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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수필수기◈

자재암 가는 길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2.08.07|조회수52 목록 댓글 0

自在庵가는 길

김문억

 

 

 

소요산 자재암(自在庵)은

올갱이 똥끝자리

 

입으로 먹은 것을 입으로만 토해내는 올갱이가 구멍 없는 *똥구녕 꽉 막힌 끝자리에 잉태한 새끼들을 입으로 토해 생산을 하기까지 목숨을 건 고통이 수반된다. 

소요산 깊은 골 올갱이 끝자리에서 목숨 걸고 수행 정진하던 원효는 예쁜 색시 요석공주 현신으로 깨달음을 잉태하고 스스로 죽어 어떤 구원을 얻기까지 참선 했다는 작은 암자다.

소요산 역에서 내리면 바로 산길로 이어진다.

도랑물 사철 흐르는 깊은 꼬부랑길을 뱅글뱅글 돌아 올라가 보면 올갱이 똥끝자리에 아주 작은 절 한 채 앉아 있다. 소요산 큰 능선을 등지고 앉아있는 단아한 自在庵이다. 숨어있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이 바람막이를 하고 쏙 들어앉아 있어 바로 앞에 이르기까지 절간이 안 보인다.

춘삼월이 지나서 행장을 꾸려 맘먹고 나서지만 연두빛으로 몸단장을 한 산풍경에 취하고 연분홍 사쿠라 꽃그늘 아래서 탁배기 미친 물에 혼을 홀랑 뺏기고 나면 가파른 길 자재암까지는 올라가지 못 한다.

산길은 비좁고 하늘은 빼꼼하다. 맑은 산바람이 구릉에서 내려오면 늙은이 원효대사가 큰 지팡이를 들고 숲에서 불쑥 나타날 듯 서늘하고 고요하다.

新羅!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저 멀리 경주 땅에서도 천리 밖 멀고 먼 산골짜기 예까지 어찌 찾아 들었을까. 어쩌면 사람이 사는 모양이야 짐승들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이 앞서고 삶과 죽음을 초월했으니 어쩌면 산짐승까지도 관장하면서 득도의 길을 찾았을 것이다.

남루한 거적대기 하나 걸치고 까치집 같은 그 움막에서 무릎을 꿇고 정진했다는 원효가 폭포수룰 타고 다급하게 내려온다. 하얀 長劍으로 물기둥을 세우면서 원효의 설법이 쩌렁쩌렁 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설법이 끝난 뒤 새끼들을 다 토하고 깨달음을 얻은 빈 쭉정이 원효가 둥둥 떠내려간다. 저 멀리 신선봉 하늘 높이 소리개 한 마리가 외롭게 맴을 돈다.

“우리 엄니 시집가네”

누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리는 내 음성을 들었을까

장마 비에 떠내려가는 빈 쭉정이 에미를 보고 철없는 우렁 새끼들이 그랬다고 한다

폭포수를 타고 내려 온 원효가 召를 한바퀴 빙 돌아 보고 또  떠내려간다. 저 아래 중생들이 살고 있는 時俗을 향해 졸졸졸 조용한 음성으로 설법을 하며 흘러서 간다.

 

꽃 보고 꽃 닮고 싶어 술을 마신다. 술 꽃 핀 붉은 얼굴로는 차마 따라가지 못하고

洗心橋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나에게는 아직 그 다리를 건널만한 지팡이가 없다.

 

똥구녕 밑 터진 자리

어질 머리 내 자리

마시고 취해서 좋은

비틀거릴 수 있어서 좋은

내 몸은 절간 없는 不在庵

부끄럽고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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