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수라간을 품고 있던 창덕궁 대조전의 모습이다.
임금은 과연 무얼 드셨기에 그렇게 단명하셨던 것일까?
대부분의 조선 임금은, 고단백 영양식에 운동부족과 과도한 성적 집착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47세를 넘기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21대 영조는 하루 세 끼 이내의 채소 위주 소식(小食)과 잡곡밥을 즐겼던 탓에 83세까지 장수하였다고 전해진다.
임금은 하루 5∼6회의 음식상을 받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곧 새벽 수라를 들었다. 새벽 수라는 주로 쌀, 잣, 깨, 채소, 고기를 갈아 만든 죽과 미음을 젓국찌게, 동치미, 마른 찬을 곁들여 들고, 보약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아침 수라는 대개 10시쯤에 들고, 대신 점심식사는 간단한 국수상과 다과상을 받았고, 저녁상은 정성껏 마련한 수라를 들었다고 한다. 아침과 점심, 점심과 저녁 사이에는 간식으로 과자나 떡, 과일을 음료와 함께 들었다.
창덕궁 시절, 임금의 음식은 수랏간인 대전장방에서 전속 요리사인 주방상궁이 주방나인들을 지휘하여 장만했다.
평소 임금이 드시는 수라상은 12첩 반상 차림으로, 반찬 12가지와 밥과 국 등 7가지 기본음식으로 구성된다. 12첩 반상은 밥(흰밥과 팥밥)과 국, 조치(찌개), 찜(생선찜), 전골, 김치, 장류를 기본으로 하여, 더운구이, 찬구이(김, 더덕), 전유화(전, 튀김), 숙육(수육, 편육), 숙채(나물), 생채, 조리개(조림), 장과(장아찌), 젓갈, 마른찬(포, 자반, 튀각), 회, 별찬(수란) 등으로 구성되었다.
수라상은 붉은 색 대원반과 소원반, 책상반을 한 조로 갖추는데, 겨울에는 은제반상기, 여름에는 사기반상기를 쓰고, 모든 음식그릇은 덮개로 덮어야 하며, 항상 독성에 반응하는 은수저를 놓았다.
임금 앞에는 대원반이 놓이고, 수라상이 임금 앞에 놓이면 임금이 수저를 들기 전에 기미상궁이 먼저 맛을 보게 되는데, 조그만 그릇에 12첩 음식을 조금씩 덜어 맛을 보며 독성 유무를 검사한다. 이 때는 수저나 젓가락을 이용하지 않고, 맨 손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수라상에는 수저와 젓가락이 두 벌씩 놓이게 되는데, 한 벌은 기미상궁이 수라상의 음식을 덜어낼 때나, 먹기 좋게 뼈 등을 발라 낼 때만 사용한다. 또한 이곳에는 기미상궁 외에 두 명의 수라상궁이 더 있는데, 한 명은 음식그릇을 옮기거나 그릇 뚜껑을 여는 일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식은 음식을 화로에서 데워내는 전골 담당이다.
임금이 식사 후 수라상을 물리는 것을 퇴선이라고 한다. 임금이 식사를 마치고 되돌아 온 음식은 지밀상궁 등 큰 방 상궁을 중심으로 고참급 상궁들이 먹는다. 임금이 먹고 난 뒤 이를 특정 신하에게 내리면, 그 신하는 퇴선을 받았다 하여 매우 자랑스럽게 여겨 다른 신하들로 부터 축하를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