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고종 25년) 경복궁 교태전을 중창하면서 지은 상량문입니다. 김병시(金炳始)가 짓고, 민응식(閔應植)이 글씨를 썼습니다.
상량문이란 보통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친 내력, 공사일·시간 등을 적은 글을 말하며, 원래는 상량대에 간략하게 붓글씨로 썼지만 궁실, 관아, 학교, 사원 등에서는 써야 할 내용이 많아 따로 상량문을 써서 상량대에 홈을 파고 넣어 두었습니다.
이 유물의 경우 궁궐의 상량문으로서 붉은색 비단에 적었습니다. 교태전을 지은 사실과 앞으로 나라와 왕실에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교태전은 왕비의 침실로서, 경복궁을 지을 당시인 1395년(태조 4년)에는 없었는데, 1443년(세종 25년)에 증축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553년(명종 8년)에 불탄 것을 이듬해에 보수하여 다시 지었으나 1592년 임진왜란으로 다시 불타버렸습니다.
이로부터 270여 년이 지난 1865년(고종 2년)에 중건되었으며, 1876년에다시 불탄 것을 1888년에 재건하였고, 1920년에 창덕궁으로
옮겨질 때까지 건재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유물은 1888년에 불에 타버린 교태전을 재건했을 때의 것이라 하겠습니다.
▲교태전상량문(交泰殿上樑文)
국적/시대 : 한국(韓國)-조선(朝鮮)《1888년》/ 재질, 사직(絲織) / 크기 96.7×1,400cm / 소장기관, 국립중앙박물관
출처>구름처럼 향기처럼
교태전상량문.
엎드려 생각하건대, 안팎의 위치를 바로 하여 가정을 이롭게 함은 곧 황상(黃裳)의 후덕한 곤덕과 합치되는 길한 일이요, 웅대한 대들보를 위아래로 높이 세움은 대장(大壯)의 괘를 취한 것으로 금빛 편액이 여전히 교태(交泰)의 이름을 간직한 것이다. 겉모습은 사치스럽지 않으나 전각은 새로워졌고, 상서로운 기운으로 다시 회복되었도다.
옛 제왕들이 가정을 바로 세우던 시초를 상고하면, 현명한 왕비가 내궁을 주관하는 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왕비의 별은 삼태성의 궤도에 닿아 하늘의 극에 임하고, 내궁은 육궁을 통솔하여 음덕을 맡았다. 침소에는 새벽을 알리는 닭이 있고 문에는 검소한 법도가 있으니 거처는 바름을 얻었고, 봄에는 누에를 치고 여름에는 고치를 바치니 교화는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로부터 경복궁 창건 당시 내전과 정전을 함께 세운 제도가 있었다. 붉은 기둥과 옥 장식은 서로 빛나고, 푸른 문은 정교하게 배치되어 궁궐은 우주 질서와 합치되었다. 이는 음양의 교감이자 군신·부부의 도리가 하나로 통하는 형상이며, 곧 주나라의 이남지기(二南之基)와 같은 도리요 당나라의 양의전(兩儀殿)과 같은 성인의 이치가 깃든 것이다.
근래 천운이 기울어 어려움이 있었으나, 하늘의 복을 기다려 다시 회복의 시기를 맞이하였다. 주상 전하께서는 천명을 이어받아 나라를 일으키시고, 선대의 뜻을 계승하여 정치와 교화를 새롭게 하셨다. 이에 옛 도면을 상고하고 새 제도를 세워 궁궐을 중수하니, 용이 하늘로 오르는 듯 장엄하고, 무지개가 달을 품은 듯 찬란하였다.
또한 불의 재앙을 겪었으나, 근검과 절약으로 국가를 다시 세웠고, 옛 제도를 따르되 새롭게 하여 공역을 완성하였다.
그리하여 궁궐은 다시 웅장히 서고, 편액 또한 새로 걸렸으며, 그 형세는 용이 하늘에 서린 듯하고 거북이 문양을 펼친 듯하다.
왕실은 번성하고 세자는 성장하며, 내궁의 덕화는 널리 퍼지고, 모든 복록은 왕비의 거처에 모여든다.
엎드려 원하건대, 공사가 끝난 뒤에는 모든 신령이 문을 지키고 상서로운 기운이 처마에 가득하여, 소나무와 대나무처럼 번성하고 천년의 기틀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끝>
◇교태(交泰) :『주역』태괘(泰卦)에서 유래. 천지 기운이 교류하여 만물이 화합하는 상태. 왕비 궁전의 상징 명칭.
◇황상(黃裳) : 곤괘 육오 “黃裳元吉”. 유순한 덕을 지닌 왕비의 상징.
◇육침구궁(六寢九宮) : 고대 궁궐 제도상의 정형화된 궁실 구조.
◇이남(二南) : 시경 주남·소남. 부부 윤리와 왕도정치의 근원.
◇필조지재(畢鳥之菑) : 화재·재앙의 은유적 표현.
◇잉구도신(仍舊圖新) : 옛 제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개수함.
◇제을지지(帝乙之祉) :『주역』태괘 “帝乙歸妹,以祉元吉”에서 유래. 혼인·가화의 상징.
국역 > 전통의명문경주이씨종친회 카페 ㅣ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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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交泰殿上樑文。
伏以,正位內外利家人,黃裳叶厚坤之吉: 隆棟上下取大壯,金扁仍交泰之題。眎無侈而改觀,轉爲祥而克復。竊稽古帝王正家之始,厥有賢后妃主壼之居。後星接三堦之躔,臨瑤穹而儷極: 中闈統六宮之列,履寶座而秉陰。寢有警鷄、門有濯龍,秘宇得居處之正: 春則養蚕、夏則獻繭,柔化自房闥而先。肆昔景福宮肇建之時,爰擧內正殿並起之制。丹楹壓豹尾之道,璿鋪交映,玉碣相暉:靑鎖據蛾眉之砂,壞譎洪紛,瑋礧含晷。爲金根騩馭之所,䂓榘焉六寢九宮: 在紫薇麟趾之傍,經緯乎四象八卦。揭龍繇泰通之號,仰翟椲臨御於斯。厥象也小往大來,推陰陽理氣之交感: 其體則內健外順,譬君臣情志之相孚。若周家二南之基,夫婦造端之道是耳: 邁唐代兩儀之殿,聖人輔相之義寓焉。頃地運閱傾否之辰,伊天休待光復之會。恭惟,統天隆運肇極敦倫主上殿下,化闡比屋,祥協觀臺。潛邸膺橫庚之占,承丕基而定命: 卽阼啓上甲之運,拊昄章而圖功。紹先裕後之謨,乾乾若惕: 修廢擧隳之政,井井有條。其在軒后之狹堂、夏后之卑宮,不宜營作是急: 殆若豳公之築室、魯公之啓宇,必以繼述爲先。猗重辰肯構肯堂,卽嘉址爰謀爰始。旣勤塗墍,旣勤塗艧,按玉帶之舊圖: 廼召司空,廼召司徒,攷華葢之遺制。霓楶藻梲,翥雙鳳而入雲: 霞榱綺䟽,駕六龍而捧日。何意洪厖之運,遽警畢鳥之菑。敬天威而盡恐懼省約之䂓,睠邦基而念經營締繕之役。損上益下,莫曰時絀而擧贏: 仍舊圖新,只是事半而功倍。般技倕巧,遵繩尺而傾思: 鬼運神輸,趍斤築而効力。並屹九重玉宇,復揭二字寶眉。跂俯趍拱之形,怳虬尾之蟠碧落: 錯綜奇耦之狀,宛龜背之羅玄文。東朝之寶籌益隆,喜便近於問寢: 貳邸之衣尺漸長,啓方來之承家。廬于時、處于時,宣芳猷於蘭掖: 闢之也、闔之也,覓茀祿於椒塗。體審官而君子之道長,衍垂昆而帝乙之祉吉。鞏國勢於磐奠,翊聖化於階平。昌,伏願,上樑之後,百靈扶戶,萬祥湊櫩。如松矣茂,如竹矣苞,洞九天之閶闔: 俾熾而藏,俾耆而艾,綿百世之本支。上乎斯干者下乎無羊者滋。天祜於萬之受,始於關雎而至: 形於鵲巢而應,地道得一而寧。 <끝>
嘉梧藳略册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