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사를 찾아간 사채 업자들은 노신사가 일하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 봤을 때보다 많이 초라하고 늙어 보였다
사람이 자신감을 잃고 사는 것이 저런 것일까?
노신사가 일을 마치자 김 사장은 차에서 내렸다
노신사는 김 사장의 얼굴을 보고 순간 긴장하는 모습이였다
"오랜만입니다"
"네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하시는 일 할만 하세요?"
"그냥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없으세요?"
"일자리가 있어야죠"
"있다면 옮길 생각이 있으세요?"
"있다면야 옮기죠"
"그럼 제가 한곳을 소개 해 드릴 테니 가 보시겠어요"
"어디........"
"이곳보다는 좋을 꺼 에요. 농원인데 괜찮겠어요"
"농원이요? "
"네 그렇지만 아주 괜찮은 곳이에요"
"농원일은 전혀 모르는데........."
"이곳에서 하시는 것처럼만 하시면 문제는 안될 것 같은데......."
"그렇죠. 지금 내가 뭘 가리겠어요. 소개해 주세요. 가서 일할께요"
"그럼 약도를 드릴 테니 내일 당장 가 보세요"
"그런데 왜 제게 ......"
"일자리를 소개 하냐구요?"
"네......"
"이거 해서 어디 이자라도 제대로 갚겠어요. 빨리 내 돈 갚으라고 소개하는 거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고맙습니다"
약도를 받아든 노신사는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노신사는 약도를 들여다보았다
세차장에 내일 하루 쉰다고 말하고 노신사는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노신사는 그냥 자리에 누워 버렸다
오늘따라 손님이 많았다
하루종일 쉬지도 못하고 세차를 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그렇게 노신사는 잠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는 노신사를 보고 이불을 꺼내 주었다
이불을 덮고 노신사는 다시 잠으로 들어갔다
눈을 뜨니 어둠이 아직도 드리워져 있었다
노신사는 일어나 아침 준비를 했다
가족 어느 누구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노신사는 가족을 위해 아침을 만들어 상에 차렸다
어제 미리 써 놓았어야 할 이력서를 급히 썼다
그리고 노신사는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터미널에서 농원 행 버스를 탔다
노신사는 버스 안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을 하자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분주히 내렸다
터미널을 빠져 나온 노신사는 농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농원은 찾기 쉬었으며 규모도 컸다
작은 농원으로 생각했던 노신사는 그 규모에 입을 벌였다
농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걸 보고 이곳이 그냥 평범한 농원은 아닌 듯 싶었다
노신사는 사무실을 찾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 저........"
"혹시 김 사장님 소개로 오신 분이세요?"
"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이리로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농원일 해 보셨나요?"
"아니요. 전혀 ....."
"그러세요. 걱정 마세요. 일은 배우면 되니까요"
"네"
"전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김 부장입니다"
"전 박 동준 입니다"
"이곳은 다른 곳하고는 조금 다른 곳이에요. 들어오시다 보셨겠지만 이곳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 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제가 할 일이....."
"처음이라고 하시니 일단은 저랑 다니시면서 일을 배우세요. 배우고 나면 아주 좋으실꺼에요. 허브에 대해 공부를 하시게 될꺼에요"
"허브요?"
"네 이곳에 바로 허브농원이에요"
"아... 그랬군요. 느낌이 다른 농원하고 틀리다 했더니...."
"이곳에서는 다들 허브에 살고 허브에 죽죠. 하하하....."
"네......"
"언제부터 일하실수 있나요?"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만 제가 일하던 곳에 말을 안했어요"
"그럼 오늘은 저랑 농원 구경이나 하세요. 내일은 먼저 일하던 곳에 말씀하시고 모레부터 나오시면 되겠네요"
"그런데........"
"말씀하세요"
"집하고 거리가 있는데 출퇴근하기가....."
"아 그러시겠군요. 그건 걱정 마세요. 이곳에 숙소가 있어요. 다른 분들도 계시니까 심심하지는 않으실꺼에요"
"그리고 보수는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싶군요"
"보수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사장님이 알아서 각자에게 지급하십니다. 급여는 극비에요. 아무리 친해도 그것만큼은 말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걱정은 마세요. 다른 곳에 비해 이곳의 보수가 좋은 편이에요. 다른건 ...."
"사장님은 언제 뵙게되나요?"
"아마 당분간 사장님은 뵙기 어려울 꺼에요. 바쁘시거든요. 열심히만 하시면 그 만한 대우는 하시는 분이니까 걱정 마세요"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아 그건 매주 다르게 됩니다. 한주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고 한주는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나게 되요. 농원을 찾는 분들이 계시다보니 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아주 늦은 시간은 아니고요. 격주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그건 숙소에서 식사를 해주시는 분이 계세요. 식사뿐 아니라 빨래며 청소까지..... 다 사장님의 배려에요. 일하고 오면 피곤한데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쉬라는 배려죠"
"그렇군요. 그럼 제가 할 일은?"
"아까 말씀드린대로 저랑 같이 다니시면서 배우세요"
"그렇게 하지요. 그럼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가서 준비 할 것도 있고요"
"그러세요. 그럼 모레 오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네 모레 오겠습니다"
노신사는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자신이 본 것이 허브.....
허브는 여인과 처음 만났을 때 마셨던 차였다
너무도 생소하고 이상해서 마시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이 허브농원이란다
노신사는 잠시 여인을 떠올리며 허브농원을 빠져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노신사는 자신의 옷들을 가방에 챙겼다
늦게 들어온 아내에게 자신이 허브농원에 가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말없이 듣고 있다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차장에 들러 일을 그만 둔다고 말하고 가방을 들고 농원으로 향했다
농원에 도착해 숙소로 가서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알수 없는 식물들로만 가득했다
손으로 만지고 코 끝에 가져가면 향이 제각기 달리 났다
노신사는 그렇게 농원 일에 발을 들여 놓고 있었다
여인은 서울 사무실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농원 김 부장입니다"
"네 김 부장님"
"말씀하신 분이 오늘 짐가지고 오셨어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그분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 부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그래도 사장님이 처음 말씀 하신 분이라서...그리고 이런일은 전혀 안해 본 것 같던데.."
"맞아요. 사무실에서 서류만 만지던 분이에요. 그 분 아주 힘들게 일시키세요"
"네 힘들게요?"
"다른 어떤 생각도 못하게 일에만 몰두하게 하세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지....."
"그리고 허브에 대한 자료들을 주세요. 빨리 일을 배워야 하니까요"
"그러죠"
"그리고 매일 김 부장님이 자료들을 이해 했는지 체크하세요"
"왜요?"
"김 부장님. 저 믿으시죠. 그 분 우리 농원에서 새로운 눈을 가지게 하고 싶어요"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벤트는 어떻게 하실건가요?"
"지금 이곳에서 이벤트 준비하고 있어요. 계획이 완료되면 알려드릴께요"
"그러세요"
"김 부장님이 서울로 오셔서 이벤트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셔야 하니 이번주 안으로 한번 오세요. 실무진이 있어야 제대로 계획을 세울수 있으니까요. 아셨죠?"
"네. 조만간 서울로 갈께요"
"그럼 김 부장님만 믿어요"
"네. 사장님"
해마다 농원에서는 이벤트를 통해서 허브를 많이 알렸다
이번에도 새로운 방법으로 이벤트를 열고 싶었다
쉽게 떠오르지 않아 다들 머리를 모으고 있었다
여인은 컴퓨터로 여러곳을 통해 이벤트 행사를 보고 있었다
어떤 것이 잘 어울릴지 ......
김 부장이 서울 사무실을 다녀가고 이벤트 준비는 바쁘게 움직여졌다
테마별로 준비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하루에 끝나는 행사도 아니고 여인은 15일간 행사를 준비했다
그날그날 다른 주제로 이벤트를 개최하려고 한다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동반되는 비용도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인은 최상의 이벤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허브를 알리고 싶었다
늘 곁에 있어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식물
그 식물 속에 우리의 건강을 함께 할 허브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것이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밥을 먹는 날은 잘 먹는 날이였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식사를 대신하곤 했다
그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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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에 계속...