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는 진실하다
차분하고 다소곳한 이미지의 여성회원이 한 분이 있었다. 두 번째 만남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남성회원과 잡아 드렸는데, 약속 당일 남성회원이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아 졸지에 바람을 맞는 신세가 되었다. 다음날, 여자 분의 어머니께서 항의전화를 걸어 오셨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내가 주선한 미팅이었기 때문에 백배사죄를 올린 후 그 남성회원과 통화를 했다. “가르치는 학생한테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미처 연락드릴 정신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남자분을 나무라기보다는 빨리 다음 미팅을 잡아드리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 생각되어, 약속을 꼭 지킬 것을 여러 번 부탁 드린 후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다행히도 바람맞았던 여성회원은 그 남성회원과의 다음 만남을 받아들였고, 우여곡절 끝에 두 분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두 분은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고, 그 날 자정이 넘어서야 헤어졌다. 그 후 3개월 간의 교제를 통해 두 분은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가 되었는데, 왜소한 남성의 체구 때문이었을까? 예상치 못했던 여성측 부모님의 반대로 둘의 결혼은 무산되고 말았다.
두 사람은 각기 또 다른 회원들과 만남을 가졌는데,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 보아도 남자분은 결혼을 약속했던 그 여성 회원의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했고, 끊임없이 프로포즈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당신만 함께 해 준다면요.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그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을 움직였던 것일까. 그의 진실한 프로포즈에 그녀는 물론, 그녀 부모님까지도 마음이 서서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을 허락하기에 이르렀다. 첫 만남부터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평생의 인연을 만들어 낸 두 분께 박수를 보낸다.
누구나 멋진 프로포즈를 꿈꾸지만, 프로포즈는 요란한 한 번의 이벤트도 아니고 한 편의 영화도 아니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그 사랑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신중한 행위다. 따라서 프로포즈는 진실해야 한다. 프로포즈에 담겨 있는 ‘진실함의 농도’, 그것만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비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