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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김종휘

작성자김종휘|작성시간26.06.23|조회수6 목록 댓글 0
유배지에서
김종휘




국경에서 이어진 길과
붓의 경계 사이에 집이 있다
무언가를 매일 심어야 하는 나는
꽃씨 대신 붓을 심고 물을 주었다

산 아래 펼쳐진 야생화를 그리다가
붓을 놓쳐 버렸다
바람 춤을 추는 꽃과 나비들을 가두고 싶었지만
꽃들은 무참히 짓밟히고, 나비들은 날아갔다

그해 겨울 첫눈은 무릎 가까이 내렸다
잎사귀들 사이에 숨어 있던 하늘 마 열매들
심지 않은 누군가가 열매를 따가던 날
바람은 잎사귀를 잡고 며칠을 울었다

국경 수비대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내리는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바람은 붓의 경계를 눈 위에 그린다

솔개는 북쪽 하늘을 둥글게 날고
나는 남쪽으로 23.5도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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