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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모음◈

단편소설 합수목의 물소리 3

작성자하늘나리|작성시간14.01.25|조회수331 목록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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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의 안해는 새벽길에 나섰다. 아무래도 그저 일이 아니였다. 간밤엔 꿈자리마저 어수선했다. 물귀신한테 머리채를 끄잡혀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갔다.

<<그저 넘어갈 일이 아닌가보다. 산사람이 죽은 사람때메 죽기내기로 피터지게 싸우고꿈에 보지 못한 물귀신도 보구아무리 귀신이 없는 세월이라 해두 집안에 제발 탈나지 말아야겠는데한을 품고간 사람이여서 살풀이라도 해서 액막이를 해야 할가부다. >>

강건너 점쟁이를 찾아 새벽길에 나선 경철의 안해는 합수목다리에 이르자 자꾸만 누가 다리를 잡아당기는것만 같아 걸음이 잘되지 않았다. 갑자기 합수목 옆도랑에서 귀신불이 번쩍거리더니 시커먼 귀신이 웅크리고 있었다.

<<으앗!>>

경철의 안해는 하마트면 합수목물에 곤두박질쳐 떨어질번했다.

<< 누구요? >>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제야 경철의 안해는 아찔한 기분속에서 헤여나와 풍덩 다리목에 주저앉았다. 박촌장의 목소리였다. 반가왔다. 촌문화실에서의 무도파트너다. 촌마다 문화실활동을 활발히 하라는 지시를 받들고 박촌장은 추는 경철의 안해를 진무도강습반에 보내서 무도를 배워다 촌에 보급시켰다. 촌민들의 앞장에 서느라 박촌장은 경철의안해 무도보급에 신경을 써주었다. 촌민 위원회 사업비용으로 내려오는 돈에서 얼마간식 갈라주기도했다. 물론 단짝이 춤파트너이기도 하다. 안해를 재작년에 출국시키고 팔불출 아들 하나만 데리고 있는 지금 박촌장은 경철의 안해에게 못할 신세를 많이 지고 산다.

<<,아니, 새벽에 어디루 이렇게 떠났소?>>

박촌장이 다리목에 올라서며 반가와했다.

<<아니,거기서는 새벽에 물귀신처럼 여기에서 하세요? 사람 떨어지게…>>

<<전날 논도랑에 놓은 고기발에 고기가 들었나 해서 보러나왔지. 좀만 날이 밝으면 고기되거리장사군들이 털어간다니깐.>>

박촌장은 슬그머니 경철의 안해 허리를 감싸안았다.

<<오늘은 길이 바쁜데 후에 만나자요. >>

<<잠간이믄 되는 가지구 비싸게 논다…>>

박촌장은 두억시니처럼 경철의 안해를 닁큼 안고 도랑옆으로 내려갔다. 거기엔 어제까지도 없던 꼬깔모자 같은 개굴만한 비닐막이 세워져있었다.

<<그래 물귀신을 위안하기 위해 새벽에 떠났다지. 거참,귀신 먼저 내가 위안을 받아서 미안한데.>>

<<, 히히, ,호호, 캑캑…>>

강물은 아무런 일도 없이 구태의연하게 흐르기에 바쁘다. 얼마나 많은 사연을 담고 흐르는 강물일가? 얼마나 많은 전설같은 이야기가 여기서부터 시작될가? 바쁜 걸음에 바쁜 일을 바쁘게 치르는 합수목에서 속살속살하며 흐르는 도랑물이 철썩처절썩 기슭을 치며 흐르는 합수목물에 지금 세상에서 한창 벌어지는 일을 속살속살 들려준다.

그런대로 아침나절 경철의 불호령에 모여온 친척들이 옛날 죽은 남자 할매가 남자가 태여나던 강물처럼 씩씩하게 한세상을 길게 살라고 고사를 지냈던 자리에서 제사를 지냈다.

죽은 남자의 구두짝을 들고 경철이가 혼을 불렀다 왜서 하필이면 구두짝이냐고 친척들이 나무람했지만 점쟁이가 시키더라는 소리에 누구도 말이 없었다 석잔 따르고 조반상을  드리고 절하고 강기슭에는 그들의 제사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살았을 때보다 제사상이 제법인데.>>

<<죽은게 안다구 사람 좋자구 하는 노릇이지. 상다리 부러지게 제사를 지내봐야 죽은 목숨이 살아서 찬밥 한술 얻어먹기만한가. 구실 못한다구 구박두 되게 하더니…>>

사람들은 남자가 생전에 아가씨와 놀다가 붙잡히던 , 애들한테 핀잔받던일, 안해와 싸우던일지나간 일들을 입에 올렸다.

경철의 안해가 뭐라고 술잔을 들고 주절댔다.

<<동쪽 귀신두 잡숫구 갑소. 서쪽 귀신두 많이 듭소 남쪽 귀신 북쪽 귀신 배부르게 잡숫고 물에빠진 귀신 살펴드리소…>>

그리곤 액막이 부적이라며 모여온 친척들에게 붉은천 쪼각으로 만든 동정잎만한 주머니들을 나누어주며 속옷 가슴에 달고 다니라고 했다. 액막이 부적이라는 소리에 제사차릴 때까지만도 픽픽 하던 사람들이 모두 별소리 하지 않고 받아넣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시신을 찾지 못하면 그만두기로 하고 경철이는 사망신고서를 떼기로 했다

모여온 친척들중 늙은이와 녀자들과 이이들은 모두 돌아가고 피해갈수 없는 젊은축에서 몇몇이 남았다넓은 합수목물에서 걸어볼 턱도 없는 인렦이였다. 사람들은 소경 헛막대 짚듯 물속에 들어섰다. 아침부터 온다던 날씨는 한낮이 되자 찜통이 돼버렸다.

<<에라, 잘됐어. 더위에 무슨 하겠어. 물에서 그냥 해를 넘기구 저녁이나 얻어먹구 가지.>>

합수목의 한낮은 소란스러웠다. 강변은 더위를 피해 물가로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옅은 물에서 짝자꿍을 치는 아이들, 깊은 물쪽으로 가지 말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어른들, 아예 이곳에 차일을 치고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기슭의 무성한 풀숲에는 한여름의 약동하는 생명들이 강에 감사드리고있었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합수목이였다.

어데선가 산에서 울리는듯한 대포소리가 한참 은은히 들려오더니 기슭의 풀숲이 한켠으로 누우며 찬바람이 불어왔다잇따라 북산 코숭이로 먹장구름이 질주해왔다. 순식간에 강변의 사람들은 아우성을 치며 돌아갔다. 소리없는 번개가 번뜩번뜩하더니 천지를 찢는 굉음이 울렸다.

<<빨리 나와, 나오라니깐.그만 돌아가세…>>

강에서 미처 나오지 못했던 경철이네 패들은 모두 정신이 아뜩해서 휘청거리며 나왔다.

오늘 시신 찾는 일은 소낙비 덕분에 한낮에 막을 내렸다. 사람들은 경철이가 부른 두대의 택시에 갈라앉아 소재지마을로 향했다 거기엔 경철이가 예약해놓은 저녁상이 앞당겨 점심상으로 차려져있었다. 식당에 들어서기 바쁘게 창살 같은 비줄기가 내리꼰졌다.

비는 두어시간 줄창 내렸다. 경철이가 박촌장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것은 맥주 한상자를  새로 들여다 병마개를 따는 순간이였다.

<<경철이, 빨리 사람들을 데리구 돌아오라구. 향에서 이제 금방 전화가 왔는데 저수지물이 갑자기 불어나 수문을 여는데 이곳 합수촌이 밀대를 놓게 됐어. 끝이야 . 술먹구 자빠져 있을새 없다니깐!>>

사람들은 우야 하고 가는 비줄기속을 꿰질러 합수촌으로 달려갔다. 경철이는 결산하고 가라는 식당주인 아낙과 후에 보자고 하면서 불난 강뚝에 덴소 뛰듯 네굽을 안고 마을로 돌아갔다 합수목물은 두어시간 퍼부은 소낙비에 불어나 보기만해도 소름이 끼쳤다. 동네에서는 소를 끌고 돼지를 몰고 값가는  물건들을 차에 싣느라고 모두 정신이 돌아버리기 직전이였다. 어느새 홍수방지지휘부 사람들이 소재지에서 트럭운수업을 하는 차들을 불러왔다. 거기에다 집집마다 있는 손잡이트럭에 짐을 꾸려 싣느라고 아수라장이 되였다. 홍수방지지휘부 사람들은 꽤딱거리며 떠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을 강제로 차에 들어올려 실었다.

삽시에 마을은 생명가진건 고양이 한마리도 남지않고 텅텅 비였다. 저수지물은 오후 정각 세시부터 뽑는다고 했다. 합수목이 얼마나 버틸가? 사람들은 대성통곡하며 가슴을 죄였다.

<<제발,버텨만 달라. 얼마나 정을 붙이고 대를 이어 자식낳고 살던 동넨데…>>

해질녘에 합수목 뚝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터졌다. 물은 삽시에 마을을 덮치며 지나갔다. 합수촌 사람들의 통곡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날 . 합수촌 사람들의 통곡소리, 한숨소리와는  무관하게 합수목 강물은 무수한 폭포수가 쏟아지는듯 굉장한 물소리를 내며 흘러갔다 거세찬 물결에 죽은 남자는 진작 바다로 흘러갔을것이다

큰물이 빠진 이튿날, 홍수방지지휘부 사람들이 합수촌 촌민들을 위문하러 왔다. 마을은 쫄딱 없어진게고 진정부 울안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가 막막해하였다. 그래도 인명피해는 없다는 박촌장의 회보에 지휘부사람이 발끈했다.

<<아까 피해상황을 조사하러 배를 타고 건너간 사람들이 되돌아와 보고한데 의하면 형체가 망가진 사람 하나가 마을에서 발견됐다는구만,>>

<<뭐요? 그럴리 없습니다 그럴리가요…>>

사람들은 공연히 두려움과 걱정어린 눈길로 식구들을 점찍어가며 세였다.

<<그래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소?>>

<<물이 다음 가족들이 와서 시신을 확인하구 자동차가 들어가서 실어다 화장하자면 시간이 걸리기에 갖고간 비닐 주머니에 봉하여 그곳에서 이동하여 합수목 높은 뚝에 림시로 안치했습니다.>>

<<시신 확인에 도움이 될만한 증거물은 못찾았소/>>

지휘부 책임자인듯한 사람이 다잡아물었다.

<<, 여기 사람의 양복 안주머니에서 찾아낸 비닐 주머니가 있습니다. >>

사람들은 우르르 모여왔다. 비닐이여서 주머니는 다행히 물에 젖지 않았다비닐주머니에서 옛날 낡아빠진 푸른 공작증이 나왔다 그리고 사진 한장이 땅에 떨어졌다.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 떴고 익어가는 가을 벌판에 코스모스가 무더기로 배경으로 햇강아지 같은 귀여운 두아이가 뛰놀고 부부인듯한 남녀가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장면이였다.

박촌장이 맨먼저 알아보았다.

<<아니, 이거 동수네 가족사진이 아니야?…그럼 마을에서 죽은 사람이 동순가? 아니지, 동수는 사흘전에 물에 빠져 죽었는데…>>

지휘부사람이 다시 물었다.

<< 공작증에 뭐라고 적혀있소?>>

<< 김동수라고 적혔습니다 전에 여기 정부 사무실 주임이라구 말입니다.>>

<<옳구만. 동수 맞구만 사흘전에 여기 합수목에서 자살한 사람입니다. 이번 물란리에 죽은 사람은 아니구요. 그동안 시신을 못찾았는데 이번 홍수에 물에 밀려 마을에 들어갔나봅니다. …>>

박촌장은 그제야 촌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닜다는 듯이 시름놓는 표정이였다.

죽은 남자 동수는 정말 홍수에 밀려 들어갔을가 아니면 다시한번 보고싶은 동네여서 들렸다 가려고 그랬을가. 동수는 보았을가?

경철이가 게두덜거렸다.

<<사흘이나 퍼주며 찾을 때는 나지지 않더니 내버려두니 제풀에 나졌구먼 데럽게스리 죽어두 별스레 죽더니 못난놈은 죽어서두 못나게 굴러다닌다니깐.>>

<<, 죽어서두 못잊어 찾아간게지.>>

<< 사람보다 낫네그려. 떠난 동네 지키려 갔나?>>

죽은 남자 동수의 시신은 홍수에 쑥대밭이 합수촌에서 떨어진 합수목 큰뚝에 묻혔다. 홍수방지지휘부에서는 물리 찔때가지만 그냥 묻힌대로 두었다가 후에 가족들더러 화장하라고 했다. 그리고 푸른 공작증과 사진은 경철이가 건사했다가 유물임자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죽은 남자, 동수는 죽은지 꼬박 사흘만에 합수촌에 나타났다가 나흘째되는 그렇게 합수목 큰뚝에 묻혔다 그것도 림시로.

터진 합수목 뚝수리를 위해 우람지게 차들이 모여와 며칠동안 쉼없이 밤낮 우르릉 부르릉 하더니 물은 제곬을 잡고 흐르기 시작했다. 마을길이 수리되여 자동차들이 마음대고 드나들지만 동수 무덤은 그냥 뚝우에 묻힌대로였다. 경철이가 날을 받아 음력 9 9일에 화장한다고 했다. 트인 푸른 하늘아래 합수목물에는 어느새 새풀이 돋은 동수무덤이 비껴있다.

보수된 합수목 물가는 오늘도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듯이 제곬으로 쉼없이 흐른다 밤이면 밤마다 합수목의 청청한 물소리는 멀리멀리 합수촌 바깥까지 울린다리재민들을 위해 상급에서는 엄청난 자금 지원이 시작됐다. 집짓기에 분주한 합수촌 사람들은 청청한 물소리에 어떤 때는 동수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정말 마을 사람들은 동수 목소리를 들었을가? 동수는 뭐라고 말하고있을가?

깊은 , 한없이 고요한 , 희뿌연 둥근 하늘엔 우수수 잔별이 떨어질것 같은 은하수가 슬프게 가로놓였다. 합수목물은 밤도 가슴을 울리는 폭포수소리를 합수촌에 남기며 흘러간다. 동수는 밤도 강을 바라보며 강과 무슨 사연을 말하고 있을가? 바다로 가고싶다고 할가, 먼길에 쉬여가겠다고 할가

동수가 태여나기전에도 태여난후에도 그리고 죽은 지금도 합수목물은 한번도 되돌아 흐른적은 없다. 후날에도 결코 되돌아 흐르지는 않을것이다.

생명을 삼켜버린 합수목물은 수많은 생명을 키우며 오늘도 푸른 바다를 향해 기약없는 마지막 축복으로 흐른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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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하늘나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26 가야금 소리님, 소설을 함께 공감해 주시여 감사합니다 님의 글도 항상 감명 깊게 읽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작성자행복한허니 | 작성시간 14.01.26 지금 사회현실의 한면을 잘 그려준 재미나게 쓰신 좋은글 즐감하고 가요.하늘나리님 멋진글 많이 올려주세요.감사해요.
  • 답댓글 작성자하늘나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26 행복한 허니님, 소설을 읽어 주시여 고맙습니다 말띠해에 님의 일상에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작성자백일홍 | 작성시간 14.01.26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단숨이 읽었어요.너무나 사색을 남겨주네요.하늘나리님의 좋은글 또 기대해요.
  • 작성자하늘나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26 백일홍님,소설을 읽어주시여 감사합니다 말띠해에 예쁜 백일홍으로 거듭나시여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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