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ni
<양소은 추천 -- 시 읽기>
하늘수박
전기철
안 온다던 비가
어제도
그제도 오고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
하늘은
해물탕으로 탁해지고
목소리가 낮게 깔려
귀에서 어깨에서
발끝으로 번지는
어머니의 허리 두드리는 소리
땅속에 묻힌
돌이 울음
웅숭깊다
월간 《문예마루》 제6호(2026. 4)
시 읽기
세상이나 계절, 삶이 치열할 때 열기를 식혀주는 게 물이다. 하늘에서 흐려지는 습도를 모아 한 여름의 갈증을 식혀주는 빗줄기는 모성애의 에너지를 가진다.
젖은 하늘이 내리는 “비”의 언어를 듣는다. 시 한 편의 “목소리”는 뜨겁게 끓어오르며, “하늘”을 생명의 기운으로 출렁이게 한다. 물기로 가득 찬 “하늘은” ‘하늘수박’으로 넝쿨을 뻗어 가장 뜨거울 때 물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게 한다.
그리하여 "해물탕"이 끓고 “비” “돌 울음”이 결합하여 생명의 소리로 끊임없이 연결되어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삶의 생명력으로 확장한다.
“하늘”이 “탁”하고 “어머니”가 아프고 “돌”이 우는 건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고통이다. “해물탕”은 그것을 모아내서 고통의 감정이 뜨겁게 끓어오르게 하는 현상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디는 힘으로 변모한다.
시의 어미를 맺지 않고 열어놓는 것처럼, “어머니”는 온몸으로 들어오는 물을 받아 살아있는 생명을 낳는다. “귀에서 어깨에서” “발끝으로 번진” “어머니”의 “비”는 땅속 깊이 박혀 있는 “돌”에게도 가닿는다. “돌”은 물로 인해 숨을 쉰다. 아이가 세상과 처음으로 마주할 때 “울음”으로 출발점에 서듯, “돌”도 물방울의 “울음”으로 시작한다. “울음”은 세상에 들어서는 발걸음의 표식이며, “비”처럼 소리로 알리는 생명의 시작이다. 존재의 근원이다. 시인은 “돌”이라는 매개체로 자연을 인간사의 삶으로 바꾸어 놓는다.
무수한 시간이 잠재하는 “돌”, 물질적으로 딱딱하여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물을 품고 있는 생명이다. 무수한 시간의 풍화를 지나 모래와 먼지로 쌓이고, 부식과 변화를 거쳐 또 다른 물질로 이어진다. “어제도” “그제도” “내일도” 반복되는 우주의 질서로 순환하는 정서를 형성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계절과 계절 사이에 “비”는 “허리 두드리는 소리”처럼 현실의 무게며 삶의 말이다. 시인은 시적 감각으로 모든 존재를 되살리며, 무생물로 생각하는 딱딱한 “돌”에게서조차 물을 품고 있는 생명성을 발견한다. 흐릿한 날, 생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깊이 속에서 “돌” 하나 가슴에 쿵 떨어진다. (추천 양소은)
《시와소금》 2065년 여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