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색 정원
김종휘
홀로 길을 걸을 때면 그들이 온다
벚꽃 사이를 뛰어다니며 노래하는 직박구리
누굴 부르냐고 물으니 한 음 더 높여
꽃구경 왔느냐고 묻는다
냇가의 버드나무들 연둣빛 손을 흔들며
뿌연 도시의 허공에 봄을 심는다
죽은 듯 서 있던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새들을 불러들여 살림을 차렸다
전쟁의 소문으로 피폐해진 정원은
봄이 오는 길목조차 지키지 못했다
지난겨울 봄이 올 것 같지 않다고
달나라로 떠났던 계수나무가 돌아왔다
어딜 가나 시끄럽긴 마찬가지라며
붉은 손 슬쩍 내민다
새벽에 다녀간 봄비로 냇물 안은 파릇하다
비둘기들 냇가에 앉아 청둥오리 노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출처] 시작시인선 0565 김종휘 시집 『유채색 정원』|작성자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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