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 집 떠나는 연습
미국동부, 캐나다, 나이야 가라, 천섬, 타임스퀘어 ...
2016. 5. 24- 6. 3(11일간)까지의 여행기다.
모든 것으로 부터 떠나고 싶은 여행이었다.
시간으로부터, 공간으로부터. 환경으로부터
<나, >
얼추 인생 그릇을 다 채워 살아온 나이다.
칠십 넘어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생각은 추하고 죄악이다.
생을 마감해도 좋을 나이에 멋진 여행이었으면 하는 기대였다.
아니 제 나이를 잊을 만큼, 와! 하고 놀랄만큼 기력이 왕성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같이 한 동행인이 주책이라고 뜯어 말린다.
겉 모양새를 젊게 만들어 예술인 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그에 걸맞게 체면을 살리란다.
지난 이력을 밝혀 보아야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보잘것 없는 인생으로 추락할 뿐이라고.
난 나를 까발기고 싶어 안달인데...주둥아리를 굳게 닫아 버리기로 한다.
내가 살아온 진실된 삶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상의 비웃음을 받을 일이던가, 우울했다.
열화같은 칭송은 아니었지만 제법 세상을 위해 나름 아름답게 살지 않았던가.
자기 소개 시간에 냅다 소리를 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면서 재직중에 대전 엑스포와 인연을 맺어 일을 했고
지금 칠십다섯 이 나이에도 세상을 위해 사회활동을 하며, 우리의 농촌사회 전통이었던
품앗이 문화를 도시에 복원하려는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내 소개가 진행되는 동안 함께한 여행객들이 술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술가인줄 알았는데 별볼일 없는 노인이구먼'하는 쑤군거림이 있었다는 동행인의 전갈이다.
첫 모습에서 품긴 멋진 부분은 사라지고 시구주룩한 노인이구먼 하는 시선들이 거북살스럽다.
그렇지,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별과 무덤이라는 것을 깨닫게하는 한 사건이었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홀로 떠나는 출가(가출)를 깊이 생각해야겠다. 과연?
<출가 出家>
맞다, 여행이란 집 떠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를 가보고, 내 나라를 떠나 바다건너 남의 나라 땅을 밟아보는 것이다,
인연을 떠나 또다른 만남을 엮어보고, 울타리를 벗어나 바깥 세상을 둘러보는 일이다.
여행이 모험과 도전이라지만 결국은 생명나라에서 죽음나라로 떠나는 연습일 뿐이다.
여행은 이웃동네 나들이와는 다르다. 잠자리를 바꾸고 먹는 음식도 생활 습관도 다르다.
다른 세상에 익숙해지는 여행은 곧 홀로 집 대문을 나설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여행을 즐기는게 집 동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몸과 마음을 담는 연습이다.
바다 건너 멀리 처음으로 새로운 세상을 찾을 때에는 떠나기 전에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이내 새로움에 익숙해져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지는건 이별 연습이 아니던가.
새로운 세상 경험을 위해 집 동네 울타리를 벗어나는 그런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마도 여행은 집 대문을 나서 훌훌 집을 떠나는 '출가연습' 같기만 하다.
인도에서의 출가 出家는 지금껏 살아온 흔적을 그대로 두고 집을 떠나는 것이라 했다.
60평생을 가족과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았으면 그것으로 남살이는 다한 셈이다.
이제부텀 집을 떠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수도 정진의 길로 접어 들어야 한다.
지금껏 이룬 흔적이 제가 한 것이라고 다 지우고 없앤후 떠난다는 건 자만이다.
내가 해 놓은 것이니 내가 말끔히 정리해 놓고 가야 한다는 것도 욕심일 뿐이다.
퍽이나 어려운 결심이지만 진정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집 떠나는 이별여행은 낯선 세상에 내어놓아도 넉넉히 살아갈 수 있는 훈련일터이다.
3일째 일정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하늘에서 강에서 바로 폭포아래서 볼 기회를 가졌다.
'나이야가라!'를 세번 외치면 3년이 젊어진다는 헛소리에 악을 써본다.
폭포에 휩쓸리고 싶다
물 천둥 기둥에 파묻히고 싶다
물 안개에 스려져 버리고 싶다
아아! 폭풍바람에 날려가고 싶다
<나이아가라 폭포수 아래서>
금년 새로 발표한 가요 김용임의 "나이야, 가라!"가 얼핏 스쳐 지나간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 오늘이 가장 젊은 날
내 과거를 묻지마세요 / 알아서 무엇하나요
지난 일은 지난 밤에 묻어요 / 살다보면 다 그렇지
마음엔 나이가 없는 거란 걸 / 세월도 빗겨가는 걸
잊지 말아요 오늘 이 순간이 /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인생을 돌아보지 마세요 / 그렇게 흘려 보내요
아쉬워도 시간속에 묻어요 / 인생이란 다 그렇지
청춘엔 기준이 없는거란 걸 / 지금도 한창 때란 걸
잊지 말아요 오늘 이 순간이 / 내 인생에 가장 젊은날
<출세 出世>
지금 세계의 모든 도시는 자동차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 종일 교통 지옥이다.
뉴욕도 토론토도 도시의 중심으로 돈과 사람이 몰려들었다. 높은 비용을 치루고 있다.
도시는 인조시설물과 기계문명 도구로 폭발 직전이다. 사람이 기계 부속품으로 전락했다.
서울에서 본 그대로 미국과 캐나다 도시에서도 빌딩 숲을 본다. 별반 다르지가 않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에너지로 밤을 휘황 찬란하게 꾸며놓았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있다.
뉴욕의 도심은 그야말로 혼잡 소음 무질서가 난무하다.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느낌이다.
빌딩들이 쌍둥이빌딩처럼 곧 쓰러질 것같다. 미국돈 5딸라 뒷면에 숨겨져 있는 그림처럼.
여행 관광 홍보의 강력한 꾐에 넘어가 힘든 여정을 꾸민거다. 이걸 보자는 것은 아니었다.
삶이 거룩하고 위대해 내가 살아야할 가치를 찾기가 여행인데. 사람이 거적이라는 깨달음.
어디에 가서 허탈을 달랠 것인가. 도시 밖으로 자연을 찾아, 원시로 재탄생해야 할까보다.
정년 퇴직을 하였어도 무언가 세상을 위해 일을 해야 살아 있는것 아닌가.
그냥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노닐며 몸을 지탱하는 건 산 목숨이 아니다.
노인 세상이 급격히 몰려 오니 세상사람들이 겁도 없이 몰아쳐대는 이야기다.
'아니 일거리가 있어야 일을 하지'라고 항변하는 노인들의 목소리가 쌓이고 쌓인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은 일이 아니다'라고 하는 고약한 소리가 세상 판을 친다.
젊은 날에도 돈벌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노인이 되어서도 돈벌이를 한다?
맞아 죽을 각오로 소리쳐 권해 본다. "가진 돈-가진 재능을 써 보시는 건 어떠세요?"
한푼 한가닥 재능이면 어떠냐, 간단 점심이면 어떠냐. 남과 비교하니 당당하질 못하다.
휴지 줍는 일. 골목 쓰는 일, 아이 돌보는 일...조금은 어눌지지만 일감은 곳곳에 있다.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서, 돈이 안되니까, 혼자서 하는 것에 열등감이 있어서다.
휴지 한장 줍는 것이 하찮지만 노인 천만명이 하루에 한장씩만 주어도 천만장이다.
휴지 한장 줍는 마음으로 나는 "미래촌-미래마을대학-품마을운동"을 거들어 왔다.
늙은이가 이러쿵 저러쿵 주장할 일은 아니다. 이제 젊은 힘으로 밀어부칠 때이다.
집대문을 나서듯 선뜻 떠나고 나면 누군가 설거지 할 젊은이들이 나서게 되어있다.
멀찍이서 박수 응원하는 것이 정녕 보기 좋은 그림일 터. 출세를 위해 내가 떠날 일이다.
<출국 出國>
헬조선을 떠날 수는 없을까? 과연 이 나라가 나를 보호해 주고 있는가?
나라의 울타리는 왜 필요할까? 세월을 겪다보니 생겨난 것이 국경이 아닌가.
그렇다 싸움이다 전쟁이다. 힘겨루기를 하며 땅따먹기에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거다.
전쟁을 하면서 울타리를 쳤고 또 떵덩이를 빼앗으려고 빌미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켰다.
나라 경계라는 것이 과연 나의 삶에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일까, 오히려 해악이 아닐까?
개인의 삶과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온통 정치권의 권한과 책임일까로 고민을 한다.
태평성대에는 왕이 누구인지 조차 모른다. 나라가 어려워진 때라야 장수와 왕을 찾는다.
하늘 쳐다보고 농사 짓던 평화시절이 아닌 인조사회에서는 국경과 나라가 소중해 진다?
미국과 캐나다의 역사는 전쟁사의 연속일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 단단히 배운다.
유럽나라들이 제 땅을 피해서 멀리 신대륙이라는 넓고새로운 땅에서 피터지게 싸움판을 벌였다.
인디언을 쓸어내고 땅 차지를 선언하고 나면 곧장 다른나라 군대가 쫓아 들어와 분탕질을 했다.
넓고 넓은 땅덩어리여서 치열한 전쟁에서 밀리면 밀리는대로 또 다른 새로운 땅을 차지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탄생역사이고, 이것이 18-19세기 유럽 나라들의 세계 식민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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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쟁 속에서 평화를 찾았고 평화속에서 발명품을 만들어 냈고 대량생산으로 부자가 되었다.
평화시 만든 발명품과 생산품은 땅따먹기할떼에는 전쟁물자로 둔갑하면서 군사 강국을 만들었다.
전기 자동차 비행기등 발명품으로 생활이 편리해 졌고, 세계 전쟁물자 공급으로 나라는 부강해 졌다.
이제 세계에 평화가 오니 전쟁물자 소비가 줄고, 물자가 넘쳐 실업이 늘고 나라 살림이 어려워 졌다.
미군 주둔비를 다 부담하라는 용맹 발언은 이제 평화군을 버리고 용병으로 변신한다는 본색이다.
파렴치한 말 같지만 미국의 진실된 역사 이야기일 수 있다. 잘 뜯어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나라를 떠나서 지구 반바퀴를 휘-돌아보았지만 거기 내가 출가할 출세할 출국해 있을 곳은 없다.
돌아와보니 인천공항은 너무 깨끗하고 멋져서 "여기 우리나라 맞아?"하고 물어본다.
서울이, 강남이 이렇게 낯설수 가 없다. 시차적응 때문일까, 거리가 어리벙벙하다.
내가 사는 집을 사회를 나라를 떠나 간절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멋진 여행을 하고 싶다.
생명의 끈을 놓는 날, "아! 나는 지구촌에서 지구인으로 살아왔노라"고 말할수 있는...
<여담 餘談>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
방귀를 뀌었는데 똥이 나올때...당황할 수밖에
아니지 똥을 싸려는데 방귀만 나올때...얼마나 황당하냐.
나이아가라 폭포를 육해공으로 다 보고 배가 얼어 버렸나보다
갑자기 배가 뒤틀리며 곧 쏟아질 것 같아 고속도로에서 가이드에게 사정했다.
싸 버리면 버스안이 엉망일터이고 ...당황, 황당을 모면 해야겠는데...
운전자가 재치있게 동네길로 내려서서 KFC 할아버지네 가게를 찾아 해결했다.
와! 하늘을 날 것처럼 씨원했다.
젊은 가이드의 열정과 박식에 흥분되어 자기 소개 시간에 한마디 거들었다.
"미국에서 흑인도 대통령이 되었는데 한국인도 대통령 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가이드님의 열성과 실력이라면 우리가 응원할터이니 도전해 볼수 있잖아요."
대답이 이러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이민와서 이곳 태생이 아니라 안되고요,
미국에서도 한국인이 개인으로는 유태인만큼 똑똑하다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데요.
한인회장 하겠다고 몇년씩을 서로 소송하고 싸우는 걸 보면 기대 난망이에요.
"한국인은 본래 큰땅 따먹기에는 능하질 못하고 제것 지키기에만 골몰한 걸까?"
영어를 못하고서도 미국 여행을 할수 있겠다고 제법 호들갑을 떤다.
배정받은 방이 약간 추웠다, 이것 저것 만져도 안된다, 후론트에 전화를 했다,
'헬로-' 불러 놓고는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겨우 한소리가 "핼프 미"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뭐라고 해야지?
흰 종이에 할 얘기를 아는 영어단어를로쓴다. 그렇지 간단하게 하면 되는 걸.
다시 전화를 건다 "헬로-룸5210-플리즈, 히터, 룸 엔지니어? 오케이!" "예-쓰"
비행기가 쏟아내는 매연으로 환경오염이 만만치 않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차가 내뿜는 매연으로 미세 먼지가 일어나고 도시 공기가 혼탁한 것도 사실이다.
도로건설보다 도시 빌딩을 올리는 것보다 건강먹거리에 눈을 돌릴때가 아닐까.
도시를 유지보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농촌을 가꾸는데 비하면 천문학적일 터이다.
이제 여행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넉넉한 이웃동네 나들이 정도로 멈춰졌으면 싶다.
2016. 6. 미래촌-미래마을대학-품마을 아가동장 김만수 010-4719-7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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