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강아지풀
풀 1
- 거듭나기
지상의 외로움이 깊어지면
나는 누의 씨받이 없이도 길동이 같은 얼자를 원 없이 낳을 수 있다
나는 한겨울을 지쳐 연둣빛 알몸으로 산정을 오르며
외진 바람을 불러 찔레꽃머리 초여름의 짙은 강을 건널 수 있다
몸뚱이 하나 작둣날에 넣어도 더 작게 되살아날 수 있으며
살비늘 한 조각 떼어 천의 생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나는 오되게도 어린 나이에 꽃이 되어 시집을 가며
한번 둥지를 틀면 나만의 냄새를 피워 겹겹이 울거밀 치기도 한다
나는 철 이른 싹을 새로 접어 몇 번이고 다시 꺼낼 수 있으며
가고 올 운명의 시간을 흩어 홀로 빗질하기도 한다
지상의 슬픔이 깊어지면, 아아 나는
나를 까맣게 잊어버린 처음 오는 존재로 완전히 몸을 바꿀 수도 있다
김진수의 시집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 2019,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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