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나는 친구한테로부터 가을맞이 들놀이가 있으니 나더러 도시락을 준비하여가지고 승리촌마을 앞산 기슭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잖아도 더 춥기 전에 한번 들놀이 생각이 있었는데 얼씨구 좋다고 나는 여러가지 특색적인 음식을 준비하여가지고 지점에 갔다.
오참시간이 아직 멀었는지라 친구들이 모두 산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위에는 등산대들이 힘을 모아 잘 닦아놓은 놀이터가 있었던 것이다. 거기로 올라갔다온 친구들의 입에서 그 놀이터가 굉장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바가 있었다. 뭐 그네도 있고 나무걸상도 있고 평평하게 닦아놓은 운동장도… 어릴때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은 또 자그마한 현성에서 살고있는 나는 이런것같은건 크게 신기하게 느껴지지않았다. 그러나 소나무로 꽉 덮힌 산길로 올라가는 그 기분. 그리고 나처럼 불편한 다리로 산우로 오름으로서의 그 쾌감을 감수하고싶은 것이였다. 그리고 그산위의 경치는 그 어느산보다 더 아름답고 그 산위의 공기는 어느산보다 더 깨끗하고 시원할거라는 상상으로 늘 가슴을 들먹이였다.
“언제부터 저 산위로 한번 올라가봤으면하던 당신이 아니오? 오늘 내가 곁에 있을때 한번 그 소원을 풀어 보는게 어때? 내가 도와줄테니 산에 올라가기오”
함께 동행했던 남편이 이렇게 말하셨다. 나는 남편이 고맙긴했지만 머리를 저었다. 산이 높은건 더 말치않고서라도 일찍 오직 평길만 걸을수 있게 고정수술한 두 발목으로 올리막을 걷는단건 너무도 힘들다.
그래도 남편이 무작정 나를 이끌었다. 나는 막무가내라는듯 남편의 손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를 걷지않았는데 몸에 벌써부터 땀이 났다. 나는 땀을 훔치며 그만두자고 했지만 남편은 기어코 견지하잔다. 그래서 또 한걸음 한걸음 톱아올랐다. 고정된 발목은 어찌도 불편하고 힘든지? 매 한발자욱 내딜때마다 정말 천근 무게를 옮기는것같이 힘들었다. 아예 그만 돌아설가하다가 아내의 자그만한 소망을 풀어주려고하는 남편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나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상큼한 산바람이 나의 얼굴을 애무해주었다. 나는 붉게 상기된 얼굴의 땀을 훔치며 남편의 손에 이끌려 앞으로 또 앞으로 간신히 발걸음 옮겼다 한걸음 또 한걸음 …다른 친구들은 벌써 내려오는데 나는 아직도 올라가고있으니 참. 나를 보는 친구들이 힘내라고 소리치기도했고 또 인제 한참만 올라가면 된다고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나는 끝내 꼭대기까지 올랐다. 승리자의 쾌감이 나의 온 몸을 감돌았다. 나는 너무도 좋아서 어린애처럼 그네도 타보고 돌걸상에도 앉아보고하면서 도무지 진정할수 없었다..
정오의 햇님이 나를 반겨 생글거렸다. 나는 하늘이 너무도 푸르러 가슴이 설레였고 해님이 너무 따사롭고 정다워서 가슴이 설레였고 미풍에 하느작대며 춤추는 숲으로해서 가슴이 설레였다. 나의 가슴은 끝없이 설레이기만 했다.
“오늘 당신 참 고마웠어요. 그리고 나 지금 참 행복해요.”
나는 남편의 손을 살며시 쥐고 이렇게 속삭였다. 장애로 된 다리고 그토록 힘든 올리막길을 정복했으니 행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두 무척 행복해”
“당신은 왜 행복해요”
그래 남편은 왜 행복하실가? 나 때문에 남편 너무도 힘드셨겠는데…
“나 왜 행복한지 알어? 다른사람이 소원을 이루게 도와줬으니 행복한거야”
아 원래 행복이란 별게 아니였다. 다른 사람한테서 사랑을 받는것도 행복이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그것, 또한 이 세상의 모든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함을 느끼면 그 자체가 곧 행복인것이였다.
그래서 나도 남편도 그토록 행복한것이였으리라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