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오래도록 지혈되지 않는다/수 경-
모래의 어원은 사막
아직 사막에 가본 적 없는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사막화가 시작된 곳들이 생겨나고
사막을 여행하지 않아도
내게도 곧 당도하게 될지 모른다
모래시계를 돌려놓자
아픈 지구를 쏟아낸다
뒤집어야 할 사물이 다가오지만
정신의 마비로 뒤집지 못한다
모래의 살은 찢기고
모래의 삶은 짧고
모래의 마음은 슬픔에 잠기고
모래의 목소리는 검게 잠겨 성대결절을 앓으며
모래의 뼈는 송송 구멍이 뚫린다
모래가 토했던 불덩이를 삼킨다
이래도 항복하지 않을 텐가?
할퀴어진 자리마다 피가 고일 때
시계는 회복을 반복하며 기회를 주지만
모래는 모르는 척 살아간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슬픔의 손수건을 돌리는 한가운데에서도
왕오색나비 애벌레는 아랑곳하지 않고 용화한다
메꿔지는 시간보다 흩어지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