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내면을 볼 줄 알아야지. 사람 처음 봐서 뭘 알겠어!”
사내에서 실시한 이미지 메이킹 특강을 들은 한 직원이 말했다. 사람이 진국인지 아닌지는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지 외모와 이미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는 어리석은 사람만이 외모를 무시한다고 했다. 오스카 와일드에 따르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당신은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의 무엇을 보는가? 최근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철학을 지닌 사람인지, 정치적 성향은 어떠한지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빼는가? 아니면 그의 패션 감각, 표정, 말투를 쭉 훑어보는가? 대부분 후자일 것이다. 한눈에 보이는 이미지, 첫눈에 느껴지는 분위기, 전체적으로 풍기는 오라(aura)를 통해 상대방을 가늠하고 파악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첫인상’이다.
얼마 전 결혼한 현모양(26) 씨는 지금의 남편과 첫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했다. 그녀는 남편을 처음 본 순간 ‘내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말로 똑 부러지게 설명하긴 힘들어요. 그냥 느낌이 왔다고나 할까요? 선량해 보이는 눈빛, 믿음직스러운 넓은 가슴과 어깨, 인자한 웃음과 나긋나긋한 목소리. 한눈에 완벽한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현모양 씨의 남편은 객관적인 꽃미남은 아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평범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 남편은 어느 내놔도 빠지지 않는 호남이다. 그가 처음 선사한 훌륭한 첫인상 덕분이다.
첫인상에는 세 가지 법칙이 작용한다고 한다. 첫째, 일명 ‘5초의 법칙’으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첫 5초 동안 느낀 이미지가 평생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일명 ‘콘크리트 법칙’으로, 첫인상은 콘크리트처럼 쉽게 굳어지는 특징이 있어 처음 형성된 인상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법칙은 ‘부정성의 법칙’으로, 한 번 나쁘게 박인 인상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정리해보면 처음 만나 느낀 5초 동안의 감정은 평생 가기 때문에 한 번 찍히면 나중에 아무리 노력해도 만회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된다.
첫인상의 법칙에 따르면 현모양 씨는 첫째, 둘째 법칙에 의거해 평범한 외모의 남편을 여전히 완벽남이라고 믿으며 깨 볶는 신혼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첫인상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마지막 법칙에 있다. 한 번 찍히면 영원히 미운털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정성의 법칙’.
사람들은 흔히 ‘첫인상’ 하면 외모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첫인상은 외모 이외에도 표정, 말투, 자세, 발걸음, 분위기 등 많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외모는 수수하지만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이라면 화려한 이미지로 기억될 확률이 크다. 반면 엄청난 고가의 액세서리와 명품 옷으로 치장했지만 경박한 말투와 찌푸린 인상을 한 사람이라면 천박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첫인상에 적잖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짓고 있는 표정, 습관적으로 해온 손동작, 의식하지 않았던 말투로 상대방은 당신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표정은 아무런 비용 투자 없이 매력적인 첫인상을 좌우하는 키포인트이다. 성형외과 전문의조차 사람의 인상은 부분적인 이목구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표정근이라 불리는 뺨이나 눈가, 입가 등의 ‘얼굴 여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얼굴 여백에는 30여 개의 미세한 근육이 서로 밀고 당기며 다양한 감정을 연출하는데, 이 여백에 따라 인상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밝은 표정을 지으면 표정근이 움직이면서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온도도 높아져 발그레한 혈색이 돈다. 활기 넘치고 생동감 있는 얼굴로 보이는 것이다.
이미지메이킹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정영심 씨는 표정만 잘 관리해도 매력 지수가 한층 상승된다며 중요한 미팅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 항상 화장실에 들러 표정을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화장실에 가면 화장품 케이스를 꺼내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매만져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에요. 한 10분 정도 자신이 가장 생기 있어 보일 표정을 상상하면서 얼굴을 움직여보세요. 입가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스마일’ 하며 입꼬리 쪽으로 올려보기도 하고, ‘아에이오우’ 하고 경직된 입 근육을 풀어보세요. 처음으로 만나게 될 사람 앞에서 가장 훌륭하고 근사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녀의 조언을 들은 이후 나는 꼭 중요한 미팅이나 모임에 갈 때면 꼭 화장실에 들러 표정 연습을 한다. 어제 TV에서 본 재미있는 대사, 오늘 거리에서 본 감동적인 장면, 내일 일어났으면 좋을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예쁜 표정들을 얼굴에 입히다 보면 훨씬 생기 있는 분위기가 완성된다.
실제로 공들여 만든 첫인상은 취업,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5초 만에 반할 첫인상으로 리모델링한 사람들은 인생 역전을 맛보기도 한다. 단지 첫인상 하나 변했을 뿐인데 인간관계와 일 모두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회사 부지점장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첫인상 전문가인 한 경 씨. 그는 입사 초창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첫인상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처음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외모, 세련미 없는 옷차림, 어눌한 말투 때문에 영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2천여 명의 고객을 방문 상담했는데 계약 성사는 고작 3백 건밖에 되지 않았죠. 수많은 거절과 상담 실패를 경험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는 승무원 출신 아내의 도움을 받아 첫인상 리모델링을 한 뒤 IMF 환경에서도 일주일에 3건 이상 50주 연속 계약을 체결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옛 속담에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첫인상에는 많은 비밀들이 숨겨져 있으니,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급한 판단의 오류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내면이 아름답게 잘 가꿔진 사람은 첫눈에 매력적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늘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여자, 매 순간 진취적이고 깨어 있는 여자, 해박한 지식과 겸손의 미덕을 갖춘 여자는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없이도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의 태도들이 외모 전반에 녹아들어 고유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첫인상만으로 상대방을 가늠할 수 있는 까닭은 그동안 살아온 과정이 얼굴에 그대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혹시 첫인상 때문에 줄줄이 입사 면접시험에서 낙방하고 있지는 않은가? 소개팅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자신의 첫인상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상대방을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불편함을 주는 인상은 아닌지, 뭔가 까다롭고 인색한, 이를테면 스크루지 같은 인상을 주지는 않는지, 말 한마디 걸기 겁나는 깍쟁이 스타일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보는 것이다. 첫인상을 매력적으로 스타일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