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알프스, 내 마음의 큰 산(山)이 되다…
………………………………………………………………………………………………………………
☆ 2015-알프스샤모니-몽블랑·꾸르마이어·체르마트 원정트레킹 ☆ (7)
2015년 8월 16일~27일(11박 12일)의 여정
[제8일]▶ 2015년 8월 23일 (일요일) : 체르마트 <반호프호텔>
*[체르마트]<반호프>→산악열차→고르너그랏(Gornergrat, 3089m) 전망대→몽테로자-마터호른 빙하조망→(트레킹)→[체르마트] <반호프호텔(Hotel Bahnhof)>
♣ [체르마트 산악열차] — 마터호른의 전망대 고르너그랏(Gornergrat)에 오르다.
☆… 오전 7시 30분, 협곡의 마을인 체르마트(Zermatt)는 아직 해가 뜨기 않았다. 그런데 호텔 2층 객실의 발코니에서 나는 그 산(山)을 보았다.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마터호른(Matterhorn) 거봉이 날선 송곳니처럼 하늘을 찌르고 솟아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순백(純白)의 설봉이 구름을 헤치고 그 진면목을 드러낸 것이다. 오늘 아침 내 생애 처음 마터호른의 실체를 만났다. 동경(憧憬)의 산, 마음속에 그리던 산의 형상을 마주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이렇게 오늘도 날씨가 계속 화창하다면 하루 종일 저 신비한 장관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마터호른과의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 이후 체르마트를 떠날 올 때까지 그 신비한 암봉을 다시 보지 못했다. 오늘 우리는 체르마트에서 이곳의 명물 산악열차를 타고 고르나그라트 전망대에 올라 거봉 마테호른과 장대한 빙하를 조망하고 트레킹하는 일정이다.
☆… 오전 10시 30분,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체르마트(Zermatt) 반호프역에서 빨간색 산악열차를 탔다. 해발 1,620m의 제르마트에서 출발한 열차는 직선의 철로를 따라 완만한 경사의 산록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간에 천 길 협곡의 다리를 건너면서 열차는 서서히 고도를 높여갔다. 오른쪽의 차창으로 체르마트 시가지가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장대한 수림 사이로 달리는 열차는 어느 정도 속도감이 느껴졌다.
☆… 수목한계선에 위치한 리펠랍(Riffelalp, 2,211m)에서부터 경사가 급해진다. 경사가 급해진 민둥산의 선로를 따라 S자를 크게 두 번을 그리며 오른 곳은 리펠베르그(Riffelberg, 2,582m), 거기서부터 오른쪽 창으로 원근의 설산(雪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리다.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아침에 보았던 마테호른 산봉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설산을 타고 내려온 거대한 빙하가 온 시야를 가득 채웠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느린 속도로 올라가는 열차, 워낙 힘겨운 느낌이 드는 지라, 거기에 타고 있는 나의 몸무게가 미안할 정도였다. 드디어 해발 3,000고지 위에 위치한 종점 고르너그랏(Gornergrat)에 도착했다.
☆… 열차에서 내려서 보니 역 주변은 황량한 민둥산, 하늘은 흐리고 시야에 압도해 오는 것은 거대한 빙하였다. 그 거대한 빙하 위쪽에 솟아 있을 마터호른의 거봉을 보이지 않았다.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온 탐방객들이 많았다. 다양한 얼굴의 서구인들은 물론 일본 사람, 중국 사람도 있고, 우리와 같은 한국인 아가씨도 있었다. 고르너그랏(Gornergrat)에는 마테호른과 몽테로자 등의 거봉 산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3,089m 고지에는 쿨름호텔(Kulmhotel)과 레스토랑이 있어 이곳에 유숙할 수도 있다. 우리 일행은 레스토랑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널따란 공간이 조성된 전망대에 올라섰다.
☆…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터호른을 비롯한 고산거봉은 아쉽게도 구름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단지 설산의 중턱아래 거대한 빙하가 가슴이 서늘하게 뻗어내려 갔다. 지금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이곳 중부알프스의 최고봉은 몽테로자(Monte Rosa, 4,634m)인데 전망대의 좌측에 위치해 있고, 그 주위의 4,000m급 고봉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세인의 주목을 받는 명봉 마테호른(Matterhorn, 4,478m)은 전망대에서 오른쪽 방향에 위치해 있다. 몽블랑의 동쪽에 있는 이 산군들이 스위스와 이태리의 국경을 이루는 중부 알프스산맥이다. 오늘은 두 거봉 사이의 산곡에서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빙하들만 보일 뿐이었다. 그 빙하도 지구온난화로 많이 녹은 상태라고 했다. 우리는 빙하를 배경으로 하여 포즈를 잡았다.
☆… 산(山)을 보러 왔는데 산(山)을 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전망대에서 쉬 떠나올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거리면서 머물다가, 건물 안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다. 이 대장이 빵과 음료수를 주문하고 준비해온 바나나도 곁들여 간식을 나누었다. 영봉 마터호른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니 자연의 조화를 어찌할 것인가. 이제 트레킹에 들어갈 여정이다. 행장을 수습해서 나오다가 레스토랑 바로 앞에 작은 성당(聖堂)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전망대에 올라갈 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간 것이다. 스위스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성당이 있다. 이곳 고르너그랏 작은 성당이 있다. 잠시 들어가 참배하고 촛불 하나를 봉헌했다.
♣ [마터호른(Matterhorn)의 산록의 트레킹] — 거대한 빙하를 등에 지고
☆… 드디어 오늘의 트레킹을 시작했다. 고르너그랏(Gornergrat)을 출발하여 산록(山麓)을 타고 내려가는 여정이다. 왼쪽의 빙하를 바라보며 그 빙하(氷河)를 등에 지고 내려오는 것이다. 여기 산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많은 트레커들이 여기저기서 오르고 내리고 있었다. 얼마쯤 내려온 길옆에는 야트막한 리펠호른(Riffelhorn, 2,927m) 암봉이 있고, 거기 바위 꼭대기에 십자가를 세워놓았다. 멀리서 보니 까만 형상의 십자가가 아득하게 올려다 보였다. 그리고 그 암봉 아래 산중호수가 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맑은 물이 고여 있고 가장자리에는 싱싱한 수초(水草)들이 자라고 있었다. 사진에서 마터호른 영봉이 이 맑은 호수에 비치는 장면을 보여주는 바로 그 호수이다. 그러나 오늘 산(山)은 무거운 구름 속에 숨어 있었다.
☆… 호숫가의 길을 따라 걷다가 평지 같은 언덕길을 올라가 주변을 조망하니 사방이 확 트인다. 마테호른 빙하는 여전히 등에 걸려 있다. 우리가 걷는 산은 민둥산이고 길은 완만한 경사로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수목한계선 위쪽이라 나무 한 그루 없는 산록에, 저 아래의 길은 실처럼 이어져 나간다. 그 길은 산악열차의 정거장 리펠베르그(Riffelberg, 2,582m)으로 이어지고, 거기에 역사(驛舍)와 산장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다.
☆… 앞뒤로 떨어져 걷던 대원들이 리펠베르그(Riffelberg) 역 앞에서 모였다. 어깨가 아픈 허갑열 대원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서 부인과 함께 산악열차를 타고 먼저 내려가기로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트레킹을 계속해 나갔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일부대원들은 우장을 했다. 길은 역사에서 좌측으로 난 산록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었다. 완만한 경사이긴 하지만 천 길 낭떠러지 위로 난 길이어서 조심스러웠다. 산록의 위쪽을 쳐다보니 십자가가 있는 작은 성당이 동그마니 앉아 있다. 고개를 들면 구름 아래 설산 빙하가 쏟아지고 아래로는 거대한 협곡 사이에 자리 잡은 체르마트(Zermatt) 마을이 아득히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위로 오색 무지개가 뜨기도 했다.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 산의 급경사를 내려오기 위해 길은 크게 좌우(左右)로 방향을 꺾으면서 고도를 낮추어 나가고 있었다. 내려올수록 체르마트 마을의 전경은 선명해지고, 울창한 침엽수와 목초지가 어우러진 건너편 산록에 그림 같은 산장호텔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초지(草地)의 경사면을 S자로 휘어져 올라가는 산길이 절묘한 풍경을 보여준다.
☆… 작은 폭포 아래를 지나 산록에 거목(巨木)들이 즐비한 평탄한 길로 들어섰다. 그곳이 바로 리펠랍(Riffelalp, 2,211m) 산장마을이었다. 그림 같은 여러 채의 산장호텔이 있는 휴양단지였다. 이곳 산장호텔은 마테호른의 전모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지라고 했다. 그래서 호텔 숙박비가 엄청나게 비싸단다. 우리들은 길목의 작은 공원에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했다. 비는 다행이 더 이상 내리지 않았으나 날씨는 여전히 흐려서 마터호른 설산거봉은 오늘 우리의 복(福)이 되지 않았다.
☆… 잠시 간식과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 뒤 산장으로 들어오는 길을 따라 걸었다. 길 가운데 철로가 깔린 산길이었다. 열차가 다니고 마차가 다니는 길이다. 길목에는 하얗게 벽을 도색한 작은 성당이 있다. 성당 주변에 예쁜 야생화가 피어서 아름다웠다. 산길을 200m 정도 돌아가니 역사(驛舍)가 나왔다. 리펠랍(Riffelalp)역이었다. 이 산장에는 자동차가 올라오지 못하므로 체르마트에서 산악열차를 이용하여 리펠랍역에 오면 산장호텔 전용의 작은 열차에 환승하거나 마차에 옮겨 타고 들어오는 것이다. 초입에 있는 호텔의 차고 안으로 철길이 놓여 있고 거기 작은 열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 우리는 리펠랍역의 철로를 가로질러 울창한 수림 속으로 난 산길을 걸어서 내려왔다. 수백 년이 넘음직한 장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체르마트의 주택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마을은 쉬 나타나지 않았다. 길을 갈 지(之)자로 돌아서 내려가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오래도록 걸었다.
☆… 한참을 그렇게 걷고 걸어서 드디어 체르마트(Zermatt) 마을길로 들어섰다. 간간히 전기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정갈하게 잘 포장이 되어 있다. 이곳의 집들은 모두 산장호텔이다. 갖가지 형태와 조형미로 지은 크고 작은 예쁜 건물들, 창가나 테라스에 붉은 색 꽃들로 장식을 했다. 체르마트 한 복판을 흐르는 하천 옆의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다리를 건넜다. 이 하전은 마테호른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이었다. 뿌연 색깔이었다.
☆… 다리를 지나자마자 거기에는 갖가지 꽃으로 가꾼 공동묘원이 있었다. 마을 한 복판에 자연스럽게 묘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마터호른 등반 조난자들의 무덤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가까운 위쪽에 체르마트성당과 돌프광장이 있다. 이곳의 성당은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성당의 첨탑에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걸려 있다. 프랑스 샤모니나 이태리 꾸르마이어, 스위스의 산간마을 등 어디를 가나 성당 첨탑에는 시계가 있었다. 1898년에 지은 서울의 명동성당의 첨탑에도 시계가 걸려있다. 당시 명동성당은 프랑스에서 온 유진 꼬스트 신부가 고딕양식으로 설계하고 짓기 시작했다. 가톨릭성당의 유래가 유럽이다. 체르마트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성전은 장엄하고 화려했다. 제대 주변은 모두 금장식이었다. 하얀 기둥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무늬도 금선으로 장식했다.
☆… 이현종 대원과 함께 성당 옆 카페 <Du Pont>에 들어갔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으로 오늘의 트레킹을 자축하면서 팍팍한 속을 풀었다. 그리고 체르마트 중심거리를 걸어서 숙소인 반호프호텔(Hotel Bahnhof)로 돌아왔다. 식당에서 여성대원이 따뜻한 저녁을 지어 다함께 식사를 했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