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腕章)
- 윤흥길
[ 줄거리 ]
땅투기에 성공해 기업가로 변신한 최사장은 이곡리의 널금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그 관리를 동네 건달 임종술에게 맡긴다. 적은 급료였지만 완장을 차게 해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종술은 관리인으로 취직한다.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가 새겨진 감시원 완장! 그 서푼어치의 권력을 찬 종술은 낚시질을 하는 도시의 남녀들에게 기합을 주기도 하고, 밤에 몰래 도둑 고기를 잡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하기도 한다. 완장의 위력에 빠진 종술은 면소재지가 있는 읍내에 나갈 때도 완장을 두르고 활보한다.
완장의 힘을 과신한 종술은 급기야 자신을 고용한 사장 일행의 낚시질까지 금지하게 되고, 결국 관리인 자리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해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술은 저수지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다가 가뭄 해소책으로 ‘물을 빼야 한다’는 수리조합 직원과 경찰과도 부딪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열세에 몰리자 종술은 ‘완장의 허황됨’을 일깨워주는 술집 작부 부월이의 충고를 받아들인다.
종술이 완장을 저수지에 버리고 부월이와 함께 야반도주한 다음날 소용돌이치며 물이 빠지는 저수지 수면 위에 종술이 두르고 다니던 완장이 떠다닌다. 그 완장을 종술의 어머니인 운암댁이 조용히 지켜본다.
[ 이해와 감상 ]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에 『완장』을 연재되던 1981∼82년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때였다. 유신 말기부터 의기가 꺾이고, 건강마저 나빠져 거의 절필하다시피 했던 윤흥길씨가 ‘나 부터 마음을 추슬러야겠다’고 작심하고 쓴 것이다. “늘 당하고 힘들게 눌려왔던 권력이라는 것을 물고 늘어져보자는 심정이었죠.” 83년 5월 단행본(현대문학사 발행)이 출간되면서 『완장』은 당시 대학가와 지식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신문 사설이며 칼럼에 ‘완장병’이니 ‘완장문화’니 하는 조어들이 등장해 유행하기도 했다.
『완장』은 윤흥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남도 방언을 잘 살려 쓴 그의 걸죽한 입담과 해학은 이 작품을 단연 돋보이게 만든다. 전통 패관문학이 담고 있었던 해학은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완장』은 그 요소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만도 충분히 평가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 핵심 정리 ]
1. 갈래 : 장편소설, 세태소설
2. 성격 ; 풍자적, 희화적, 해학적, 향토적
3.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4. 배경 : 시간 - 독재 정권이 횡포를 부리던 70∼80년대.
공간 - 전라북도 농촌
5. 주제 : 권력의 속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 등장 인물 ]
- 최사장 : 땅투기로 졸부가 되어, 성공한 기업가로 변신한 인물. 종술에게 저수지 관리를 일임한다.
- 임종술 : 저수지 관리인으로 취직한 동네 건달. 자신의 팔에 두른 ‘완장’의 위력을 믿고 사람들에게 군림한다. 권력에 도취된 종술은 이윽고 자신을 고용한 사장에게까지 ‘완장의 위력’을 행사하려다 파멸한다.
- 부월이 : 종술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술집 작부. 완장의 권력도 부월이에게는 전혀 위력을 발하지 못한다.
- 운암댁 : 임종술의 어머니. “완장을 차게 됐다”는 종술의 말에 일제시대의 헌병과 6·25때의 붉은 완장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