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으로의 항해*/나희덕-
이따금 그의 항해를 생각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탄식하던 예이츠는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향했다
살았지만 죽은 것, 죽었지만 산 것들의 연옥을 향해
난항을 거듭하던 배가
거친 파도에 흘려보냈을 슬픔을,
기나긴 여정 속에서
견뎌야 했을 고독한 밤들을 떠올린다
이따금 나의 항해를 생각한다
비잔티움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를 태운 배와 나를 태운 배가
어느 항구에선가 몇 번은 조우했으리라
언젠가 그는 지하도 입구에서 나를 배웅해주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그는 묵묵히 바라보며 지하도 입구에 서 있었다
내 등이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의 항해를 지켜주는 눈빛 하나가 저 위에 남아 있구나
그는 지금도 지하도 입구에 서서
나선형 계단 아래 깊어지는 어둠을 응시하고 있을까
항구에 잠시 든 배들은
서로의 등을 토닥이고 손을 흔들고
다시, 자신만의 비잔티움을 향해 떠나고
지하도 위의 별 하나가 어둠 속에서 깜박인다
먼 항구의 등대처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말년에 쓴 시의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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