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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 밑의 발, 내리1호분 벽화의 달
전호태(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해는 바로 볼 수 없지만, 달은 쳐다볼 수 있다. 볼 수 없는 것은 경외의 대상이 될 뿐이지만, 올려다 볼 수 있는 것은 소망을 빌어도 되는 상대로 여겨진다. 해는 빛을 내쏘아 자신을 볼 수 없게 하지만, 달은 스스로를 비추어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아마도 이런 차이가 해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많지 않게 하고, 달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풍부해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평양시 삼석구역 로산리에는 내리1호분이라는 고구려 후기의 벽화고분이 있다. 산기슭 구릉지대의 낮은 경사면에 조성된 무덤의 널방 벽에는 四神의 흔적이 일부 남았고, 천장고임에는 인동문과 동심원문, 연꽃, 둥근 원들이 남아 있다. 아스라이 구름에 가려진 채 모습을 드러낸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서쪽 천장고임 한가운데 그려진 둥근 원안에 나무 두 그루, 나무 밑동 곁의 어떤 물체의 바닥 부분, 짐승의 발이 있다. 동쪽 천장고임 한가운데에도 커다란 원이 그려졌지만 위쪽의 선 일부와 그 안쪽의 검고 둥근 부분 외에는 남아 있지 않다. 역시 배경은 아래쪽이 구름에 가려진 산봉우리들이다. 둥근 원의 위치와 서쪽 천장고임 원 안의 그림 내용으로 보아 동쪽의 것은 해, 서쪽의 것은 달이 틀림없다.

(그림1)내리1호분 벽화: 달
서쪽 천장고임 원 안의 나무는 소나무나 잣나무처럼 그려졌지만, 달 속에 있다는 계수나무이고, 나무 밑동 곁의 물체는 불사약을 찧는 약절구이다. 그렇다면 약절구 오른쪽의 발은 옥토끼의 뒷발일 것이다. 달 속 계수나무 밑에서 옥토끼가 불사약을 찧는 장면이 벽화로 그려졌지만 많은 부분이 지워진 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옥토끼가 약절구에 불사약을 찧는 모습은 개마총 벽화에도 보인다. 그러나 개마총 널방 천장고임 달 속의 약절구 곁에는 계수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옥토끼 뒤에서 약 찧는 모습을 지켜보는 두꺼비가 엎드려 있을 뿐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달 그림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집안과 평양 일대에서 달 그림이 확인되는 벽화고분만 30기에 가깝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분벽화에서 달은 원 안에 두꺼비가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약 찧는 옥토끼가 등장하는 사례는 제한되어 있다. 집안지역의 경우, 장천1호분에서만 약 찧는 옥토끼가 보이며, 평양권에서는 6세기 이후의 벽화고분에서 몇 차례 모습을 보인다. 5세기말부터 6세기 초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덕화리1호분, 덕화리2호분의 달 속에 등장하는 옥토끼는 약절구를 앞에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내리1호분의 달 속에서처럼 약 찧는 옥토끼 곁에 계수나무가 표현되는 또 다른 경우로는 진파리1호분, 진파리4호분 벽화의 달을 들 수 있을 뿐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달에서 약 찧는 옥토끼와 계수나무를 함께 볼 수 있는 사례는 아직까지 셋에 불과한 셈이다.
漢代 중국에서 크게 유행한 음양설에 따르면 옥토끼는 陽, 두꺼비는 陰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달 안에 옥토끼와 두꺼비를 함께 그리는 것은 음양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이 때문인지 한 화상석이나 帛畵, 한~당대 중국의 고분벽화에서 원 안에 옥토끼와 두꺼비가 함께 묘사된 달 그림을 찾아보기는 쉽다. 두꺼비와 옥토끼는 한대 중국사회를 풍미한 西王母의 권속이기도 했으므로 서왕모 곁에서 약절구를 사이에 두고 함께 불사약을 찧는 두 짐승의 모습이 화상석, 혹은 고분벽화 안에서 오히려 쉽게 발견된다.
(그림2) 중국 산동 가산 송산촌출토 화상석: 서왕모 곁의 옥토끼와 두꺼비
그러나 삼국시대 이전 중국의 장의미술 작품 속에서 약 찧는 옥토끼가 계수나무와 함께 표현된 달 그림은 찾기가 쉽지 않다. 계수나무는 후한시대까지 사천지역 화상전의 달 속에서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달의 상징요소로서는 낯선 존재였다. 계수나무가 달 속에 그려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러 가지 견해가 제시된다. 참고가 되는 것은 계수나무의 껍질과 어린 가지는 예부터 혈액순환과 해열에 효능이 있는 한약재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인지 어떤 문헌에서는 계수나무 열매를 불사약의 주요한 재료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기도 한다. 아마 달 속의 옥토끼가 찧는 약절구 속 仙藥의 재료들에 계수나무 열매도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문득, 고구려 고분벽화 달 속의 옥토끼와 계수나무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내리1호분 벽화의 계수나무에도 天香을 뿜는 열매들이 달렸을까. 뒷발 아래 부분만 남은 벽화 속 옥토끼가 열심히 찧고 있는 밑동만 보이는 약절구 안에도 계수나무의 열매가 넣어졌을까. 한 가지 더, 옥토끼가 찧던 불사약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