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톡으로

작성자야다|작성시간26.06.06|조회수7 목록 댓글 0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살아 가는데 아무 지장 없을 까.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난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었어."

아내와 같이 병원엘 갔다.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밖에 시간이 없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 집까지 오는 동안 아내에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방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저 아내가 없다면,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저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 해 주는 저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나... 가슴이 멍할 뿐이었다.

그 다음 날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 하지도 않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 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날 밤 자리에 누워서 아내가 속삭였다.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피어있는 데 들렀다가 갈까?" "! 어어,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피어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 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기도 하고...

"당신이,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해서 그 다음날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금년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고 나 생명보험도 들어 놓았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이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에게 한 이백 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 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나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날 저녁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았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 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 한다 어쩐 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내가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 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떨 땐 그런 소리가 한 번 씩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이튿날 눈을 뜨니 커튼 사이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 ... ... ...❞ "여보, 내가 가면 장모님이 아주 좋아하실 텐데. 어서 일어나. 여보, 안 일어나면, 나 안 간다! 여보?!..여보!"

좋아라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그러나 아내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나는 말 없는 아내를 끌어안고 소리 질렀다.

여보, 나는 어떻게 하라고.!
야, 이 사람아! 나 진짜 당신을 “사랑 한 대이” "사랑한다. 야 이 사람아” “나 진짜 당신을 사랑한다.!:야, 이 사람아..” 아무리 외쳐봐야 영영 대답이 없다.! 왜, 어제 밤에 이 ❝사랑한다❞ 소리를 한 번도 못해줬을까?

그렇게 듣고 싶어 했던 이 한 마디를 왜 해 주지 못했을까? 아! 이렇게 천추(千秋)에 한(限)이 될 줄이야!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내 옆에 있을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아내가 내곁에 없을땐 아내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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