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란 저는 민가주위에 서식하는 벌이나 뱀을 보면 기함을 했던 탓에 성인이 되어서도 뱀을 보면 초풍을 떨었지요.
등교 때도 지름길이라며 모내기한 논두렁을 걷다 똬리를 튼 뱀을 밟은 적이 있으며, 동네 흙담 구멍에 서식하던 말벌에 쏘여 혼난 적도 있었고요.
공소에서 교리 받을 때도 뱀은 `마귀로 비유되었으며` 뱀의 혀를 간교함으로 묘사했기에 당시 단순한 아이들에게는 무섭고도 교활한 동물로 각인되어 있었답니다.
죽여 본 기억은? 동생이 뱀에 물려 울고 있을 때였는데, 방어본능으로 잔인하게 막대기로 말이에요.
최근에도 등산 하산길에 귀한 뱀을 보았더랬습니다.
두려운 찰나 내가 막대기를 찾느라 두리번거릴 때 상황을 감지한 `안나`가 도망가라고 외쳐도 굼뜨게 그 자리에 멈춰있었어요.
삭정이 꼬챙이로 쳤으나 부러져 실패했는데도 녀석은 다시 얼마쯤 도망치다가 멈춰 서더군요.
튼튼한 곁가지를 골라 순수한 그놈을 다시 내리쳐 버릴 줄은 꿈엔들 알았겠나만은 요.
과거의 잠재된 의식 탓에 순간 내게 사악하게 느껴져 그랬는데 한동안 마음이 아팠습니다.
뱀에 대한 인식이 두려움에서 연약한 파충류, 나약한 생물로 바뀌어 그런 거겠죠.
제게 안 좋게 세뇌된 탓에 죄의식 없이 그처럼 저질렀나 봐요.
뱀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수많은 억울한 희생을 치르고서야 진실 쪽으로 자정 되는 것을 보기도 하잖아요?
TV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애완용 뱀에게 물려 피를 흘리면서도 태연하게 `귀여워!’ 하며 뱀 흉내로 몸을 비틀어 형용하며 춤추듯 하는 아이의 순수함처럼 저도 이제야 조금은 뱀에게 다가간 느낌이 들자 이젠 뱀 보기가 힘듭니다.
이념, 사상, 세뇌개조, 모두 다 고착된 것으로서 우리가 현실에서도 보고 듣고 하잖습니까?
이젠 늙어가며 주위에 있는 편안한 도심지 해변을 걷는데, 어쩌다 언덕에 귀한 새끼뱀을 보면 측은하고 귀엽기까지 한 걸 보니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나 봐요.
저의 입장에서 뒤늦게 뱀들에게 혼자만의 화해를 하게 된 셈일까요?
세뇌되어서 개조되기 어려운 사고를 포용으로 이끄신 공정의 주님께 정말 부끄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