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팬티
김백
저녁이 살빛을 감추는 동안
나는 가로등에 그림자를 걸어 둔다
어둠이 조금씩 기울고
담장 너머 빨랫줄에는
분홍꽃 팬티 한 장
늦은 바람에 몸을 뒤척인다
누군가 벗어 둔 하루가
저리도 황홀하구나
한때는 나도
저 분홍꽃무늬 곁을 오래 서성인 적 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꽃들은 잠깐씩 피었다가
또 잠깐씩 사라지고
그런 순간이면
저녁의 살결이
골목을 천천히 더듬고 지나갔다
가로등 불빛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안다
꽃들이 피었다 질 때마다
바람의 모서리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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