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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백 시인

꽃무늬 팬티

작성자서어나무|작성시간26.06.21|조회수9 목록 댓글 0

꽃무늬 팬티

 

김백

 

 

저녁이 살빛을 감추는 동안

나는 가로등에 그림자를 걸어 둔다

 

어둠이 조금씩 기울고

 

담장 너머 빨랫줄에는

분홍꽃 팬티 한 장

늦은 바람에 몸을 뒤척인다

 

누군가 벗어 둔 하루가

저리도 황홀하구나

 

한때는 나도

저 분홍꽃무늬 곁을 오래 서성인 적 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꽃들은 잠깐씩 피었다가

또 잠깐씩 사라지고

 

그런 순간이면

저녁의 살결이

골목을 천천히 더듬고 지나갔다

 

가로등 불빛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안다

 

꽃들이 피었다 질 때마다

바람의 모서리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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