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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양배추밭/유종인

작성자양재건|작성시간26.06.19|조회수26 목록 댓글 0

-양배추밭/유종인-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터 가는 길

 

길 한 번 잘못 들었더니

시골길은

슬그머니 언덕 위로 부르더니

민틋하니 기울어진

만판 양배추밭을 뵈준다

 

얼마 전 입양 보내듯 비운 채

허공을 산후조리하는 언덕바지 양배추밭이

저마다 양배추만 한 허공을 품고 있는

텅 빈 양배추밭이,

나는 기갈나게 좋아라

 

뭔가 그럴듯하게 있는 거

여기선

뭔가 그럴듯하게 없는 거

 

이미 한 시절 한 건달 당겨쓰고

고생과 탄식과 보람도

다 댕강 머리 쳐 보낸

뿌리와 겉잎만 남은 텅 빈 양배추밭이

한 재산 얻은 듯 좋아라

 

이제 건달하기 좋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들

허허로움이

몸살나게 좋아 죽겠어서

자 봐라

언덕배기 양배추밭 몸져 누워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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