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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1 - 김진수

작성자김진수|작성시간22.03.11|조회수14 목록 댓글 0

                                                                                                                                                 갯강아지풀

 

 

1

 - 거듭나기

 

 

 

지상의 외로움이 깊어지면

나는 누의 씨받이 없이도 길동이 같은 얼자를 원 없이 낳을 수 있다

 

나는 한겨울을 지쳐 연둣빛 알몸으로 산정을 오르며

외진 바람을 불러 찔레꽃머리 초여름의 짙은 강을 건널 수 있다

몸뚱이 하나 작둣날에 넣어도 더 작게 되살아날 수 있으며

살비늘 한 조각 떼어 천의 생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나는 오되게도 어린 나이에 꽃이 되어 시집을 가며

한번 둥지를 틀면 나만의 냄새를 피워 겹겹이 울거밀 치기도 한다

나는 철 이른 싹을 새로 접어 몇 번이고 다시 꺼낼 수 있으며

가고 올 운명의 시간을 흩어 홀로 빗질하기도 한다

 

지상의 슬픔이 깊어지면, 아아 나는

나를 까맣게 잊어버린 처음 오는 존재로 완전히 몸을 바꿀 수도 있다

 

 

 

김진수의 시집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 2019,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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