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2013년 09월 10일
밤 근무를 하고 있었다.
길 건너 교회 앞쪽
영산홍이 숨어져 있는 화단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아주 조그만 새끼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이라 위험할 상 싶어 랜턴을 들고 가 잡으려고 했더만
야생 고양이라 위협하는 몸짓으로
조그마한 것이 제법 확~확 거리며
재빠르게 도망가는 놈을 잡아다 박스 안에 넣어두고

묵을 기 있나 냉장고를 뒤져보니
생계란이 있어 후라이팬에 후라이 하나 해서 주었다.
배고파 허겁지겁 묵을 끼라고 생각했는데
묵지도 않고 경계하는 것이
어미로부터 받은 생존 본능인 듯 확~확 거렸다.
본래 무서움을 느끼면 보호 본능선이 작동하는 것이다.

밤이라 박스 안에 넣고 돌멩이를 덮어 두었건만
한 시간 뒤 가보니 박스에 기나와
밖에서 울고 있었다.
내가 쳐다보니
차 밑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바퀴 위 엔진부로 쏙 들어가는 것이었다.

꺼낼 수가 없어 그냥 놔두었건만
새벽 2시 30경 나와보니 그 차는 없고 이놈만 아스팔트 위에 놓여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할 거리며 살고 싶어 하던 놈이 싸늘한 채 있었다.

죽은 놈을 어미 처럼 목들미를 집어들고
안쪽으로 옳겨 놓았었다.

뒤척 뒤척
아침이 되어 보니
차량 바퀴에 장기 쪽에 압력을 받아
항문이 많이 나와 있었다.
벨트나 아마 그런 쪽에 이렇게 된 모양이다.

퇴근시간이 되어
검은 비닐봉지에 이놈을 넣고 차에 실어
우리 집 뒷밭에 묻어주었다.
귀에 흙이 들어갈까봐?
넙떡한 풀잎으로 덮어 주었다.

뾰
쪽
한
귀여운
잇발
조그만
이뿐 두발
부드러운 목들미
이젠 생명체로 태어나지 말거라




어미 고양이 앞에서
재롱부리는 놈을 상상한다.

शून्य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