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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스크랩] 시아버지와 함께 목욕을

작성자10회 신희철|작성시간15.05.18|조회수495 목록 댓글 0

점심준비하는데 창밖에 비가 옵니다.
버섯을 다듬고, 양파를 까면서
문득 시아버님 목욕 시켜드리던게 생각 나네요.
웬일일까 불현듯...
아니지요. 불현듯이 아니라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났는데도
참으로 종종 생각이 많이 납니다.
별로 좋은 기억도 아니면서.......

27살부터 36까지 꼬박 시아버님 목욕을 시켰었지요.
하루에 두번씩.
드시긴 잘하시니 싸시는것도 만만찮고.
누군 조금씩 드리라고 죄받을 소리도 하데요.
정말 옆방 목욕탕 모시고 가는데 5분은 걸렸지 싶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씩.
옷 벗기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며 비누칠해서 씻기고
조금 힘드시겠다 싶으니 의자에 앉히고 머리를 감겨 드립니다.
세수도.
소변 보셨을때야 씻기기 편하지요.
대변 보셨을땐 참 그렇습니다.
내새끼거 치울때도 사랑 없인 힘들건데
내가 무슨 시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한다고.
큰며느리라서, 나 아니면 할사람이 없어서 하는 일이니
그게 고역이더랍니다.
겉에 묻은거야 샤워기로 털어내면 그만인것.
엉덩이 골짜기에 있는것은 손으로 닦아내야 하는데...
금방 식사하신건 아니겠죠? ㅎㅎ
그게 참 해도해도 비위를 상하게 하데요.
내신랑 고추도 징그러워 잘 쳐다보지도 않았을 그나이에
시아버님 앞부분은 언제나 큰 용기가 필요하데요.^^

말끔이 씻겨서 들어갈때보다 더 조심 당신방으로 모시고 갑니다.
물기가 남아있으니 넘어지시면 큰일나니까..
잽싸게 옷입혀 드리고 의자에 앉힌다음
로션 발라드리고, 머리 빗겨드리고
우유를 덥혀서 가져다 드리고
방치우고 목욕탕 치우고.
그러면 진이 다 빠집니다.
노인들이라 그런가 개운하게 목욕하고 나면 소화기능이 활발해져서
금방 다시 볼일을 볼때가 많지요.
그러면 첨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ㅎㅎㅎㅎ
단독에서 살다보니 아무래도 겨울엔 아파트보다 더 추워서 내복바람으로 같이 목욕하고 여름엔 홀랑 벗고 살아도 더운데 더운물로 목욕 시켜 드릴려면
쪄죽어서 아예 언제 부턴가 나도 런닝에 팬티바람으로 같이 합니다.

아무리 생각을해봐도 내가 그양반을 이렇게 종종
생각한다는게 이해가 안갑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귀여움도 억수로 받았고,
초록빛 학창시절도 있었고,
분홍빛 연애시절도 있었고,
새까만 가슴아픈 인연도 있건만
유독 이 비를 바라보며 시아버님 생각이 나는것은
내 세월이 원망스러워일까요?
내 스스로 기특해서일까요?
참으로 나는 지지리도 바보 입니다.
귀여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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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대한민국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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