보인다. 깁스 의사 죠오지 웹씨 집사람들 기타 여러 사람들. 그들은 무대후면 중앙 약간 왼쪽에 있는 무덤 주위에 모인다.)
[쏘옴즈부인] 저건 누구유?
[깁스부인] (눈을 움직이지 않고) 며느리 에멜리.웹이라우.
[쏘옴즈부인] (약간 놀랬으나 아무 감정없이) 원 저런!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길이 여간 질지 않았을텐데. 무슨 병으로 죽었우?
[깁스부인] 해산하다 그렇게 됐다우.
[쏘옴즈부인] 해산. (사뭇 웃으면서) 어린애 낳는 것도 잊어버렸군. 참 전생엔 얼마나- (한숨 지으며) 좋았우!
[싸이먼.스팀슨] (곁눈질 하며) 좋았다구요?
[깁스부인] 이거봐요. 사이먼 잘 들어줘.
[쏘옴즈부인] 에밀리 결혼식 때가 생각나는군요. 얼마나 조촐한 혼인식이었우! 졸업식 때 답사를 잘도 읽더니. 고등학교 나온 애들 중에서 그렇게 머리좋은 애도 쉽지 않았어요. 월킨즈 교장이 그 애 얘기하는걸 여러번 들었거든요. 내가 죽기 직전에 그 애들 새살림하는 농장에 찾아갔었지. 잘도 가꿔놓았습니다.
[죽은 사람들중의여인] 같은 시골이었어.
[죽은 사람들중의 남자] 그래 아담한 농장이였지. (그들 침묵을 지킨다. 무덤 옆의 사람들은 「형제의 연락」을 부른다.)
[죽은 사람들중에 여자] 난 늘 저 찬송가를 좋아했지. 저 사람들이 찬송가를 불렀으면 했는데 잘 됐어.
(잠시 사이. 갑자기 에밀리가 우산 사이에서 나타난다. 그녀는 흰옷을 입었다. 머리는 등으로 늘어뜨리고 어린애모양 흰 리본으 로 맺다. 그녀는 천천히 오면서 죽은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며 약간 얼떨떨해 한다. 그는 도중에서 발을 멈추고 약하게 미소한다. 잠시동안 조객들을 보고나서 깁스 부인 옆의 빈의자로 천천히 걸어가서 앉는다.
[에밀리] (그들 전부에게 미소하며 조용하게) 안녕 하세요.
[쏘옴즈부인] 아니 에밀리로구나.
[죽은사람들중의 남자] 어서와요.
[에밀리] (부드럽게)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깁스부인] 아가.
[에밀리] 어머님. (놀래며) 비가오는군요. (조객들을 돌아다본다.)
[깁스부인] 그래--- 금방들 갈거다. 잠간 쉬어라.
[에밀리] 그 이후 벌써 수천년이나 된 것 같군요.--- 저건 제가 좋아하는 찬송가엿죠. 아버지도 그건 아시고 계셨으니까요. 저도 진작 이리 올걸 그랬어요. 오늘에야 오게되니 아주 서투르군요.- 스팀슨씨 안녕하세요.
[싸이먼.스팀슨] 오래간만이군요.
(에밀리는 이상한 미소를 띠우고 주위를 돌아본다. 자기 마음으로부터 장례식에 온 사람들의 생각을 씻어버리려는 듯이 약간 초조한 태도로 깁스부인에게 말을 건다.)
[에밀리] 어머님 죠오지하고 둘이서 그 농장을 잘 가꿔놓았어요. 어머님께서 보시면 깜짝 놀라실거에요. 둘이서 늘 어머님 생각을 했어요. 새 외양간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소 물마시는 곳도 분수식으로 만들었어요. 세먼트로 된 건데 아주 길어요. 어머님께서 남겨주신 돈으로 샀죠.
[깁스부인] 내가 줬던가?
[에밀리] 잊어버리셨어요?- 저희들에게 우산을 남겨주셨죠. 삼백오십달라도 더 됐어요.
[깁스부인] 그래 그래.
[에밀리] 그런데 그 분수식 물먹는 것은 특별한 장치가 돼있어요. 그래서 절대로 물이 넘질 않거든요. 그리고 일정한 표식이 있어서 그 밑으로 내려가지도 않고요. 아주 잘됐어요. (그녀의음성은 차츰 사라지고 시선을 장례식 군중에게 돌린다.) 저 없이는 아범도 손이 모자랄거에요. 하지만 참 조촐한 농장이죠. (갑자기 깁스부인을 똑바로 본다.) 산 사람들은 잘 모르지않아요.
[깁스부인] 그래- 잘 모르지.
[에밀리] 그 사람들은 조그만 상자속에 갇혀있는 것같지 않아요? 벌써 천년전에 그 사람들을 안건만 같아요.--- 어린것은 낮에는 카아터 부인 댁에서 놀아요. (그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카아터를 본다.) 아 카아터씨. 집의 어린것이 낮에는 댁에서 논답니다.
[카아터] 그래요?
[에밀리] 그렇답니다. 아주 재미들렸답니다.- 어머님 저흰 포오드차도 한 대 있어요. 사고도 안났죠. 하지만 전 운전안해요. 어머님 언제나 이 기분이 사라질까요?- 저도--- 산 사람중의 하나라는 그런 기분말에요. 오래 걸릴까요?
[깁스부인] 쉿. 꾹 참고 기다려라.
[에밀리] (한숨 지으며) 네.- 저기 좀 보세요. 다 끝났군요. 모두들 가는데요.
[깁스부인] 쉬이- (우산을 쓴 사람들은 무대를 나간다. 깁스 의사가 자기 아내의무덤에 와서 잠시동안 그 앞에 서있다. 에밀리 그를 올려다본다. 깁스부인은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다.)
[에밀리] 어머님 아버님께서 꽃을 가지고 오셨어요. 부재분이 꼭 닮으셨죠? 어머님 살았을땐 전혀 몰랐어요. 얼마나 괴롭고 또--- 얼마나 암담하고 어두운데서 살고들 있는지 지금까진 몰랐어요. 아버님을 보세요. 아버님은 참 좋은 분이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은 괴로운 일뿐이죠.
(깁스 의사 가버린다.)
[깁스부인] 아까보다 좀 시원해졌군- 그래 비가 오더니 더위가 좀 가셨어. 북동풍이 불어도 언제나 시원하지. 비가 오든지 한 사날 바람이나 불면돼.
(무대위에 아늑한 평온이 깃든다. 무대감독이 담배를 피우며 푸로씨니엄 기둥앞에 나타난다. 에밀리는 무슨 생각이 나자 갑자기 정색을 한다.)
[에밀리] 하지만 어머님 돌아갈 수 있지 않아요? 돌아갈 수 있어요--- 살고 있던 세상으로 말에요. 전 알 수 있어요. 그런 기분이 나는 걸요. 어린걸 제 무릎 위에 올려놓았죠. 정말에요.
[깁스부인] 그야 돌아 갈 수 있지.
[에밀리] 돌아가서 좋은 시절을 다시 살 수 있을거에요.--- 안될게 어디있어요?
[깁스부인] 아가 내말을 들어. 그러지 말어라.
[에밀리] (무대감독에게 애가타서 호소한다.) 하지만 될 수 있지 않아요? 가서 살 수 있거든요--- 돌아가서--- 다시
[무대감독] 그야 돌아가 본 사람도 잇지만- 금시 이곳으로 되돌아 오거든요.
[깁스부인] 아가 아예 그러지 말아.
[쏘옴즈부인] 에밀리 아서 생각과는 다른 거야.
[에밀리] 하지만 단 하루도 슬픈 날을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행복하던 하루를 고르겠어요.- 죠오지를 사랑한 것을 처음으로 알던 그날을 말에요. 그게 그렇게 괴로운 일은 아니지 않아요? (그들은 말이 없다. 에밀리의 질문은 무대감독에게 돌아간다.)
[무대감독] 당신은 그 생활 속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거에요.
[에밀리] 그래서요?
[무대감독] 주시하고 있노라면 자신은 저 아래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는거蓡에요. 말하자면 미래를 보게 되는 거죠. 그 뒤에 어떻게 되리라는 건 잘 아시겠죠.
[에밀리] 하지만 그것이- 괴로울까요? 왜요?
[깁스부인] 괴롭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여기 오래 있게되면 자연히 알게 돼. 이곳 생활이 그런 모든 것을 잊게 만들고 앞에 올 것만을 생각하게 한단다. 그것을 위해서 준비하게 되는 거야. 오래 있게되면 알게 된다니까.
[에밀리] (부드럽게) 하지만 어머님 전생의 그 생활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 생활밖에 더 있어요? 제 생활이라고는 그것뿐이었으니까요.
[쏘옴즈부인] 이거봐 에밀리 그건 약지 못한 생각이야. 아무렴.
[에밀리] 하지만 제 자신이 기어코 알아야될 일이죠. 어쨌든 행복했던 날 하루를 택하겠어요.
[깁스부인] 안된다니까- 정히 그렇다면 아무렇지도 않은 날을 골라라. 네 일생동안에 제일 보잘 것 없던 날을 잡아. 그것으로도 충분해.
[에밀리] (혼잣말로) 그렇다면 결혼 이후나 애기를 낳은 이후는 안되지 (무대감독에게 간절하게) 생일쯤 택하는건 괜찮겠지요?- 제 열두돐 생일을 고르겠어요.
[무대감독] 좋아요. 1899년 이월 십일일. 화요일- 시간을 특별히 정하겠습니까?:
[에밀리] 아뇨 온 하루가 필요해요.
[무대감독] 그럼 새벽부터 시작합시다. 여러 날 전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던 것을 아시겠지. 그러나 생일 전날 밤에 눈은 그쳤어. 그래서 모두들 길의 눈을 치기 시작했죠. 해가 뜹니다.
[에밀리] (일어나며 소리 지른다) 신작로가 저기 있군요.--- 아니 저건 모오건 잡화상 개조하기전 그대로군요.--- 그리고 저기 마차 세놓은 집이 있네요.
(삼막이 시작된 이후 무대가 몹시 어둡지는 않았으나 이제 왼쪽 절반이 차츰 밝아진다.- 싸늘한 겨울 아침이라 맑고 밝다. 에밀리는 행길쪽으로 걷는다.)
[무대감독] 그러니까 1899년 지금으로부터 십사년 전입니다.
[에밀리] 어머나, 어렸을 때 보던 읍내 그대로군요. 그리고 저건 우리집 흰울타리에요. 다 잊어버렸졌군요. 얼마나 좋아요! 안에들 계세요?
[무대감독] 그럼요 어머님께서 조금 있으면 아침지으러 내려 오실겁니다.
[에밀리] (부드럽게) 그래요?
[무대감독] 그런데 아버님께서는 대엿세 전에 어디 가셨다가 오늘 새벽차로 돌아오셨죠.
[에밀리] 무슨 일이라도--- ?
[무대감독] 강연하러 모교에 가셨었죠.- 서부 뉴욕 클린튼시에 있죠.
[에밀리] 아니 저기 하우이. 뉴우썸이 있네요. 순경도 있고요. 허지만 그이는 갔어. 죽었어요. (하우이.뉴우썸이, 워린순경, 죠오.크로오웰의 아들의 말소리가 무대왼쪽에서 들린다. 에밀리는 기뻐하며 듣는다.)
[하우이.뉴우썸] 워, 베씨-워! 안녕하세요
[워린순경] 하우이 잘 잤나.
[하우이.뉴우썸] 일찍 일어나셨군요.
[워린순경] 사람하나 겨우 살렸네. 저쪽 폴랜드계 지역에서 얼어죽게된 친구가 있었어. 술이 고래가 돼가지고 눈더미위에 쓰러져 있더군요. 내가 흔들어 깨니까 이불속에 있는줄 안 모양이야.
[에밀리] 아니 누구야 죠오.크로오웰 아냐.
[죠오.크로오웰] 순경아저씨 안녕하세요. 하우이 아저씨두.
(웹부인이 부엌에 나타나 있었으나 에밀리는 자기를 부를 때까지 어머니를 보지못한다.)
[웹부인] 얘들아! 월리! 에밀리!--- 일어날 시간이다.
[에밀리] 엄마 나 여기 있어. 엄마는 어쩌면 저렇게 젊어보일까. 저렇게 젊으신줄은 몰랐어요.
[웹부인] 부엌으로 드어와서 불옆에서 옷을 입으렴. 하지만 서둘러라 (하우이.뉴우썸 행길로 들어서서 웹씨댁에 우유를 배달한다.) 어서와요 뉴우썸씨 후- 춥죠.
[하우이.뉴우썸] 제집 광속은 영하 십도에요.
[웹부인] 저런! 옷으로 단단히 둘러요. ( 그녀는 벌벌 떨면서 우유병을 들여 놓는다.)
[에밀리] (억지로) 엄마 파란 머리 리봉이 없어.
[웹부인] 눈만 크게 뜨고 보면 돼. 엄마가 알아채리고 내놓았다.- 저기 화장대 위에 있지않니. 어프러지면 코닿을 대지.
[에밀리] 네,네--- (에밀리는 한쪽 손을 가슴 위에 댄다. 웹씨가 행길로 오다가 워린순경을 만난다. 그들의 동장과 음성이 냉냉한 대기 속에서 차츰 활기를 띠운다.)
[웹] 편히 쉬셨오.
[워린순경] 안녕하십니까. 이르시군요.
[웹] 사실은 뉴욕주에 있는 모교에 갔다 왔어요. 뭐 별일 없었죠?
[워린순경] 전 포올랜드 친구 때문에 일찍 일어났죠.- 얼어서 다죽게 됐었답니다.
[웹] 신문에 내야 되겠는데.
[워린순경] 그런걸 뭘.
[에밀리] (속삭인다) 아버지.
(웹씨는 발의 눈을 흔들어 털고 집으로 들어선다. 워린 순경은 오른쪽으로 가버린다.)
[웹] 여보 잘 있었오?
[웹부인] 그래 잘 하셨우?
[웹] 그만하면 괜찮었을거요. 몇 가지 얘기해 줬지.- 그래 별고 없었오?
[웹부인] 네- 뭐 별다른 일이라고 없었어요. 여간 춥지 않구료. 하우이.뉴우섬이 그러는데 자기집 광속이 영하 십도라는 거에요.
[웹] 그래. 그럼 해밀튼대학쪽이 더 추운 셈이군. 학생들 귀가 떨어질 지경이니까. 올씨년 스러워.- 그래 신문엔 잘못된거 없습니까?
[웹부인] 별로 눈에 띠지 않던데요. 커피 드시려면 드세요. 금방 되니까. (웹씨 이층으로 간다.) 여보 잊어버리면 안돼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우? 에밀리 생일에요. 뭐라도 사오셨우?
[웹] (주머니를 두드리며) 응 여기 다 사왔어.
(두팔을 어머니의 목을 끌어안는다. 어머니는 여전히 반찬을 만들면서 기뻐하는 표정이다.)
[웹부인] 네가 좋아할 줄 알았다. 웬통 가개마다 뒤졌지. 노라아주머니가 콩코드에서 사질 못했기 때문에 보스톤까지 사람을 보내서 구했단다. (웃는다) 윌리 선물로 있다. 공작시간에 만들었다는데 얼마나 자랑을 한다고. 너도 보면 좋아서 소리칠걸- 아버지께서도 선물을 사오셨어. 뭔진 나도 모르겠다. 쉿- 오신다.
[웹] (무대 뒤에서 얘, 우리 이쁜이 어디 있니? 생일 이쁜이 어디 있니.
[에밀리] (무대감독에게 커다란 소리로) 그만요. 더 계속할 수 없군요.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는걸요. 서로 쳐다볼 시간도 없어요.
(울음이 터진다. 무대왼쪽 절반에 조명 희미해진다. 웹부인 사라진다.)
먹은 소녀의 음성을 내보인다.
[에밀리] 엄마 잘 잤우?
[웹부인] (딸에게 와서 포옹하고 키스하며 그의 특색인 실질적인 태도로) 생일축하한다. 늘 좋은 일이 있어야지. 부엌 식탁에 가봐 근사한 선물이 있다.
[에밀리] 아이 엄마도. 그런건 뭣하러 했우? (그는 괴로운 시선을 무대감독에게 보낸다.) 도저리- 찾을수 없군요.
[웹부인] (스토오브에서 음식을 만들며 객석을 향하여) 허지만 생앨이건 아니건 천천히 맛있게 먹어라. 커서 앓지 말아야지 거기 파란 종이로 싼건 캐리아주머니가 보낸거고 우편엽서 앨범은 누가 가져왔는지 짐작하겠지. 우유를 들여놓자니까 문간 층계에 있더라.- 죠오지.깁스가--- 남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온 모양이다. 이렇게 추운데--- 그앤 참 됐어.
[에밀리] (혼자말로) 죠오지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군---
[웹부인] 그 베이콘 천천히 잘 씹어먹어라. 베이콘을 먹으면 추위를 덜 타지.
[에밀리] (아주 다급해서) 엄마, 잠깐 저 좀 보세요. 그전처럼 말에요. 벌써 십사년이 흘러갔어요. 전 죽었어요. 엄마는 할머니가 되시고요. 전 죠오지.깁스한테 시집갔죠. 월리도 죽었어요. 북부 콘웨이로 캠핑갔다가 맹장이 터졌죠. 얼마나 모두를 놀랬어요! 하지만 지금 잠간동안이나마 한자리에 모였군요. 엄마 잠간동안 행복한 거에요 엄마, 잠간동안 행복한 거에요. 서로 쳐다보기라도 해요.
[웹부인] 그 노랑종이 컸으니까 맞을거야. 네가 좋아할 줄 알고 내려왔다.
[에밀리] 그리고 이건 엄마가 주시는 거죠. 정말 좋아요. 얼마나 갖고 싶었다고요. 참 좋아요. (계단 윗쪽으로 부른다.) 얘 아가. 생일아가씨야. (왼쪽으로 나간다.)
[웹부인] 여보, 내버려둬요. 아침먹을 때 만나면 되지않우 걘 원래 느림뱅인 걸. 빨리들 해라. 일곱시다. 인저 두 번은 안 부를 테다.
[에밀리] (부드럽게, 슬프다기보다는 신기해서) 벅차는 가슴을 억제할 길이 없군요. 두분은 어쩌면 저렇게 젊고 아름다우실까요. 뭣 때문에 늙어야만 되었을까요? 엄마 내가 왔어요. 나도 컸죠. 난 엄마가 아빠가 좋아. 뭣이고 다 좋아요.- 너무 마음이 씨어서 못보겠어요. (무대감독의 마음을 떠보느라고 말을 걸어본다.) 들어가 봐도 괜찮을까요?
(무대감독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다. 에밀리는 부엌으로 들어가는 안문으로 가서 어머니 왼쪽에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듯이 열두살 난 몰랐어요. 모든 것이 자꾸 지나가는데 우린 그걸 모르고 있는거에요. 날 데려다주세요.- 산마루터- 무덤으로요.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겠어요. 안녕, 속세야 잘 있어. 우리 읍내도 그만야.---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아버지. 째깍거리는 시계도 잘 있어.--- 그리고 엄마가 가꿔놓은 해바라기도. 맛있는 음식과 커피도. 새로 대려놓은 옷과 더운 물이 나오는 목욕탕도--- 잠자는 것과 눈을 뜨는 것도. 아 대지. 너무도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어서 그 진가를 아무도 모르는 것인가. (그는 무대감독 쪽으로 보고 눈물을 흘리며 불쑥 묻는다.) 사람들은 살아 있는 동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까요?- 자기들이 살고 있는 일분 일초를 말에요.
[무대감독] 그렇지 못하죠. (잠시 사이) 성인들이나 시인들은 혹시- 아는 이도 있겠죠.
[에밀리] 인저 그만 돌아가겠어요.
(깁스부인 옆의 자기 의자로 돌아간다. 잠시 사이)
[깁스부인] 재미있었니?
[에밀리] 웬걸요.--- 어머님 말씀을 들을걸 그랬어요. 사람들 사는 게 다 그렇군요. 장님같은 생활이죠.
[깁스부인] 얘 비가 갰다. 별이 나오지 않니!
[에밀리] 저 스팀슨씨 괜히 갔다 왔어요.
[싸이먼.스팀슨] (차츰 격렬해지며 쏘는 듯이) 그렇다니까. 어제야 안 모양이지. 산다는게 다 그런거라니까요. 무지의 구름장이나 타고 떠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지.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하면서 그냥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밖에. 흡사히 백만년이나 살 듯이 허송세월하고. 늘 자기중심의 격정의 밥이 되고 이제야 아셨지- 그게 바로 당신이 돌아가 보고 싶었던 행복한 생활이라는 거예요. 무지와 무분별과.
[깁스부인] (생기있게) 싸이먼.스팀슨 반드시 그렇지도 않아요. 잘 아시면서 그러우. 아가, 저 별좀 보렴. 이름이 뭐드라.
[죽은사람들중의남자] 내 아들 죠오웰이란 놈은 선원이었는데.- 별이름야 다알고 있었지. 저녁이면 베란다에 앉아 별이름을 주어대곤 했어. 참 놀랍습넨다!
[또하나의 죽은 남자] 별은 좋은 친구지.
[죽은사람들중의여인] 그렇고 말고요.
[싸이먼.스팀슨] 속세 인간이 또하나 오는군.
[죽은사람] 이상한데. 어느때라고 여길와.- 맙소사.
[에밀리] 어머님, 아범이 오는군요.
[깁스부인] 쉿, 좀 쉬어라.
[에밀리] 죠오지에요.
(죠오지가 왼쪽에서 들어와서 천천히 그들 쪽으로 온다.)
[죽은사람들중의남자] 우리 아들 죠오엘이란 놈이 말씀야. 별에 대해선 행하거든- 늘 하는 말이 저 조그만 빛이 지구까지 오려먼 수백만년 걸린다는거야.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얘기지만 그애 말이라니까- 수백만년야.
(죠오지는 무릎을 푹 꿇고 에밀리의 앞에 쓰러진다.)
[죽은사람들중의여인] 맙소사, 저게 무슨 짓이람.
[쏘옴즈부인] 집에 있지 않고.
[에밀리] 어머님.
[깁스부인] 오냐 아가.
[에밀리] 모두들 남의 맘을 몰라주는군요.
[깁스부인] 그래. 그렇단다.
(무대감독이 바른쪽에 나타나서 한쪽으로 까만 커어텐을 잡고 천천히 닫는다. 멀리서 정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아주 적게 들려온다.)
[무대감독] 그로우버즈.코오너즈에선 모두를 꿈나라로 가버렸습니다. 몇 몇집엔 아직 불이 켜져있군요. 아랫마을 정거장에서도 꼬마 호오킨즈가 올버니행 열차가 통과하는 것을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차 세놓는 집에선 몇몇이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비는 개고 말았군요. 별이 총총합니다.- 먼 옛날부터 한결같이 저별들은 하늘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아직도 규명을 못하고 있습니다만 별에는 생물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그냥 백악 덩어리거나--- 불덩이거나. 그러나 이 지구만은 쉬지 않고 일하고 또 일하고 뭘 해보자는 거죠. 하지만 과로하기 때문에 열 여섯시간마다 사람은 누어서 쉬게 마련이군요. (시계를 감는다.) 그로우버즈.코오너즈도 열한시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편히 쉬십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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