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양말
성 낙 일
구멍난 양말들을 몽땅 내다 버렸다
그저 어떠랴 신고 갔다가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곳마다
구멍 밖으로 쏘옥 쏙 빠져나가던 자존심을
부랴부랴 발가락 밑으로 끌고 내려가 땜질하던
그놈의 애물 같은 양말들을 몽땅 내다 버렸다
속 시원하다하고 앉아서 발을 뻗는데
비죽히 웃자라난 발톱, 모른 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든다
제 발톱 하나 다듬을 줄 모르고
구멍난 양말만 부끄러웠다
툭 불거져 나온 발톱
어쩌면 저리 영악하게 내 눈을 가렸을까
내 발을 감싸던 양말처럼
온전히 내 치부를 감싸 안던 사람들에게
나는 발톱 같지는 않았나
다듬지 않아서 웃자라난 발톱처럼
빳빳하게 고개를 쳐든 자존심으로 하여
드러난 그의 상처를 다시 발 밑으로 뭉개고
등돌린 적은 없었나
제때 손질 못한 발톱으로 해서
내게 쓰임이 다해 버려진 양말
오늘은 무엇이 자꾸만 부끄럽다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