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바람/김지향-
눈을 찌르는 바람 속을
눈을 뜨고 간다
좁다란 시골길엔 바람뿐이다
어깨를 두드리는 바람의 손에
흙이 묻었다
흙이 묻은 어깨로
청솔가지 연기에 묻히는 일은
신명나는 일이다
거짓과 다툼과 비밀과 눈물
그런 것이 없는 곳엔
어둠도 없다
어둠이 없는 흙바람을
서말이나 퍼 마시고
아삼한 초갓집을 더듬으며
나는 정신을 잃는다
방앗고에 넣고 찧던 그 바람,
맨발의 아이들이 신고 다니던
그 바람을
지금 내가 밟고 서서 정신을 잃는다
거짓과 비밀로 몸이 무거워진 이에겐
밟히지 않는 그 바람
밟혀서 사는 사람만의 발이 되는
그 바람
도시의 큰 기침소리에 풀이 죽은
사람만이 반가운 그 바람
그 바람 속으로 내 정신은
풀어져 들어간다
나는 없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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