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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화야, 순화아빠 언녕 잘못된 사람이다.인젠 실종 신고라두하고 너두 한 나이 젊을때 신세 고쳐라. 살아 있으믄 십년이나 기별조차 없이 꽁구워 먹은 자리겠니?...”
“엄마, 순화 아빠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안돼요. 순화 아빠 배 탈때 혼자 잘 먹구 잘 살자구 떠난것두 아닌데 기다려 못준다는게 말이나 돼요? 순화 보더라도 기다려주는게 사람도리지… 나 처럼 순화마저 평생 메데란 소릴 듣게 할순없어요 메데 그 말이 내 가슴에 어떤 한으로 남아 있는데,엄마는 그리 쉽게 시집가란 말이 나와요?”
“십년이믄 너두 기다릴만큼 기다렸구 할만큼 했다. 살아 있으믄 언녕 기별이 왔지. 너두 항상 젊을줄 아니? 세월이 잠간이다. 여자나이 서른 일곱이 어리니? 인젠 귀신두 본다는 나이가 다 된거지…”
“엄마는 왜 70십이 다 돼두 시집 안갔소? 나 하나 애비 없이 낳은 죄루? 그게 뭐 엄마 죄요?... 밤낮 코 맞대구 살 부딪치며 사는 사람들이 심심 할 때 지껄이는 소리지…”
‘나야 뭐 시집가고 싶어두 갈 형편이 안되여서 그렇지만 너는 다르지 않냐. 정말 철구 살았는지 죽었는지 기별을 알고 싶거든 차라리 리자돈 맡아서라두 한국가라. 남들은 잘만 가는데 …순화는 내가 아직두 한 십년은 키울수 있다. 십년이믄 그애는 대학 갈거구…”
리자돈이라는 소리에 메데는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냈다.
“엄마, 뻔히 알면서 왜 그래요? 한국가는 길이 동네 마실이 아니잖아요 땡전 한푼 없는 신세에 당장 뭘 먹구, 살며 애는 뭘루 공부 시켜요. 한국 가기전에 다 굶어 죽고 말거요. 순화 아빠 떠날때 꾼 리자돈 때메 우리가 어떤 고생을 했는데. 또 리자돈 말이 나와요. 엄마는 벌써 잊으셨어요?”
“사람사는 꼴이 에미 딸이 이게 뭐니? 하두 보기딱해 그런다 내 말이 틀렸니?”
철구 빚 말만 나오면 메데 엄마는 할말이 없다. 촌장 기수네 리자돈 7만원에 어미딸은 십년 세월을 마음 놓고 하늘 한번 변변이 쳐다 보지 못하고 살았다.
일본으로 류학을 핑게대고 떠났던 촌장 기수아들 준식이는 5년만에 돌아와 써커스단의 광대같은 돈 많은 여자와 잔치했다. . 부부는 현성으로 풀방구리에 새앙쥐 드나들듯 하더니 건물전체에 밤이면 하늘의 별무리 내리듯 외씨같은 전구를 수 없이 달아맨 노래방을 꾸리고 아가씨 네댓을 두었다. 노래방에 딸린 2층 커피숍에도 아가씨 서넛이 있었다. 아가씨들의 식모를 구할때 촌장 기수는 아들과 말하여 달마다 주는 월급으로 빚을 갚게하라며 메데를 주선해 보냈다.
메데도 순화가 인젠 제법 발자국도 떼고 밥도 잘 먹는지라 엄마에게 맡기고 식모살이를 떠났다. 애하나 낳았지만 처녀시절의 7월덧밭 오이처럼 칠칠한 몸매와 유달리 검은 자위가 큰 우수에 잠긴듯한 눈매를 보며 면접을 보던 준식의 안해는 생뚱같이 툭 내 뱉았다.
“춤춰 봤어요? 차라리 월급올려 줄테니 식모보다 노래방 아가씨로 일하세요..”
“아니 춤 출줄 몰라요…”메데는 사면이 출입문 하나만 통하는 이곳의 현란한 불빛에 머리가 어지러워 나 먹은것없이 속이 울렁거리며 금시라도 울컥하고 토할것만 같았다.
“래일부터 무도 학습반에 다녀요 돈대 줄테니…”
식모살이로 갔던 메데는 생뚱같이 무도 강습반에서 보름나마 무도를 배우고 노래방 아가씨로 되였다. 하고싶지않았지만 키 넘게 자란 촌장네 빚을 갚는 길은 밭 한뙈기 땡전 한푼 없는 그녀에게 해야만하는 노릇이였다.
카운터에 앉은 준식의 안해는 다른 아가씨들하고는 광대처럼 실실 거리며 실속없어도 보이지만 유독 메데에게만은 생나무 가시처럼 까칠하게 굴었다. 노래방 커피숍을 꾸리며 시집 돈도 당겨 쓴지라 시아버지 말을 거역 못해 메데를 받긴했어도 인물 잘나고 바람기 잦은 남편이 어느틈에 새앙쥐 약밥 채가듯 가슴에 품을지 몰라 은근히 손톱 발톱을 세우고 있다. 그녀가 메데를 식모살이에 두지않고 노래방 아가씨로 내세운데는 그녀로서의 속셈이 따로 있었다.
“흥, 에미치마 바람에 생겨난 딸년이라지?...애비가 누군지도 모르고…메데라는 이름보다 실물이 제법 보아 줄만한데… 남편두 없겠다…애 하나 딸리긴 했어도 막물간 여자는 아니야. 남자 손님 다루는데야 초보보다 나으렸다…훗,훗,훗.”
준식이네”각설이” 노래방은 개업하는 날부터 이름 값이나하게 흥성거렸다. 호화로운 건물외관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현성치고는 굴지기업마다 손펴고 있는 두 처남과 문화국에서 벼슬감투 쓰고있는 세째 처남, 그리고 은행에 다니는 두 처형은 써커스단의 광대같은 안해의 빽들이다. 거기에다 인젠 이빨 빠진 호랑이긴해도 가죽이 좋은 값이 갈거라는 장인 덕에 손님이 그칠새 없었다.
메데는 하루종일 빙글빙글 돌아가는 산데리야 불빛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고막을 째는 음악과 거의나 광란에 가까운 사람들의 노래소리에 미칠것만같았다. 수시로 노래방에 찾아오는 주정군들의 춤 파트너로 그녀는 점점 지쳐갔다.
어느날 써커스단의 광대같은 준식의 안해가 메데를 불렀다.
“오늘 좀 수고해 줘요. 해외무역공사 최경리를 배동해 주세요. 참 좋은 분이시고 우리에게는 큰 인맥이니 명심해서 잘해요…”
메데는 최경리를 보지는 못했어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세상 잘난척은 혼자하고 사는 준식의 안해도 최경리라 하면 꿈뻑 죽는 시늉이다.
돈 많고 인맥 좋고 사람잘난 최경리는 오십대 후반의 재력가이다. 그가 맡고 있는 해외 무역공사는 작년 년말종결대회에서 시정부로부터 장려금만도 십만원을 받았다고하니 현성의 내노라 하는 부자들의 돈 같은건 아예 새발의 피인셈이다. . 그만큼 최경리의 완력과 재력은 정평이 나 있다. 모자라는게 있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고양이 뿔마저 얻어 먹인다고 소문도 났지만 최경리의 안해는 현성 병원의 특실에서 애매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일이다. 신경이 날카로운 최경리의 안해를 의사들도 때로는 속수무책이다. 성난 고양이처럼 소름이 돋는 앙칼진 소리를 싸지르며 최경리의 반듯한 양복 넥타이를 움켜 쥘라치면 최경리는 금방 숨넘어 가기 직전으로 몰린다.
천하에 무서운게 없다는 최경리가 왜서 안해에게 절절 매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풍편에 최경리네 사무실 녀비서가 차사고로 죽을때 남겨둔 열살배기 아들과 일곱살난 딸이 최경리의 아들 딸이라는 말도 있고 시정부와 법원에 줄줄이 있는 호랑이 같은 처남들 때문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최경리는 안해의 신경을 건드릴가봐 한달에 한번꼴로 병원에 들리여 간다. 그나마 안해는 찾지 않고 주치의사만 만나보고 가군한다. 지난해 설에 한달 겨끔내기로 결혼한 최경리의 두 아들은 그런 일로 아버지를 달가와하지 않는다.대신 최경리는 자주 준식이네 노래방에 드나들며 손크게 돈을 휘뿌리며 산다.
오후 내내 노래방에서 손님들을 배동한 메데는 술에 취했다. 준식의 안해는 메데를 불러내와 최경리의 자가용에 쑤셔박듯 밀어 넣었다. 메데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미리 차안에 있은 최경리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최경리의 까만자가용은 메데를 태우고 현성을 벗어났다.
철썩 처절썩 여울치며 흐르는 두만강이 창밖으로 보이고 눈부신 아침해살이 넓다란 객실을 비췄다. 산굽이를 돌아가며 울리는 기차소리에 메데는 잠을 깼다. 눈부신 아침해살이 넘치는 거실보다 카텐을 드리운 침실은 안개가 서린듯 아늑했다.
터질듯 아픈머리를 들며 잠에서 깨여난 메데는 자다가 불침 맞은 사람처럼 기겁하여 일어났다. 몸에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자기옆에 또 자기처럼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남자가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디지?! 이, 이 사람은 누구지?!...”
“나, 최경리요. 여긴 내 별장이구…”
남자는 눈도 뜨지않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말했다.
‘아!” 그제야 메데는 어제 준식의 안해한테 떠밀려 차에 오른 생각이 어렴풋하게 떠 올랐다.
“나, 나, 난 이제 나를 어쩌면 좋아?! 하늘이시여…어…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