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기도편지

작성자박광석|작성시간26.06.22|조회수33 목록 댓글 0

사랑하는 벗님께

 

평안하신지요?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 어느덧 또 한 해가 지나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삶의 자리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저희 가족을 기억해 주시고, 때로는 응원의 말로 때로는 기도로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글쓰기로 18년간의 해외 선교사의 삶을 돌아보며 만든『너를 쓰다, 나를 읽다』를 통해 하나님 안에서 나를 알아 가는 시간에 대해 나누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후 1년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보다, 지나온 시간을 다시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7년 전, 18년간의 해외 선교 생활을 마치고 인도에서 강제 추방된 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선교사라는 정체성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었지만, 블랙리스트로 인해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인도를 그리워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낯설어진 한국에 다시 적응해 가는 시간은 때로는 내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는 특정한 나라나 직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심고 자라게 하며 다음 세대가 그 나라를 누리도록 돕는 삶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지난 시간 속에서 이루어 가신 변화와 앞으로 보여 주실 방향에 대해 이번 편지를 통해 조금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

8개월 전, 캐나다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정종민이라는 친구가 책 한 권을 보내왔습니다.

『평신도 교회가 온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친구는 "네가 평소 이야기하던 내용과 너무 닮아 있어 생각이 났다"며 꼭 한번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한국에서 교회와 관계 맺으며 겪어 온 여러 고민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평신도로 하나님을 알아가면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친밀한 관계 안에서 사랑을 배우고, 자기 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 예수님을 삶의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교회 안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충분히 나누어지기보다, 때로는 목회자의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 속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저희 가족은 약 2년 동안 가정에서 예배를 드렸고, 어린 시애와 시은이가 진정으로 기뻐하는 예배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며 작은 가정교회와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드린 예배 가운데 저희 가족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나면 "너무 좋다, 정말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만큼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던 중, 친구가 보내 준 책을 통해 이런 생각을 글로 써 온 분을 꼭 한번 만나 뵙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교육의봄 대표이신 송인수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지난 20년 동안 평신도 교회로 살아온 여정을 들려주셨고, 저는 20년 동안 평신도 선교사로 살아온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주일 후 교육의 봄 장소에서 세미나를 하는데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곳에서 강사로 오신 김형국 목사님이란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나들목 교회를 한국에서 개척하시고, 앞으로의 시대에 에클레시아라는 비제도권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교육과 예배를 드리며 파송하는 단체를 만들어 사역하시는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목회자가 없어도, 건물이 없어도 에클레시아라는 더 본질적 교회를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라도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사역을 7개월 전에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둘.

어린아이로만 있을 것 같던 시애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수영부에 들어가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시애는 단순한 사춘기의 변화라기보다, 요즘 드라마 「참교육」에서 보던 것 같은 학교 안의 여러 문제들을 직접 경험하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번의 대화 속에서 시애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앞에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학교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 선배들 사이에서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자신에게 필요한지 아닌지에 따라 질문하고 판단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며 시애가 깊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애는 제자국제크리스천학교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그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곳에서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에는 아빠와 함께 홈스쿨을 하며 준비해 보고 싶다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홈스쿨은 단순히 학교를 옮기거나 공부하는 장소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함께 걸어갈 부모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시애에게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하고 무엇을 남겨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관계와 신앙까지 삶의 많은 부분을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세워 가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선택이 정말 시애를 향한 하나님의 뜻 안에 있는지 함께 묻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시애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올해 9월부터 홈스쿨을 시작한다면, 그 중심은 하나님 안에서 너 자신을 알아 가는 너의 학교가 되어야 해.”

그리고 일주일 동안 하나님께서 시애에게 홈스쿨을 통해 원하시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듣고 나누어 보자고 했습니다.

며칠 뒤 시애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마음은 두 가지 같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시애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시는 마음.

그리고 또 하나는, 약속을 지키는 시애로 자신을 증명해 보이기를 바라시는 마음이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시애에게 주신 이 두 가지 마음이 앞으로 시애의 이름을 거꾸로 했을 때 나타나는 HOlY SCHOOL을 만들어 가는 첫 번째 약속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셋.

시진커피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어 갑니다.

시진커피는 원두를 납품하고 커피를 교육하는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3년전, 필라테스 회원 한 분이 자신의 조카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조카가 카페를 하고 있는데, 시진커피와 같은 커피 맛이 나지 않는다며 커피를 교육해 줄 수 있냐고 하셔서 은비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저는 은비에게 물었습니다.

“돈을 벌고 싶은 거니, 아니면 너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거니?”

은비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기에 저는 커피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은비가 어떤 아이인지 묻고 듣는 시간을 통해 은비라는 한 청년의 삶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을 지나왔고, 그 어려움을 자신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기에 하나님께 기도해 온 이야기를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에게 이렇게 꺼내 본 것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3년의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은비와 관계하며 이 시대의 청년의 삶을 아주 가까이 보고 느끼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고, 은비를 코칭하며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은비는 자신이 커피보다 건강한 빵, 사워도우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은비는 1년 동안 빵에만 집중했습니다.

자격증도 따고, 이전에 운영하던 카페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시진커피 안에 베이커리 공간을 만들어 새롭게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6월 25일부터 2주 동안 시진커피 내부 한 공간에 공사를 진행하며, 별이 되고픈 별이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뜻을 이름에 담아 ‘투별베이커리’라는 이름의 작은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별베이커리는 앞으로 2~3년 동안 시진커피 안에서 실습을 거쳐 브랜드 창업을 목표로 준비해 가려고 합니다.

 

 

 

* 글을 마무리하며

이 모든 과정을 지나며 한 가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시애는 인격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 가고 싶어 했습니다.

은비 역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알고 싶어 했고,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돌아보니 두 사람의 질문은 서로 달랐지만, 향하고 있는 곳은 같은 자리였습니다.

시애는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알아 가고 싶어 했고, 은비는 비즈니스를 준비하며 하나님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고 싶어 했습니다.

나이는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말씀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배움을 찾아가고 싶어 했기에 홈스쿨이라는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은비도 함께하게 되었고, 저희는 학교와 비즈니스, 그리고 삶을 함께 배우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며 저희는 한 가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을 세우는 데는 말씀이 필요하다는 것.

학교도, 비즈니스도, 공동체도 말씀이라는 중심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희는 시진커피와 한나필라테스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학교와 비즈니스, 그리고 평신도 공동체를 함께 세워 가는 여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의 2년은 홈스쿨과 비즈니스 창업, 그리고 평신도 교회라는 세 개의 작은 개척을 통해 서로 다른 영역들을 연결하고 배우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아직은 저희도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 7년의 시간을 지나며 한 가지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는 특정한 나라나 직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심고 자라게 하며 다음 세대가 그 나라를 누리도록 돕는 삶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저는 해외 선교사에서 다음 세대를 세우는 선교사로 부르심의 모양이 바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시진커피와 한나필라테스라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이 작은 씨앗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열매로 자라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저희 가족을 기억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

야다 & 한나 시애 시은 가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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