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배지에서 김종휘 국경에서 이어진 길과 붓의 경계 사이에 집이 있다 무언가를 매일 심어야 하는 나는 꽃씨 대신 붓을 심고 물을 주었다 산 아래 펼쳐진 야생화를 그리다가 붓을 놓쳐 버렸다 바람 춤을 추는 꽃과 나비들을 가두고 싶었지만 꽃들은 무참히 짓밟히고, 나비들은 날아갔다 그해 겨울 첫눈은 무릎 가까이 내렸다 잎사귀들 사이에 숨어 있던 하늘 마 열매들 심지 않은 누군가가 열매를 따가던 날 바람은 잎사귀를 잡고 며칠을 울었다 국경 수비대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내리는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바람은 붓의 경계를 눈 위에 그린다 솔개는 북쪽 하늘을 둥글게 날고 나는 남쪽으로 23.5도 기울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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