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발표시

근래 시들의 서정적 욕망/양소은

작성자양영숙|작성시간26.06.15|조회수41 목록 댓글 0

 

 

 

<권두언>

 

 

 

 

 

근래 시들의 서정적 욕망

 

양소은

 

 

 

 

 

 

  불확실성과 모호성의 시대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될까요? 세계와 관계를 맺는 욕망은 삶의 방식의 하나로 어떠한 자리에서 자세의 형식을 취하게 될까요? 현시대의 욕망은 끊임없이 반복 변형되어 다양한 공간에서 시를 파생시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시집, 문학잡지 등 종이책의 출판물을 통해 시를 공유하였다면 지금은 인터넷이나 개인이 주고받는 문자, 전자책, SNS 등을 통해 일상 속으로 꾸준히 등장하며 쉽게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특히 SNS를 통한 시는 일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작가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이해하기 쉽고 친근한 공감을 주어 독자층을 넓히는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단 시에 비해 새로운 것을 유추해가는 상상력이나 창의적 깊이가 얕고 빨리 소비됩니다. 시에 음악이나 사진, 영상 등을 접목하는 시각적 형태의 변화가 이루어져 시를 욕망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언어로 구조로 이루어진 시는 최선의 대상물을 찾아 탐색하고 상상적 경험이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대 서정시는 전통 서정시에 비해 어떤 모습으로 욕망이 표출되는지, 최근 시의 작품 경향과 서정 흐름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현실은 갈수록 복잡해지며 인간관계는 더 파편화됩니다. 자신과 사회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정체성의 혼란은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집니다. 연쇄적인 현상들은 사회적 이슈로 드러나는데 특히 젊은 세대들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취업난, 노동 문제, 불평등, 전쟁, 빈곤, 도시 공동체의 피로감 등 주변인으로 부유하는 존재가 되어 꿈과 현실의 욕망이 무너지는,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는 경계인이 됩니다.

  시의 공간적 배경으로는 아이스크림, 편의점. 지하철, 자동차 극장, 원룸, 세탁실 등 자연보다는 도시의 생활 밀착형 공간이 시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데 고립, 불안, 노동, 자본, 우울, 갈등 관계. 기존 질서의 저항 등을 설명하지 않고 공간으로 우회하여 상처와 분열, 억압된 자신을 발견하고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보여줍니다. 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시대적 정신과 개인의 경험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리 변주됩니다. 시에서 공간을 중요하게 사용하는 것은 현실감과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어서이며, 삶의 의미를 생성하는 장치로서 감정을 간접적으로 노출하여 서정이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 서정시는 심리 상태를 직접 표현하고 화자가 많이 등장하는 내면 중심이었다면 현대 서정시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개별성을 가진 사물과 공간, 상황 속에서 절제된 언어와 다양한 문체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장면이나 이미지. 언어를 통한 형식 실험이 늘어나고 주체가 불안정하며 서정적 언어에서 일상어를 낯설게 사용합니다. 현시대는 감정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여 감정을 말하기보다 장면이나 구조를 통해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열린 결말로 의미를 확장하게 합니다. 과거에는 사회 문제의 민중시나 정치시의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직접 표현하였다면, 지금은 거대한 이야기보다 개인의 일상이나 내면적 경험을 통해 주제의 직접성 없이 사회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는 집단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것인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새로운 방식의 현대적 서정을 취합니다. 서정의 주체는 분열된 자아로서 복합된 감각을 가진 특징을 나타내며, 의미의 모호성과 시가 길어지는 것은 욕망을 채우지 못해 환유를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대중음악 역시 시대감각의 변화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집니다. 과거의 트로트가 쿵짝쿵짝의 단순한 리듬 속에서 주로 눈물, 이별, 한(恨)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면, 오늘날의 트로트는 퍼포먼스나 무대연출, 춤 등 여러 장르가 결합하여 더 입체적인 감정 전달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음악도 시대에 따라 정서와 박자감, 음의 조화가 다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낯설어지는 세상, 인공지능 AI는 언어 생성 능력이 날로 발전합니다. 이미지나 문장 변주는 창작자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 고유의 영역인 쓰기를 빠르게 넘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인간은 많은 능력이 요구됩니다. 빅 데이터 시대에서는 감성에 치우치거나 하나의 목소리에 머무르지 않으며 변주한 타자와 낯선 세계를 보여줍니다. 시는 미적 정서의 양식이기에 개인의 감정이나 경험에서 적절한 예술의 형식을 빌어 진정성 있는 서정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AI는 실제 경험이나 자신만의 감정 없이 언어 패턴으로 서정을 만들어내며, 애초에 기억이 없는 데이터 기반으로 재구성하고 서정의 개념을 새롭게 만듭니다. 시창작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AI는 데이터에 있는 언어들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복제한 감정을 구성하느냐에 시대의 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AI와 공유하는 현시대의 서정에서 미래의 서정으로 나아갈 때, 인간의 구체적인 경험과 감각적인 이미지, 개성적인 목소리가 큰 가치를 만들 것입니다. 앞으로도 장면 중심의 진정성 있는 공간 서정이 영향을 끼칠 것이며, 안정된 이미지보다 시적인 장치를 통해 거칠고 불안정한 자아를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간과 감정을 객관적 현실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주체가 현재 상황이나 감정의 인식에 따라 떠오르는 과거가 다르게 재구성되는 것입니다.

  시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해석의 과정에서 의미가 생성됩니다. 개인의 감각과 경험에 따라 동일한 공간과 상황에서도 다르게 해석되는 것입니다. 시는 세상의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기보다 작은 메시지를 통해 울림을 형성하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야 합니다.

여러 이미지나 말들이 혼합하여 긴장감을 일으키고 새로운 의미와 풍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편의점, 원룸, 지하철, 미술관처럼 도시 속 공간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 상징성이나 암시성을 통해 새로운 욕망의 모티프로 작동해야 합니다.

  시의 진폭은 삶이나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회 구조의 권력에서 밀려날 때,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이나 상상력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창의적으로 넘어서야 넓어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독창성과 감각으로 '낯섦'을 발견을 해야 합니다. ‘시인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라는 말처럼 다양한 방향을 탐색하는 말의 파장 속으로 독자와 함께 현대적 서정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시는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공유할 수 있는지, 한 편의 시 속에서 언어의 해체를 통해 의미에 갇히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사물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독자들이 감정을 끌어안는 방향을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근래의 시들이 질문합니다. 내 안의 숨은 영상이 왜 계속 재생되는지.

 

 

 

 

 

                                 『시와소금』 2026년 여름호 발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