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쥔장 목공작품실

참죽접시10

작성자은방울|작성시간26.06.23|조회수3 목록 댓글 0

참죽접시, 옹이와 인간사

참죽 접시를 깎다 보니 나무 한가운데 선명한 옹이가 눈에 들어온다.
문득 생각한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세상에 상처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누구나 가슴 한편에는 남몰래 품고 사는 아픔 하나쯤은 있다.
참죽나무에 박힌 옹이처럼, 세월이 흘러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 말이다.

하지만 같은 상처라도 어떻게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빛깔은 달라진다.
누군가는 아픔을 잘 삭여 삶의 깊이로 만들고, 누군가는 오래 묵은 상처에 발목이 잡혀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상처는 감춘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가끔은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찾아오고,
가끔은 뜻하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터져 나와 다른 이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참죽나무의 옹이를 보며 생각한다.

"상처는 없어지지 않아도 좋다.
다만 잘 아물기만 하면 된다."

옹이가 있는 자리가 가장 단단해지듯,
사람의 마음도 아픔을 견뎌낸 자리에서 더욱 깊고 단단해지는 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나뭇가지와 닮았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부딪힐 일이 없지만, 가까워질수록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연인은 믿음을 바라고,
친구는 이해를 바라고,
부부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며 살아간다.

어쩌면 인간사의 크고 작은 불화는 상대에게 기대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함께 붙어 자라는 나뭇가지가 서로를 긁어 상처를 만들 듯,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아프게 하고 더 깊이 상처받는다.

그러나 그 상처 또한 세월 속에서 아물어야 한다.
서로를 이기려 하기보다 보듬어 주기 위해 만난 인연이라 생각한다면 말이다.

어린 시절 덕천강변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여름 물놀이를 하다 목숨을 잃은 어린아이와, 강가 소나무 아래에서 손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던 늙은 할머니.

나뭇가지처럼 마른 손으로 손자의 몸을 어루만지며
"내 새끼야..."를 되풀이하던 그 울음소리는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그날 어린 나는 처음 알았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기억 또한 내 마음속 옹이 하나가 되어 남아 있다.

그러나 나무를 보라.

가지가 부러지고 몸통이 잘려도 그 자리에 새살을 돋우고 다시 하늘을 향해 자란다.

옹이는 상처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살아남은 증표이기도 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상처는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넓은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 남겨진 흔적일지도 모른다.

참죽나무 둥치의 수많은 상처들이 아름다운 결이 되어 남듯, 우리 인생의 아픔 또한 세월 속에서 하나의 무늬가 되어 간다.

아이야, 나무를 보아라.

성한 곳 하나 없어 보여도 저렇게 굳세게 서 있지 않느냐.

비바람을 맞고, 가지가 꺾이고, 몸통이 상했어도 끝내 살아남아 새순을 틔우고 있지 않느냐.

사람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서로를 보듬으며,
상처를 탓하기보다 상처를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

오늘도 참죽 접시의 옹이를 쓰다듬으며
쓸데없는 듯 쓸데없는 상념에 잠겨 본다.

상처가 없는 삶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상처를 품고도 다시 살아내는 삶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참죽 접시
지름 100, 130mm
높이 45mm
유채유 마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