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금, 빛금/김윤식-
지우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빗금들
빛금이라고 치는 저녁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지는 그늘은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외면한 형상을 닮았다
상처인 줄도 모르고 앓았던 통증도
별로 반짝인다
애써 눈감아야 했던 입김 서린 창가에
흐릿한 얼음장 아래 굳어버린 흉터로
생의 빈칸을 꽉 채우고 있었으나
그저 무표정한 얼룩으로 감추고 있었지
어둠 한 줄기만 스쳐도 실금이 가는 동안
차마 풀지 못하고 꽁꽁 묶어두었던 실타래처럼
겹겹이 쌓인 숨을 고르는 그림자
발끝에 매달린 걸음마다 검게 출렁일 때
조심스레 빛으로 그 빗금을 건드리며 나온
돌멩이 하나 조각난 길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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